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다리 망거미(Uloborus plumipes)의 재발견
대부분의 거미는 이빨로 물고 독을 주입해 먹잇감을 마비시킨다. 하지만 ‘깃털다리 망거미(Uloborus plumipes)’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냥한다. 독샘도, 독을 주입할 수 있는 이빨 구조도 없다. 대신 입으로 독을 토해내고, 그 독을 실에 흡수시켜 먹잇감을 감싼다. 물지도 않았는데, 사냥감의 숨통을 끊는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거미의 사냥 방식은 기존에 알려진 거미류의 전략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거미줄은 단순한 포획 구조물이 아니라, 독성 물질의 전달을 매개하는 적극적 수단으로 작용한다. 이는 독의 생성 위치와 전달 경로에 대한 기존 생물학적 정의에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하는 발견이다.
독이 실 타고 작용…내장에서 생성해 입으로 배출
연구팀은 유럽 온실과 식물원에서 채집한 깃털다리 망거미를 실험실에서 관찰했다. 현미경 분석 결과, 이 거미는 머리 부분에 일반적인 독샘이나 주입관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 이빨 구조에도 독을 전달할 경로가 없었다. 대신 머리 내부에는 특이한 근육 조직이 있었고, 연구진은 이 구조가 독성 물질을 위장에서 입으로 밀어내는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실제 독성 단백질은 거미의 중장(midgut)에서 생성됐다. 유전자 분석 결과, 이 부위에서 독성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활발히 발현되고 있었다. 생성된 독은 일반적인 신경독과는 성분이 다르지만, 실험용 초파리에 주입했을 때 동일한 수준의 독성을 보였다.

U. plumipes는 이빨 끝에 작은 홈(검은 화살표)이 존재하지만, 독샘이 연결된 주입구는 없다. 반면 P. tepidariorum은 전형적인 거미처럼 독샘이 끝까지 연결된 주사기 모양의 주입 구조를 갖고 있다.
[사진=2025년 BMC Biology 논문, DOI: 10.1186/s12915-025-02248-1]
핵심은 이 독이 실에 흡착되는 성질이다. 거미는 먹잇감을 감싸기 위해 실을 뽑은 뒤, 독을 토해 실에 덧입힌다. 이후 실에 접촉한 곤충은 마비되고 결국 사망했다. 이 과정은 실이 단순한 덫이 아니라, 생화학적으로도 유효한 살상 도구라는 점을 보여준다.
‘무독성 거미’라는 기존 분류에 의문을 제기하다
그동안 깃털다리 망거미는 독샘이 없고 해부학적으로도 위협적이지 않아 ‘무독성’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외형만으로 생물의 독성을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독의 생성 위치와 전달 경로가 기존 분류 기준과 다를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이처럼 독을 실에 묻혀 전달하는 방식은 독립적인 진화 경로를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같은 목적(사냥과 마비)을 달성하되, 전혀 다른 해부학과 행동 전략을 택한 셈이다. 연구진은 이 전략이 생물학적 독의 개념 자체를 확장시킬 수 있으며, 향후 독성 단백질 응용, 생물농약 개발, 신경전달물질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영국 옥스퍼드 브룩스 대학교(Oxford Brookes University)를 중심으로 한 유럽 공동연구팀이 수행했으며, 논문은 2025년 6월 12일자 BMC Biology에 발표됐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고 논문: Xiaojing Peng et al, Beyond venomous fangs: Uloboridae spiders have lost their venom but not their toxicity, BMC Biology (2025). DOI: 10.1186/s12915-025-02248-1
자료: BMC Bi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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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hought on “물지 않고 독살…실에 독 묻혀 사냥하는 거미의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