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소 생명체는 없었다”…NASA까지 나섰던 논문, 15년 만에 철회

외계 생명체 가능성으로 주목받았던 비소 박테리아 연구

2010년, 전 세계 과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비소 기반 생명체’ 논문이 15년 만에 공식 철회됐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는 7월 24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해당 논문은 오염된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으며, 출판 윤리 기준에 따라 철회한다”고 밝혔다.

논문은 미국 모노 호수(Mono Lake)에서 발견된 박테리아 ‘GFAJ-1’가 생존에 필수적인 인 대신 비소(As)를 활용해 자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비소가 DNA 등 핵산 구조에까지 포함된다는 내용은 생명의 기본 구성 원리를 뒤흔드는 것이었고, NASA는 이를 ‘지구 생명체의 정의를 바꾸는 전환점’이라며 외계 생명체 존재 가능성과 연결 지었다. 당시 발표는 전 세계 주요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과학계를 넘어 대중적 반향을 일으켰다.

확산된 의혹과 반박, 그리고 미완의 정리

그러나 논문 발표 직후부터 과학계에서는 실험 설계와 분석 과정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핵산을 정제하는 과정이 충분하지 않았으며, 외부 비소가 혼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논문은 학계 내부 논쟁을 넘어, 트위터와 블로그 등 온라인 공간에서 일반 독자와 과학자들이 함께 참여한 ‘인터넷 공개 검증’이라는 이례적인 방식으로 논의되기도 했다.

사이언스는 2011년부터 관련 기술 논평과 반박 논문을 차례로 실었고, 2012년에는 GFAJ-1이 실제로는 인산염 없이는 생존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담은 독립 연구 2편이 발표되면서 기존 주장은 실질적으로 반박됐다.
그럼에도 논문은 당시까지 철회되지 않았다. 사이언스 측은 “철회는 연구 부정이나 조작이 명백한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출판 정책을 이유로 들었다.

과학적 오류와 윤리 기준 사이,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교훈

이번 철회는 이후 강화된 영국 출판윤리위원회(COPE)의 지침에 따라 이뤄졌다. COPE는 ‘결과가 오염된 데이터에 기반한 경우’에도 철회가 가능하다는 기준을 마련했고, 사이언스는 이 기준에 따라 논문을 철회했다.
저자들의 연구 부정이나 조작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핵산 분석 이전의 정제 과정이 부실해 결과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없었다는 점이 철회의 근거가 됐다.

주저자인 펠리사 울프사이먼 박사는 논란 이후 학계 활동을 중단했다가 최근 다시 연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비판은 과학적 오류뿐 아니라 연구자의 명성, NASA의 과잉 홍보, 언론의 전달 방식 등 과학 커뮤니케이션 전반에 걸친 논쟁으로 번졌다.

논문 저자들은 사이언스의 철회 결정에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공개 서한을 통해 “보고된 데이터는 여전히 유효하며, 연구에는 부정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이번 조치가 COPE 지침을 위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오류 논문의 정정을 넘어, 생명의 정의, 외계 생명 탐색의 과학적 전제, 그리고 대중을 향한 과학 발표의 방식과 책임을 되짚게 한다. 과학이 확장력을 가지는 순간, 그 책임 역시 확장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준 사례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