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 비늘에서 중금속 오염 확인한다···산업화, 환경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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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도시의 산업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금속의 잔재로 생태계를 바꾼다. 한 번 배출된 중금속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토양과 먹이, 그리고 그 위의 포식자에 이르기까지 생물체 안에 단계적으로 쌓인다. 이러한 생물농축(bioaccumulation) 현상은 오염의 흐름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산업도시 더반(Durban)에서 진행된 한 연구는 이 축적의 과정을 뱀의 비늘을 통해 확인하고, 이를 활용한 새로운 중금속 모니터링 가능성을 제시했다.

블랙맘바(Dendroaspis polylepis)의 비늘에는 비소, 납, 카드뮴, 수은 등 중금속이 고농도로 검출됐다. 농도는 산업시설과 교통량이 집중된 지역에서 특히 높았으며, 녹지나 보전 구역에서는 현저히 낮았다. 인간이 배출한 금속성 오염물질이 토양과 먹이를 거쳐 생태계의 상위 포식자에게까지 전달된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포식성 뱀이 도시 환경의 오염도를 반영하는 생물지표(bioindicator)로 활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서식하는 독사 블랙맘바(Dendroaspis polylepis). 이번 연구는 이 뱀의 비늘에 축적된 중금속을 분석해 도시 산업 활동의 오염 수준을 평가했다. 블랙맘바는 일정 지역에 머물며 주변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는 대표적 상위 포식자다.
[사진=Phys]

어류 비늘로 본 생태 변화의 기록

이번 연구는 동물학자 코맥 프라이스(Cormac Price), 환경화학자 마크 험프리스(Marc Humphries), 파충류 생태학자 그레이엄 알렉산더(Graham Alexander), 보전활동가 닉 에반스(Nick Evans)가 공동으로 수행했다.
연구팀은 더반 광역자치구(eThekwini Municipality) 전역에서 채집한 블랙맘바 90여 마리를 대상으로, 비늘·근육·간 조직의 중금속 농도를 비교 분석했다.

비늘은 단백질 케라틴(keratin)으로 구성돼 사람의 손톱처럼 생체 손상 없이 채취할 수 있다. 케라틴은 금속 이온을 안정적으로 흡착·보존해 시간이 지나도 오염 기록이 남는다.
분석 결과 비늘의 금속 농도는 근육과 간 조직의 수치와 거의 일치했으며, 이는 비침습적 방식으로도 오염도를 신뢰성 있게 평가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연구진은 이 방법이 토양이나 수질 분석보다 효율적인 생물학적 모니터링 기법(biological monitoring method)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산업 지역에서는 비소·카드뮴·납 농도가 높게 나타났고, 더반의 녹지 구역(Durban Metropolitan Open Space System)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수은은 이동성이 높아 지역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산업 활동의 영향이 뚜렷했다.

산업화의 그늘, 중금속 축적과 지속적 영향

더반의 결과는 아프리카 대륙이 직면한 환경 현실을 압축한다. 남아프리카, 잠비아, 콩고민주공화국, 나이지리아 등은 광물 자원을 기반으로 경제를 성장시켜 왔지만, 정화 시설과 환경 규제는 여전히 부족하다. 금과 구리, 코발트, 니켈 제련 과정에서 배출된 납과 카드뮴은 하천과 토양에 쌓이고, 일부 지역에서는 금 채굴에 수은이 여전히 사용된다. 도시 주변에서는 전자 폐기물 해체 산업이 확산되며, 납과 카드뮴이 대기와 토양을 오염시킨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산업 지역을 상징적으로 재현한 이미지. 토양과 하천에 쌓인 금속성 오염물질, 공기 중의 미세한 금속 먼지, 고사한 식생은 도시 산업화가 남긴 환경적 부담을 보여준다.
[사진=Midjourney 생성 이미지]

가나의 아그보그블로시(Agbogbloshie)에서는 폐기물이 매일 태워지고, 연기에 섞인 금속 성분이 사람과 동물의 호흡기, 토양, 식물로 스며든다. 여기에 폭우와 홍수 같은 기후 요인이 더해지며, 오염 물질은 점점 더 넓은 지역으로 퍼진다. 결국 이러한 축적은 먹이사슬을 따라 생물의 몸속으로 이어지고, 블랙맘바의 비늘은 그 결과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블랙맘바는 일정한 지역에 머물며 환경 변화를 반영하는 대표적 포식자다. 연구진은 “맘바의 비늘은 도시의 공기와 토양, 먹이환경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생체 기록”이라며 “이 방법은 오염이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지역에서도 환경 변화를 장기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아프리카에서 뱀을 이용해 도시 오염을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한 첫 사례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조 논문: Marc Humphries et al, Black mambas (Dendroaspis polylepis) as novel bioindicators of urban heavy metal pollution, Environmental Pollution (2025). DOI: 10.1016/j.envpol.2025.126730

자료: Environmental Pollution / The Convers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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