사람 대신 재난 현장으로…iRonCub3, 첫 비행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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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 구조 대응형 비행 휴머노이드의 첫 이륙 성공
  • 비행을 위한 전신 구조 개조 및 고도 제어 기술 적용
  • 실전 투입을 위한 확장 실험 및 응용 가능성 확보

붕괴 위기의 건물, 고온의 화재 현장, 유독 가스가 퍼진 공장 내부. 구조대원이 접근할 수 없는 공간에서 생존자를 탐색하고 현장을 분석할 수 있는 로봇이 있다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탈리아기술연구소가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iRonCub3’는 바로 이런 극한 상황에서 사람 대신 투입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실제 재난 현장에서 공중 이동과 지상 활동을 모두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 대응형 플랫폼이다. 최근에는 이 로봇이 제트 추진을 통한 안정적인 이륙과 공중 정지(호버링)에 처음으로 성공하며 개발에 전진을 이뤘다.

비행을 위해 전신 개조된 iRonCub3

이 로봇은 이탈리아기술연구소(Istituto Italiano di Tecnologia)의 인공지능 및 기계지능(AI & Mechanical Intelligence) 연구팀이 추진 중인 iRonCub 프로젝트의 최신 버전이다. 원래 AI 연구용으로 제작된 소형 이족 보행 로봇 iCub을 비행 가능한 플랫폼으로 확장한 것이다.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재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트 추진 휴머노이드 ‘iRonCub3’가 첫 이륙과 공중 정지에 성공했다. 풍동 실험과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활용해 공기역학적 변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밀 제어 모델이 탑재됐다.
[사진=Istituto Italiano di Tecnologia]

이번 버전은 단순한 실험 플랫폼이 아닌, 실질적인 비행 능력을 갖춘 통합형 로봇이다. 연구진은 기존 모델의 유연한 손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고출력 제트 추진 장치(JetCat)를 부착했다. 양팔과 등에는 총 4개의 제트가 장착되어 있으며, 최대 추력은 1,000N(약 225lbf), 배기 온도는 섭씨 800도에 달한다. 이는 제트 엔진에서 나오는 가스가 거의 음속에 가깝게 분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iRonCub3의 척추 구조는 티타늄으로 새롭게 설계됐으며, 고온에 견딜 수 있는 열 차폐 커버도 적용됐다. 겉모습은 기존의 귀여운 형태와는 달리, 열과 추진력을 견딜 수 있는 기능 중심 설계로 탈바꿈했다.

이탈리아기술연구소가 개발한 이 로봇은 등에 2기, 양팔에 2기의 제트엔진을 장착해 총 1,000N의 추력을 낼 수 있다. AI 기반 제어 시스템은 팔다리 움직임에 따라 실시간으로 제트 출력과 방향을 조정해 비행 중 균형을 유지한다.
[사진=Istituto Italiano di Tecnologia]

내부 시스템도 전면 개편됐다. 새로운 전자 장치와 제어 구조가 도입됐고, 제트 추진과 관절 구동처럼 서로 다른 시간 스케일로 작동하는 구성 요소들을 통합 제어하기 위한 다중속도 제어 아키텍처(multi-rate control architecture)가 적용되었다. 특히, 제트 분사 시 발생하는 진동과 순간 추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모델 예측 제어기(Model Predictive Controller)가 탑재돼 있다.

팔 구조 역시 단순 지지대가 아니라, FEM(유한 요소 해석)을 통해 실제 비행 중 발생하는 하중과 진동을 감안해 정밀 설계됐다.

자세 제어라는 가장 어려운 벽

휴머노이드 형태는 비행 제어 측면에서 특히 까다롭다. 사람처럼 긴 몸통은 표면이 고르지 않고, 팔과 다리는 움직임에 따라 공기역학적 균형을 크게 흔든다. 비행 중 팔다리 각도나 움직임에 따라 무게중심이 순식간에 바뀌기 때문에, 이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제어하지 못하면 곧장 추락으로 이어진다. 연구진은 풍동 실험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공기 흐름과 자세 변화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했고, 이를 기반으로 제트 출력과 방향을 조절하는 AI 제어 모델을 구현했다. 이 시스템은 네 개 제트가 비대칭적으로 작동하거나 일부 추진력이 손실되는 예외 상황에서도 균형을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연구진은 향후 이 로봇이 붕괴 건물, 화재 현장 등 고위험 지역에서 공중 수색과 착지 후 이동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실전 적용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Istituto Italiano di Tecnologia]

공기역학 시뮬레이션과 실제 비행 검증

연구팀은 2024년부터 풍동 실험을 통해 로봇의 공기역학적 거동을 시뮬레이션하고, 실제 엔진 점화 실험을 반복해왔다. 이 과정에서 수집된 데이터는 기계 학습 기반의 신경망 모델에 학습되었고, 이 모델은 제어 시스템에 통합돼 실제 비행 중 자세 안정성을 실시간으로 보정한다.

로봇에는 관성 측정 장치(IMU), 힘-토크 센서, RealSense 심도 카메라 등 복수의 센서가 탑재되어 있어 비행 중 자세, 힘, 위치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반영할 수 있다. 이 센서 조합은 엔진 점화 순서를 바꾸거나 팔의 자세를 변경하는 등 비정상 동작 조건에서도 로봇이 균형을 유지하게 해 준다.

비행 실험은 아직 짧은 시간 동안만 진행되었지만, 제어 안정성과 추진력 성능이 실증되었고, 특히 비대칭적인 몸체 구조에도 불구하고 자세를 유지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연구진은 이번 프로젝트가 기존 로봇공학의 한계를 넘어서는 복합적 도전이었다고 설명한다. 제트엔진의 고온·고속 가스 분사, 관절 구동기의 정밀한 위치 제어, 그리고 공중 자세 유지를 위한 실시간 공기역학 계산이 동시에 요구되는 구조는 기존의 어떤 로봇 시스템에서도 시도된 바 없었다는 것이다.
[사진=Istituto Italiano di Tecnologia]

‘걸어 다니는 드론’을 꿈꾸다

지금까지의 실험은 이탈리아기술연구소 캠퍼스 내에서 이뤄졌지만, 최근 제노바 공항(Genoa Airport)과의 협력으로 더 넓은 공간에서 고도 비행 실험이 가능해졌다.

프로젝트를 이끄는 다니엘레 푸치(Daniele Pucci) 박사는 “이 로봇은 단순한 휴머노이드가 아니다. 추진 제어, 열역학, 실시간 공기역학 계산 등 기존 로봇공학에서는 고려하지 않았던 변수들이 동시에 작동한다”며, “한쪽에서는 제트엔진이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분사되고, 다른 쪽에서는 관절이 수 밀리초 단위로 움직이는 완전히 이질적인 시스템이 통합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의 최종 목표는 이 로봇이 재난 현장에 직접 비행해 진입하고, 공중에서 구조 정보를 수집하거나 착륙해 위험 구역을 탐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날아서 현장에 도달한 뒤, 걷거나 계단을 오르며 손잡이를 조작하는 동작까지 수행할 수 있다면, 실제 구조 임무에서 인간 구조대원이 접근하기 힘든 공간을 대신 탐색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자료: Italian Institute of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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