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사람, 장내 미생물도 다르다…체중과 대사 건강을 가르는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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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사람의 장에는 수천 종의 미생물이 공존한다. 이 미생물들은 음식 분해를 돕는 수준을 넘어, 체중 조절과 혈당 반응, 혈중 지질 대사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최근 연구들은 장내 미생물 구성이 비만과 제2형 당뇨병, 심혈관 질환 위험과 연결돼 있음을 반복해서 보여왔다. 문제는 이 미생물 가운데 어떤 종이 실제로 건강한 상태와 가장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지, 일관된 기준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 질문을 정면으로 다룬 대규모 분석 연구가 2025년 Nature에 발표됐다. 미국과 영국 성인 3만 4천694명의 장내 미생물 데이터와 식습관, 대사 건강 지표를 동시에 분석해, 개별 미생물 종을 건강과의 연관성에 따라 체계적으로 순위화한 연구다.

661종 비교···장내 미생물·대사 건강 연관 양상

연구진은 장내 미생물 가운데 개체 간 비교가 가능한 661종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이때 사용된 ‘종’은 전통적인 배양 기반 분류가 아니라, 장내 미생물의 유전체 서열을 바탕으로 묶은 종 수준 유전체 단위다. 동일한 유전적 특징을 공유하는 미생물들을 하나의 단위로 묶는 방식으로, 기존에 이름이 붙은 균뿐 아니라 기능이나 생리적 역할이 충분히 규명되지 않은 미생물도 포함된다. 이를 통해 장내 미생물 생태계 전반을 보다 포괄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다.

ZOE PREDICT 연구 개요와 장내 미생물–대사 건강 연관성
(a)는 영국과 미국에서 진행된 ZOE PREDICT 연구의 코호트 구성과 참가자 특성을 보여준다. 각 집단의 참여 인원, 성별 비율, 장내 미생물 분석 수준, 연령과 체질량지수 분포가 함께 제시돼 있어 연구가 대규모 자료를 기반으로 했음을 나타낸다.
(b)는 장내 미생물과 대사·식이 지표 사이의 연관성을 비교한 결과다. 점 하나는 하나의 미생물 종을 의미하며, 여러 코호트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된 연관성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준다. 그래프 오른쪽 위에 위치한 미생물일수록 대사 건강 지표와의 연관성이 일관되게 나타난 경우다. [자료=Nature (2025)]

각 참가자에 대해 연구진은 장내 미생물 구성과 함께 체질량지수, 공복 혈당, 식후 혈당 반응, 중성지방, 당화혈색소 등 심혈관·대사 건강을 반영하는 여러 지표를 동시에 수집했다. 이후 머신러닝 기반 회귀 모델을 적용해, 개별 미생물 종의 상대적 풍부도가 각 건강 지표와 어떤 방향으로, 어느 정도 강도로 연관되는지를 계산했다. 단일 지표가 아니라 여러 대사 지표를 함께 고려함으로써, 특정 미생물이 전반적인 대사 상태와 연결되는 경향을 평가했다.

이 분석 결과를 종합해 연구진은 건강 지표와 일관되게 긍정적인 연관성을 보인 미생물 50종과, 반대로 불리한 연관성을 보인 50종을 선별했다. 모든 미생물에는 0에서 1 사이의 점수가 부여됐으며, 이는 건강 지표와의 연관성을 요약한 값이다. 점수가 낮은 미생물일수록 낮은 체질량지수, 안정적인 혈당 반응, 유리한 지질 대사 지표와 함께 나타나는 경향이 강했고, 점수가 높은 미생물은 그 반대의 대사 특성과 더 자주 동반됐다. 이를 통해 장내 미생물 구성과 대사 건강 사이의 연관 양상이 개별 종 수준에서 정리됐다.

사람의 장에는 수백 종의 미생물이 공존하며, 이들 구성의 차이가 대사 건강과 함께 변하는 양상이 관찰됐다.

체중·질환 유무에 따라 미생물 조합 차이

이 순위는 실제 체중 상태와 분명하게 연결돼 있었다. 연구진은 별도의 하위 분석에서 약 5천348명의 건강한 참가자를 정상 체중, 과체중, 비만 세 그룹으로 나눠 비교했다.

그 결과 정상 체중군은 비만군에 비해, 건강 친화적으로 분류된 상위 50개 미생물 종을 평균적으로 5.2종 더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반대로 비만군에서는 건강에 불리한 미생물 종의 상대적 비율이 높았다. 연구진은 이 결과가 단일 미생물의 영향이라기보다, 여러 미생물이 함께 구성하는 조합 차이에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질환 상태에 따른 비교에서도 같은 패턴이 확인됐다. 심혈관 질환이나 대사 질환이 없는 대조군은 건강 친화적인 미생물이 더 풍부했고, 질환을 가진 참가자들은 불리하게 분류된 미생물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특정 질병 하나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전반적인 대사 건강 상태와 장내 미생물 구성이 함께 움직인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비만인에서는 정상 체중인보다 건강과 연결된 장내 미생물이 평균적으로 적고, 대신 대사 지표와 불리하게 연관된 미생물이 더 많이 나타나 대사 건강 위험이 높은 상태와 함께 관찰됐다.

식단 개입 실험에서 나타난 실제 변화

연구는 관찰 분석에 그치지 않고, 식단 개입에 따른 미생물 변화를 함께 분석했다. 연구진은 두 개의 독립된 임상 연구 데이터를 활용했다. 하나는 개인 맞춤형 식단 프로그램을 적용한 연구였고, 다른 하나는 프리바이오틱 혼합 보충제를 섭취한 연구였다.

두 연구 모두에서 식단 개입 이후 장내 미생물 구성에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났다. 건강에 유리한 미생물 종은 증가했고, 불리한 미생물 종은 감소했다. 특히 상대적 변화 폭이 컸던 미생물로는 유제품 섭취와 관련된 비피도박테리움 애니말리스, 채식 식단과 연관된 라크노스피라과 계열 미생물, 루미노코쿠스 호미니스 등이 포함됐다.

연구진은 이들 미생물이 이전 연구에서 채식 또는 식물성 식단과 연관돼 보고된 바 있으며, 이번 분석에서는 실제 식단 개입 후 상대적 풍부도가 증가한 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건강 지표와 강하게 연관된 미생물 가운데는 기존에 기능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거나, 종 수준으로만 분류돼 연구가 부족했던 미생물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이번 연구는 관찰 연구로, 특정 미생물이 질병을 직접 유발하거나 예방한다고 결론내릴 수는 없다. 다만 3만 명이 넘는 데이터를 이용해 장내 미생물 개별 종을 동일한 기준으로 정량화하고, 대사 건강 지표와의 연관성을 체계적으로 비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분석을 통해 장내 미생물 구성과 건강 상태 사이의 연관 양상이 구체적인 데이터로 정리됐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Francesco Asnicar et al, Gut micro-organisms associated with health, nutrition and dietary interventions, Nature (2025). DOI: 10.1038/s41586-025-09854-7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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