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지구형 행성이 태어날 수 있는 원시 원반 내부에서 물의 흔적은 거의 사라지고 이산화탄소(CO₂)가 지배적인 환경을 포착했다. 이번 관측은 “내부 원반에는 수증기 신호가 뚜렷하다”는 기존 행성 형성 모델의 핵심 전제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결과로, 연구 논문은 Astronomy & Astrophysics에 게재됐다.
수증기 대신 이산화탄소가 드러난 원반
스웨덴 스톡홀름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국제 연구진은 JWST의 중적외선 분광 자료를 활용해 NGC 6357 성운에 위치한 한 원시 원반을 분석했다. 예상과 달리 물 분자의 신호는 거의 검출되지 않았고, 강한 이산화탄소 분광선이 뚜렷하게 확인됐다. 이는 바깥쪽 얼음 알갱이가 안쪽으로 이동해 수증기를 남긴다는 표준 시나리오와 어긋나는 결과다.
연구진은 대부분의 행성 형성 원반 내부에서 물이 뚜렷하게 나타나지만 이번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강력한 자외선 복사가 분자를 분해하고 재결합을 일으켜 원반 내부의 화학 구성을 변화시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실제 스펙트럼 분석에서는 탄소-13, 산소-17, 산소-18을 포함한 CO₂ 동위원소 분자가 검출되었으며, 이는 강한 복사 환경에서 물이 분해돼 생성된 OH가 CO와 결합해 CO₂를 증가시키고, 동시에 물의 열적·광화학적 파괴가 가속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동위원소 정보는 운석과 혜성에서 발견되는 비정상적 동위원소 비율의 기원을 해석하는 근거로도 활용될 수 있다. 이번 관측은 내부 원반에서 산소가 항상 ‘물’ 형태로 존재한다는 기존 가정을 제약하며, 강한 복사장이 지배하는 환경에서는 CO₂가 산소 저장고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NGC 6357 성운과 젊은 별 XUE 10을 담은 이미지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의 MIRI 관측에서 행성 형성 원반이 포착됐으며 스펙트럼에는 네 가지 형태의 이산화탄소(CO₂)가 확인되고 물은 거의 검출되지 않았다. [사진=스톡홀름대학교(SU), 막스플랑크 천문학 연구소(MPIA) 마리아 클라우디아 라미레즈-타누스]
극한 복사 환경과 향후 과제
이번 연구는 강력한 복사장이 원반 화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하는 국제 프로젝트 XUE(eXtreme Ultraviolet Environments)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국제 프로젝트 XUE를 이끄는 라미레즈-타누스(막스플랑크 천문학 연구소)는 “대부분의 별과 행성이 이런 환경에서 태어난다”며 “이번 발견은 행성 대기의 다양성과 거주 가능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라고 말했다.
관측에는 JWST의 중적외선 기기 MIRI가 활용됐다. MIRI는 5~28마이크론 파장을 관측해 먼지로 가려진 원반 내부까지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장비로, 기존 망원경으로는 확인할 수 없던 화학 조성을 드러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내부 원반에는 물이 풍부하다’는 설명을 더 이상 보편적 기준으로 삼을 수 없음을 보여준다고 결론지었으며, 앞으로 이산화탄소가 지배적인 환경에서 어떤 유형의 행성이 태어나고, 그 행성이 어떤 대기와 표면을 형성하는지가 핵심 연구 과제로 남는다고 밝혔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조 논문: Jenny Frediani et al, XUE: The CO_2-rich terrestrial planet-forming region of an externally irradiated Herbig disk, Astronomy & Astrophysics (2025). DOI: 10.1051/0004-6361/202555718
자료: Astronomy & Astrophysics / Stockholm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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