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직후 형성된 원시 블랙홀, 10년 내 폭발 관측 가능성 90%

Photo of author

By 사이언스웨이브

블랙홀이 최후에 폭발한다는 가설은 1970년대 처음 제안된 이후 지금까지 관측된 적이 없다. 기존 추정에 따르면 이런 사건은 10만 년에 한 번 정도 발생한다고 여겨졌지만,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발표한 최신 연구는 이 전망을 크게 수정했다.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안에 폭발하는 블랙홀이 관측될 확률은 90% 이상이며, 현재 운용 중인 우주·지상 망원경으로도 탐지가 가능하다.

표준 블랙홀은 대형 항성이 초신성 폭발로 붕괴해 남긴 잔해로, 질량이 워낙 커 안정적으로 존재한다. 이에 비해 원시 블랙홀은 빅뱅 직후 우주의 극한 밀도 요동에서 형성됐을 가능성이 있으며, 상대적으로 훨씬 가볍다. 질량이 작을수록 온도는 더 높아지고, 이때 블랙홀은 호킹 복사라는 형태로 입자와 복사를 방출한다. 방출이 진행될수록 질량은 줄고 온도는 더 올라 방출 속도는 가속된다. 최종 단계는 짧고 격렬한 폭발이다. 오늘날 폭발 가능성에 도달한 블랙홀은 원시 블랙홀뿐이므로, 호킹 복사가 직접 검출된다면 이는 곧 폭발 직전의 원시 블랙홀을 포착했다는 뜻이다.

작은 원시 블랙홀이 폭발 직전에 보일 수 있는 모습을 상상해 시각화한 개념도. 실제로는 이렇게 밝은 원반 구조를 형성하지 않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여러 블랙홀을 붉은 고리 형태로 표현했다. [사진=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기존 이론은 블랙홀이 전기적으로 완전히 중성이라고 가정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여기에 ‘암흑 전자(dark electron)’라 불리는 가상의 무거운 입자를 포함한 전자기 모형을 도입했다. 이 모형에서는 원시 블랙홀이 극히 미세한 암흑 전하를 가질 수 있으며, 이는 곧바로 소멸하지 않고 블랙홀을 잠시 안정화시킨다.

그 결과 블랙홀은 일정한 지연 단계를 거친 뒤 폭발로 이어진다. 연구팀은 이 가정을 토대로 기존 실험과 관측에서 확보된 제약 조건을 반영해 계산을 다시 수행했고, 폭발 주기는 10만 년에서 약 10년으로 단축됐다.

빅뱅 직후 형성된 원시 블랙홀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개념도. 주변에 거대한 원반이나 불길은 없으며, 작은 블랙홀이 미약한 복사를 내며 우주 공간 속에 존재하는 모습을 단순화해 표현했다. [사진=MidJourney 생성 이미지]

원시 블랙홀이 실제로 폭발하는 장면이 확인되면 두 가지 성과가 동시에 주어진다. 첫째, 지금까지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호킹 복사의 직접 증거가 확보된다. 둘째, 빅뱅 직후 형성됐을 것으로만 추정되던 원시 블랙홀의 존재가 입증된다. 폭발에서 방출되는 신호에는 전자, 쿼크, 힉스 보손 등 이미 알려진 입자뿐 아니라 암흑물질 후보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신호까지 포함될 수 있다.

이는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입자의 전체 목록을 실험적으로 확정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며, 입자물리학과 우주론의 틀을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조 논문: Anonymous, Could we observe an exploding black hole in the near future?, Physical Review Letters (2025). DOI: 10.1103/nwgd-g3zl

자료: Physical Review Letters / University of Massachusetts Amherst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