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자동차 앞유리에 검은 벌레 두 마리가 엉겨 붙은 채 나타난다. 와이퍼를 작동해도 번진 자국만 남는다. 하루 사이, 수십 마리가 범퍼와 라디에이터 그릴 사이에 끼어 있다. 가까이 보면 두 마리가 꼬리를 붙인 채 떠다니고 있는데, 공중에서 짝짓기를 하며 날아다니는 특이한 모습은 때로 불쾌감을 유발한다.
이 곤충이 바로 러브버그(lovebug)다. 특히 미국 남부에서는 봄과 가을마다 대량으로 출몰하며 운전자들의 골칫거리가 되곤 한다. 그런데 생태학자들은 이 불청객을 ‘익충’이라고 부른다. 대체 왜일까?

유충 시기의 생태적 가치 – 지하에서 활동하는 토양 청소부
러브버그는 성충보다는 유충 시절에 훨씬 중요한 생태적 역할을 한다. 이 곤충의 유충은 흙 속에서 썩은 낙엽, 죽은 풀, 동물 배설물 등을 먹고 자란다. 이는 곧 유기물 분해자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자연 생태계에서 죽은 식물과 동물의 찌꺼기를 분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토양 속 영양분이 순환되고, 다른 식물들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다.
즉, 러브버그 유충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태계의 기초를 돕고 있는 청소부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직접 목격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활동은 토양의 비옥도와 생물 다양성 유지에 필수적이다.
성충의 무해성 – 보기엔 불편해도 해는 없다
러브버그는 성충이 되어 공중에 떠다니는 시기가 매우 짧다. 평균 수명은 약 3~5일에 불과하며, 이 기간 동안에는 거의 먹지도 않고 번식에만 집중한다. 입 구조상 사람을 물거나 농작물을 갉아먹을 수도 없고, 질병을 옮기는 일도 없다. 일부 개체는 꽃꿀을 약간 섭취하기도 하지만, 꿀벌처럼 수분에 기여하는 정도는 미미하다.
문제는 대규모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주행 중 자동차에 달라붙으면 냄새가 나고, 시체의 단백질 성분이 자동차 도장에 부식성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로 인해 ‘해를 끼치는 곤충’이라는 인식이 생기지만, 실제로는 생태적 피해가 없는 것이다.
즉, 러브버그는 보기엔 불쾌할지 몰라도 위협은 없는 무해한 곤충이다.

익충의 기준 – 인간 기준이 아닌 생태계 기준
사람들은 종종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불편하지 않은 곤충을 익충이라 생각하지만, 과학적으로는 생태계 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가가 기준이다.
이는 생물학에서 ‘기능적 생태 지위(functional ecological niche)’라는 개념과 맞닿아 있다. 예를 들어, 농작물을 갉아먹는 곤충은 식생을 훼손하므로 해충으로 간주되지만, 꽃가루를 옮겨 수분을 돕는 곤충이나 죽은 유기물을 분해하는 곤충은 생태계 순환에 기여하므로 익충으로 분류된다.
이 과학적 정의에 따르면, 러브버그(Plecia nearctica)는 분명히 익충에 속한다. 성충 러브버그는 짝짓기 후 짧은 기간 동안 활동하며 사람의 음식이나 건물을 오염시키지도 않고, 유충은 썩은 잔디, 낙엽, 동물의 배설물 등을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만든다. 이는 토양 유기물의 분해와 재순환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이다. 이처럼 러브버그는 1차 소비자 또는 분해자(decomposer)로서 생물지구화학적 순환에 기여하는 생물이다.
다만, 이들의 생태적 유익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느끼는 체감은 다를 수 있다. 대량으로 출현해 자동차 유리에 들러붙거나, 옷과 얼굴에 붙는 등 ‘물리적 불쾌감’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부 언론이나 사람들은 러브버그를 해충처럼 여기기도 하지만, 과학적 분류상 이들은 ‘불편한 익충’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생태계 기준과 인간의 심리적 기준은 다를 수 있으며, 이 두 관점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 ‘보기 싫은 익충’, 그러나 생태계에는 필요하다
러브버그는 다소 보기엔 불쾌하고, 불편함을 줄 수 있지만, 생태학적 관점에서 보면 분해와 순환에 기여하는 중요한 구성원이다. 결국 우리가 곤충을 판단할 때는 인간 중심적 시선이 아니라 그 곤충이 자연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러브버그는 그저 우리와 충돌하는 방식이 보기 싫을 뿐, 생태계에는 없어선 안 될 조용한 조력자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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