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장질환자에겐 ‘폭탄’ 될 수 있다는 경고
틱톡이나 유튜브에서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 먹기’ 챌린지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눈물과 콧물을 쏟으며 괴로워하는 모습, 고통을 참지 못하고 우유를 벌컥 마시는 모습은 자극적이면서도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이 열풍의 이면에서, 전문가들은 극도로 매운 음식이 심장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 영국 런던의 한 식당에서 한 남성이 세계에서 가장 맵다는 카레를 한 입 먹은 뒤 식당 밖으로 휘청이며 뛰쳐나가는 영상이 퍼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고작 한 입으로도 신체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날 수 있을 정도라면, 이 매운맛이 단순한 도전이 아니라 위험 요소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이처럼 극도로 매운 음식을 섭취할 경우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왔다.

하지만 이번 기사처럼 극도로 많은 양을 한 번에 섭취하거나,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이 무리하게 섭취할 경우, 캡사이신은 심장 박동 이상, 혈압 급상승, 위장 손상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캡사이신, 심장 박동과 혈관에 직접 작용
캡사이신은 고추류에서 매운맛을 내는 주요 성분으로, 신경을 자극해 통증과 열감을 유발한다. 소량은 일시적 자극에 그치지만, 고농도로 섭취할 경우 심박수가 급격히 상승하고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치솟을 수 있다. 영국의 응급의학 전문의 앨런 캐핀 박사는 이러한 급격한 신체 반응이 심장 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심장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선천성 심장질환이나 심장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갑작스러운 캡사이신 자극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23년 미국에서는 14세 소년 해리스 월로바가 매운 감자칩을 먹는 SNS 챌린지에 참여한 후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부검 결과 그는 선천적인 심장질환이 있었으며, 극도로 높은 수준의 캡사이신 섭취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례가 매우 드물긴 하지만, 기저 질환자의 경우 비슷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식도와 위에도 문제…단기 자극 넘어서
캡사이신은 소화기관에도 영향을 미친다. 위산 분비를 촉진해 위산 역류와 소화 장애를 유발할 수 있고, 반복적이고 과도한 섭취는 식도 점막 손상을 통해 식도암 위험도 높일 수 있다. 영국 애스턴대 영양학자 듀에인 멜러는 “극단적으로 매운 고추를 반복해서 먹는 습관은 장기적으로 위장관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공복 상태에서의 고추 섭취는 자극이 더 심하므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챌린지 유행, 과도한 경쟁은 금물
최근 팔로워 1600만 명을 보유한 한 인플루언서가 인도의 ‘부트 졸로키아(Ghost Pepper)’를 연달아 먹고 우유로 고통을 진정시키는 영상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유령 고추’라는 별명이 붙은 이 품종은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 중 하나로, 캡사이신 함량이 매우 높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챌린지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건강에 실질적인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듀에인 멜러 박사는 “이처럼 극도로 매운 고추는 위산 역류와 소화 장애를 유발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식도암의 위험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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