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가 인간를 구한다? 사이보그 바퀴벌레 구조대

Photo of author

By 사이언스웨이브

무너진 건물 잔해 속,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틈새로 바퀴벌레 한 마리가 몸을 구겨 넣는다. 등에 얹힌 작은 전자 장치가 반짝이며 곤충의 움직임을 지휘한다. 불과 1분도 채 되지 않아 곤충은 생존자를 찾아 나서는 ‘사이보그 요원’으로 탈바꿈한다.

이 장면은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 연구팀이 개발한 자동 조립 라인 덕분에 가능해졌다. 바퀴벌레를 마취해 고정하고 전자 배낭을 장착하는 과정이 일련의 자동 장치 속에서 순식간에 끝난다. 사람이 손으로 일일이 작업하던 방식과 비교하면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르다.

마다가스카르 휘파람바퀴벌레 등에 전자 배낭을 장착한 모습. 전극이 흉부 신경에 삽입돼 원격으로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다. 오른쪽의 미국 25센트 동전은 크기 비교용이다.
[사진=New Atlas / 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68초 만의 바퀴벌레 구조요원으로 변신

연구진은 주로 마다가스카르 휘파람바퀴벌레처럼 몸집이 큰 종을 사용한다. 곤충의 등에 소형 전자 배낭을 얹고, 배낭 속 전극이 신경을 자극해 전진·정지·방향 전환을 원격으로 명령한다. 카메라가 달린 개체는 좁은 틈을 자유롭게 오가며 실시간 영상과 좌표를 전송한다. 이는 실제 재난 현장에서 생존자를 찾기 위한 실용적 기술이다.

문제는 제작 속도였다. 한 마리를 개조하는 데 15분에서 1시간이나 걸려 대규모 투입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전 과정을 자동화한 조립 라인을 설계했다.

새 시스템은 컴퓨터 제어 플랫폼, 인텔 RealSense 깊이 카메라, UR3e 로봇 팔과 전용 그리퍼로 구성된다. 마취된 바퀴벌레가 고정되면 카메라가 크기와 위치를 인식하고, 로봇 팔이 2.3g짜리 전자 배낭을 정확히 안착시킨다. 전극은 가슴 부위의 얇은 막 양쪽에 삽입되고, 본체가 등판에 고정된다. 플랫폼이 원위치로 돌아오면 곤충은 다시 풀려난다. 모든 과정이 68초 만에 끝난다.

사이보그 바퀴벌레 자동 조립 과정과 장치 구조. 로봇 팔이 마취된 바퀴벌레를 고정 장치에 올리고 전자 배낭을 장착한다(A). 배낭 전극은 가슴 부위 신경에 삽입돼 원격 제어가 가능하다(B). 손 위에 올려진 실제 개체 모습(C), 그리고 무선 통신과 자극 회로가 포함된 전자 배낭의 앞·뒷면(D). [사진=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 Nature Communications]

재난 현장에서 활약할 곤충 구조대

실험 결과, 자동 조립 사이보그는 수작업 개체와 성능에서 차이가 없었다. S자 경로 이동이나 장애물 탐색 같은 과제에서도 똑같이 임무를 수행했다. 효율성은 오히려 높아졌다. 자극 시간은 40% 줄었고, 필요한 전압도 기존의 75%만으로 충분했다. 곤충의 부담이 줄고 배터리 사용량도 감소했다. 전자 배낭은 분리와 재사용이 가능해, 같은 개체를 여러 차례 투입할 수도 있다.

연구진은 이 성과가 대규모 운용의 문을 열었다고 본다. 여러 마리가 무선 네트워크로 경로를 공유하며 충돌을 피하고, 광범위한 지역을 동시에 탐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히로타카 사토 교수는 “자동화로 빠르고 일관된 품질의 곤충 로봇을 제작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시간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재난 구조 현장에서 곤충이 구조 요원으로 활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고 논문: Nature Communications.

자료: 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