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없이 250개 LED를 켰다…플라스틱으로 전기 만드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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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배터리 교체나 충전 없이 센서와 로봇을 움직일 수 있는 새로운 전력 생산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이 기술은 사물인터넷(IoT) 기기, 스마트 물류 센서, 헬스케어 장비 등 저전력 전자기기의 자율 구동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연구재단은 3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이주혁 교수 연구팀이 값싼 플라스틱인 폴리염화비닐(PVC)을 이용해 별도의 회로 없이 직류(DC) 전력을 직접 생산하는 ‘이온성 직류 마찰전기 나노발전기’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최근 IoT·웨어러블·스마트 물류 센서 등은 소량의 전력으로 작동하지만, 배터리 교체나 충전이 불가피하다. 기존 마찰전기 나노발전기는 기계적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친환경 기술이지만, 교류(AC) 전력만 생성되어 이를 직류로 바꾸기 위한 정류회로가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발생하고 구조가 복잡해지며, 산업적 활용에도 한계가 있었다.

(a) 회전형 이온성 직류 마찰전기 나노발전기 구조. 가소제를 섞은 PVC 젤과 전극이 마찰하며 별도 회로 없이 직류 전력을 생성한다.
(b) 가소제 함량이 늘어날수록 전력이 교류(AC)에서 직류(DC) 형태로 변한다. [자료=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c) 마찰 시 전극 표면의 이온이 한쪽으로 이동하며 전기장이 형성되는 원리.
구리(Cu)와 알루미늄(Al) 전극 사이에서 전하가 확산되며 직류 전류가 발생한다.
(d) 개발된 이온성 직류 마찰전기 나노발전기로 LED 250개를 켠 실험 결과.
전압이 200V 이상으로 유지되며 장시간 안정적인 직류 전력을 공급했다. [자료=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연구팀은 PVC에 가소제를 첨가해 유연성과 가공성을 높이고, 마찰 과정에서 전극 표면의 이온이 이동하며 내부 전기장이 형성되도록 설계했다. 그 결과 정류회로 없이도 안정적인 직류 전력을 발생시킬 수 있었다. 이는 ‘전극 분극 현상’이라 불리는 이온 축적 현상을 이용한 것으로, 다양한 움직임 환경에서도 전력 공급이 가능했다.

최적 조건에서 이 소자는 축전기를 충전하고, 발광다이오드(LED) 250개를 동시에 켜는 높은 출력을 구현했다. 이 전력으로 각종 센서를 구동하는 데도 성공했다.

연구팀은 향후 대면적 제작 기술과 장시간 안정성 확보, 환경 내구성 개선을 위한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주혁 교수는 “값싸고 가공이 쉬운 플라스틱을 이용해 직류 전력을 직접 생산하는 원리를 처음으로 제시했다”며 “배터리 부담을 줄이고 장기간 자율 구동이 가능한 에너지 자립형 전자기기 실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지난달 29일자에 게재됐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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