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 속에 접혔다가 우주에서 꽃핀다…새로운 오리가미 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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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발사부터 전개까지, 블룸 패턴의 등장

우주 장비는 발사 시 로켓 내부에 실릴 만큼 작게 접혀야 하고, 궤도에 도달하면 원래 크기로 완벽하게 펼쳐져야 한다. 이 까다로운 요구 조건 때문에 일본 전통 종이접기에서 영감을 얻은 오리가미 구조는 오래전부터 위성 태양전지판과 우주망원경 차양막 설계에 활용돼 왔다. 하지만 기존 패턴은 전개 과정이 복잡하거나 두께가 누적돼 실제 활용에 제약이 있었다.

미국 브리검영대학교 연구진은 이런 한계를 넘기 위해 ‘블룸 패턴(bloom patterns)’이라는 새로운 오리가미 구조를 개발했다. 블룸 패턴은 얇은 원판 모양으로 접혀 있다가, 우주 공간에서 꽃잎처럼 부드럽고 대칭적으로 펼쳐져 안정적인 곡면 구조를 형성한다. 단순히 아름다운 모양이 아니라, 수학적 일관성과 높은 신뢰성을 동시에 갖춘 구조다.

다양한 형태로 제작된 ‘블룸 패턴(bloom pattern)’ 오리가미 종이 모델. 얇은 원판을 접어 꽃잎처럼 부드럽게 펼칠 수 있는 새로운 구조로, 단순하면서도 안정적인 전개가 가능하다. 이러한 특성은 우주 망원경, 태양전지판, 안테나 등 우주 장비에 활용될 수 있으며, 지상에서도 임시 구조물이나 로봇 부품 설계에 응용할 수 있다. [사진=Brigham Young University]

수학적 모델과 실험 검증

연구팀은 블룸 패턴을 얇은 원판 위의 축대칭 크리즈(주름) 네트워크로 모델링했다. 기본 단위는 방사형으로 반복되는 산·골 주름 쌍과 그 사이의 부채꼴 각이다. 이 각도와 반복 개수(N), 방사 크리즈 간 간격을 매개변수로 두고, 접힌 상태에서의 완전 평탄 보관(플랫 폴딩)과 전개 시의 단자유도(one-DOF) 거동을 동시에 만족하는 조건을 유도했다. 평탄 보관을 위해 각 정점에서 교대 부채꼴 각의 합이 균형을 이루도록 하고(평탄 접힘 조건), 전개 과정에서는 패널을 강체로, 크리즈를 순응 힌지로 취급해 연속적 회전만으로 넓게 펼쳐지는 단일 구동 경로가 존재함을 보였다.

이때 가우스 곡률은 주로 원형·방사형 크리즈에 집중되고, 패널은 개발가능 곡면을 이루며 꽃잎 형태의 곡면 캡(cap)이 형성된다. 두께 수용(thickness accommodation)은 대칭 오프셋 크리즈와 힌지 폭 테이퍼링으로 처리해 전개 중 간섭과 걸림을 줄였다.

에너지 관점에서도 전개 경로가 단조(monotonic)로 이어지도록 힌지의 비틀림 스프링 모델을 적용해, 중간 단계에서의 잠김(snap-through)·역전개 위험을 낮췄다.

블룸 패턴의 수학적 원리와 실제 모형. 위쪽은 쐐기(Wedge)와 중심 다각형(Central Polygon)을 결합해 만든 주름 패턴(Crease Pattern) 도식이며, 아래쪽은 이를 종이에 적용해 제작한 물리적 모델이다. 요시무라(Yoshimura) 기반 패턴, 와이어-요시무라(Wire-Yoshimura), 미우라-와이어(Miura-Wire), 미우라-와이어-크림프(Miura-Wire-Crimp) 등 네 가지 유형의 변형 블룸 패턴이 제시됐다. 모든 패턴은 접힌 상태(Flat-Folded)와 펼친 상태(Developed) 모두에서 안정적 거동을 보였다. [사진=Brigham Young University /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A]

이 수학적·기계적 모델을 바탕으로 종이 모형과 3D 프린팅 플라스틱 시제품을 제작해 반복 전개 시험을 수행한 결과, 전개 단계에서의 좌굴·비틀림 누적 없이 목표 형상을 안정적으로 재현했다. 우주 임무에서 치명적인 단일 미스폴드 가능성을 줄였다는 점이 핵심 성과다. 연구 결과는 영국 왕립학회 학술지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A: Mathematical, Physical and Engineering Sciences 2025년호에 게재됐다.

우주와 지상을 잇는 응용 전망

블룸 패턴은 우주 장비에 우선 적용될 수 있다. 태양광 패널, 초대형 전파망원경, 심우주 탐사용 안테나 같은 장비는 접은 상태로 발사된 뒤, 수십 배로 전개돼야 한다. 블룸 패턴은 전개 메커니즘을 단순화하면서도 안정성을 높여 이런 장비에 적합하다.

지상에서도 활용 가능성은 넓다. 이동식 구조물, 긴급 재난 구조용 임시 거주지, 팝업 전개형 건축, 확장과 수축이 필요한 로봇 부품 등 다양한 영역에 적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가 새로운 블룸 패턴의 추가 발견과 두께·재료 특성 연구, 기계적 거동 분석으로 이어져, 우주와 지상을 아우르는 차세대 전개 구조 기술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고 논문: Zhongyuan Wang et al, Bloom patterns: radially expansive, developable and flat-foldable origami,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A: Mathematical, Physical and Engineering Sciences (2025). DOI: 10.1098/rspa.2025.0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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