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리는 뇌가 없지만, 수백 개의 미세한 관족이 각각 따로 움직이며 복잡한 환경을 조화롭게 탐색하면서 이동한다. USC 비터비 공과대학 내 칸소 생체모방 운동 연구실(Kanso Bioinspired Motion Lab)은 불가사리의 이러한 운동 역학을 분석하여 로봇 개발에 적용하는 연구를 추진 중이다. 이는 자율 로봇 설계 과정에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각각의 발이 따로 생각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불가사리는 개별 관족이 변형률(물체가 하중에 의해 변형되는 정도)에 반응하여 표면에 대한 접착력을 스스로 조절해 움직임을 제어한다. 연구진은 3D 프린팅으로 특수 제작한 ‘배낭’을 불가사리에 부착한 뒤 하중을 가하고 제거함으로써 각 관족이 무게 변화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면밀히 관찰하였다. 놀랍게도 불가사리의 관족은 변화하는 하중에 독립적으로 반응했다. 이는 불가사리가 중앙 통제 장치에 의해 지시받는 것이 아니라, 각 관족이 국소적인 기계적 신호에 반응하여 표면에 부착할 것인지 이탈할 것인지를 결정함을 시사한다.
뇌가 없어도 문제없다
불가사리가 국소적 피드백에 기반하여 운동하는 역학 체계는 유연한 다중 접촉 로봇 설계에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이렇게 설계된 로봇은 육지, 수중, 심지어 다른 행성에서도 작동 가능하며, 임무 수행 중 중앙 통제 장치나 수행 명령을 내리는 인간과의 접촉이 끊어지기 쉬운 험준한 지형, 수직 지형, 거꾸로 뒤집힌 지형을 탐색하는 데에도 문제가 없다.
연구진은 불가사리를 거꾸로 뒤집는 실험도 진행했는데, 관족의 형태 덕분에 불가사리는 계속 무리없이 움직일 수 있었다. 만일 인간이 물구나무를 서면 곧장 신경계는 그것은 중력에 반하는 자세임을 알려줄 것이다. 하지만 불가사리한테서는 그런 집합적 인식을 발견할 수 없었다.
공동 작용을 통한 견고성
불가사리의 관족은 개별적으로 중력을 다르게 경험하는 국소적 인식 능력을 갖추고 있다. 몸체에 기계 장치처럼 연결된 발들은 공동 작용에 의한 움직임을 가능케 한다. 한 발이 밀면 그 움직임이 다른 발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한 관족의 일부가 손상되더라도 전체 움직임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등 높은 수준의 견고성과 회복탄력성을 보인다.
이러한 불가사리 관족 연구 결과를 로봇 개발에 적용할 경우, 뒤집히거나 하중을 견뎌야 하거나 중앙 통제 시스템과의 교신이 끊기는 등 극한 상황에 놓인 자율 로봇에게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빠르게 움직이는 생물들(곤충, 체조 선수 등)이 ‘중추 패턴 발생기'(뇌간에 위치한 리드미컬한 운동 패턴을 생성하는 특수 신경 회로)에 의존하는 반면, 느리게 움직이는 불가사리는 환경 변화에 역동적으로 적응하도록 진화되었다.
뇌가 없는 것이 때론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불가사리는 지금도 거친 파도와 해류, 험준한 지형에서 그들 나름의 방식대로 환경에 적응하며 움직이고 있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Tech Xplore, “Robots can move even when flipped, thanks to sea star tube feet study”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