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탈모약 ‘프로페시아’, 자살 위험과 연관된 충격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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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국내 탈모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치료제는 ‘프로페시아(Propecia)’다. 2022년 기준 약 1,200억 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탈모 치료제 시장에서 절반 이상이 프로페시아로 집계될 만큼 점유율이 높다.
최근 연구에서는 이 약이 탈모 억제 효과와 함께 정신 건강 문제와도 연관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울감, 불안, 자살 충동 등 다양한 정신적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복용을 중단한 이후에도 증상이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프로페시아는 1997년 미국에서 처음 승인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돼 왔으며, 출시 초기부터 성기능 저하나 성욕 감퇴 등의 부작용이 꾸준히 보고돼 왔다. 최근에는 정신적 부작용까지 포함된 연구 결과가 잇따르면서, 약물의 장기 복용 안전성을 둘러싼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다.

프로페시아 성분이 뇌 내 신경스테로이드 생성과 감정 회로에 영향을 준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pixabay]

뇌 화학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약

프로페시아의 주성분인 핀스터라이드(finasteride)는 ‘5α-환원효소(5α-reductase)’를 억제해 테스토스테론이 탈모의 주범인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로 전환되는 것을 막는다. 이 덕분에 모낭 위축을 방지하고 머리카락을 굵게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이 효소는 머리카락뿐만 아니라 뇌에서 감정 안정 물질(neurosteroid)을 합성하는 과정에도 관여한다. 그 중 ‘알로프레그나놀론(allopregnanolone)’은 불안 완화와 기분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효소가 차단되면 신경스테로이드의 생성이 억제되어, 이 물질의 균형이 깨지고 감정 조절 회로가 손상되면서 불안·우울 등 정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University of Jerusalem)의 마이어 브레지스(Mayer Brezis) 교수 연구팀 2017~2023년 사이 발표된 8건의 연구를 종합 분석한 결과, 프로페시아 복용자가 비복용자보다 우울증·불안·자살 위험이 통계적으로 높다는 결론을 얻었다. 브레지스 교수는 “이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약물 감시 시스템의 실패를 보여주는 경고 신호”라고 지적했다. 해당 논문은 『Journal of Clinical Psychiatry』에 게재됐다.

약보다 무서운 것은 ‘감시의 부재’

핀스터라이드 성분은 항우울제나 다이어트약처럼 엄격한 감시 대상이 아니다. ‘미용 목적 약물’로 분류되어, 시판 후 ‘부작용 감시(post-marketing surveillance)’에서 사실상 제외되어 있었다. 장기 복용자에 대한 안전성 데이터가 부족하고, 부작용이 보고돼도 조치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대해 브레지스 교수는 “핀스터라이드의 안전성 연구 중 프로페시아 제약사 머크(Merck)나 규제기관이 직접 수행한 것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지적하며, 감시와 투명성의 부재가 정신적 부작용을 늦게 드러나게 한 결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공식 보고에 따르면, 2011년까지 핀스터라이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밝혀진 자살 사례는 18건에 불과하지만, 통계학적 추정치는 최소 6,000건에서 최대 12,000건에 이른다. 2024년 기준 보고된 사례만 320건이며, 향후 30년 누적 예측치는 19,000건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약효보다 중요한 건 감시와 책임의 체계”라고 경고한다. 프로페시아의 핀스터라이드 성분이 탈모 개선 효과는 단기적으로 확인되지만, 장기 효용성은 불분명하고 산업적 이해관계에 편향되어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그럼에도 약은 여전히 온라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으며, 젊은층의 무분별한 복용이 늘고 있다.

브레지스 교수는 “제조사는 시판 전·후 모두 안전성 연구를 수행하고 결과를 공개해야 하며, 규제기관은 이를 강제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윤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조논문: Journal of Clinical Psychiatry, 2024. (Mayer Brezis et al., “Post-Finasteride Syndrome and Mental Health Risks”)

자료: Science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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