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수면무호흡증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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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 유럽 14개국 1만9천여 명 대상 대규모 분석
  • 미세먼지(PM10) 농도 높을수록 수면무호흡증 악화

수면무호흡증(Obstructive Sleep Apnea, OSA)은 수면 중 기도가 좁아지면서 호흡이 반복적으로 멈추는 질환이다. 단순한 코골이로 치부되기 쉽지만, 혈중 산소 농도를 떨어뜨려 숙면을 방해하고, 장기적으로는 고혈압·심근경색·뇌졸중과 같은 심혈관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치료하지 않으면 제2형 당뇨병, 우울증, 인지 장애로 이어질 수 있으며, 주간 졸음으로 인한 사고 위험도 높다.

최근 유럽 전역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는 이 질환의 중증도가 개인의 나이, 체중 같은 고전적 요인뿐 아니라 대기질에도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장기간 미세먼지(PM10) 농도가 높은 지역에 거주할수록 수면 중 호흡이 끊기는 수면무호흡증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적인 미세먼지 노출, 중증도 끌어올려

이탈리아 밀라노-비코카 대학 마르티노 펭고 교수 연구팀은 14개 유럽 국가 25개 도시에서 19,325명의 OSA 환자 데이터를 수집해 장기 대기오염 자료와 비교 분석했다. 환자의 연령, 성별, BMI, 흡연 여부, 수면다원검사 결과를 모두 반영하고, 여기에 유럽 대기 관측망(CAMS)이 제공한 미세먼지(PM10) 농도 기록을 결합했다.

분석 결과, PM10 농도가 단위 1 증가할 때마다 수면 한 시간당 평균 0.41회의 호흡장애가 추가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개개인으로 보면 작은 변화 같지만, 인구 전체를 놓고 보면 증상 중증도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수준이다. 실제로 오염도가 낮은 지역의 환자들은 비교적 가벼운 수면무호흡증을 보였으나, 오염도가 높은 지역 환자들은 더 심각한 증상을 경험했다. 연구팀은 연령, 체중, 흡연 습관 등 기존 위험 요인을 모두 통제한 뒤에도 이 같은 경향이 유지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국내 미세먼지는 여전히 OECD 최하위권 수준으로, 주요 도시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WHO 권고 기준을 크게 웃돌아 국민 건강에 지속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장기적인 미세먼지 노출이 수면무호흡증의 심각도를 높인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PM10은 직경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미세입자로, 자동차 배기가스와 산업 활동에서 주로 발생한다. 이 입자는 호흡기를 통해 기도에 염증을 일으키고, 수면 중 기도 협착과 산소포화도 저하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연구진은 특히 지역별 차이에 주목했다. 어떤 도시는 대기오염이 OSA에 뚜렷한 영향을 미쳤지만, 다른 도시에서는 그 정도가 약하거나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기후, 오염원의 특성, 지역 의료체계의 차이가 결과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해석된다.

치료와 생활환경의 새로운 과제

이 연구는 단순히 위험 요인을 나열하는 수준을 넘어, 환경적 요인이 환자의 예후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공기질이 나쁜 곳에서는 증상이 악화될 수 있고, 반대로 오염 노출을 줄이면 중증도로 진행될 위험을 완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환자 입장에서는 체중 관리, 수면 습관 교정과 함께 거주 환경의 공기질을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실내 공기청정기 같은 보조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연구 결과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유럽호흡기학회(ERS) 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자료: European Respiratory Society via Scim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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