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성 지방군 생쥐, 종양 최대 50% 빨리 증가
- 항암 면역세포 IFN-γ 생성 60% 감소
같은 고지방 식단이라도 지방의 종류에 따라 암에 대한 면역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프린스턴대학교 루트비히 암연구소(Ludwig Cancer Research) 연구진은 동물성 지방이 면역세포의 항암 기능을 억제해 암 성장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반면, 올리브유·팜유·코코넛오일 등 식물성 지방은 동일한 비만 상태에서도 면역 기능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비만 자체’가 암 위험을 높인다는 기존 인식을 넘어, 어떤 지방을 섭취하느냐가 면역계의 항암 능력에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는 점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암 예방과 치료 과정에서 식이 지방 조성에 주목해야 한다며, 식단 개입(dietary intervention)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동물성 지방이 면역세포 에너지 대사 방해
연구팀은 칼로리가 동일한 고지방 식단을 생쥐에게 급여하되, 지방의 출처를 동물성(버터, 라드, 소기름)과 식물성(팜유, 올리브유, 코코넛오일)으로 나눠 비교 실험을 진행했다. 모든 실험군은 일정 기간 후 비만 상태에 이르게 한 뒤, 대장암과 흑색종 등 종양세포를 이식해 암의 성장 속도를 관찰했다.
그 결과, 동물성 지방을 섭취한 생쥐의 면역세포 내부에서는 장쇄 아실카르니틴(long-chain acylcarnitines)이라는 유해 대사산물이 축적됐다. 이 물질은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손상시켜, 세포독성 T세포(CTL)와 자연살해세포(NK cell)의 에너지 대사를 억제했고, 이로 인해 암세포 공격 능력이 떨어졌다. 특히 인터페론 감마(IFN-γ) 생성도 저해돼,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능력이 전반적으로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식물성 지방을 섭취한 생쥐에서는 유해 대사산물이 거의 생성되지 않았고, 면역세포의 항암 기능도 유지됐다. 특히 팜유를 섭취한 그룹에서는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c-Myc 유전자 활성이 증가해, NK세포 기능이 더 활발히 유지되는 양상이 관찰됐다.
비만보다 중요한 건 지방의 종류
연구를 이끈 리디아 린치(Lydia Lynch) 교수는 “이번 실험은 지방 축적량보다 지방의 출처가 종양 성장과 면역 반응에 훨씬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같은 비만 상태에서도 동물성 지방은 항암 면역을 억제하고 종양 성장을 가속화한 반면, 식물성 지방은 면역세포의 기능 저하를 유발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또한, 비만한 사람으로부터 채취한 인간 NK세포에서도 유사한 대사 장애와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가 관찰됐다고 밝혔다. 이는 실험 결과가 동물 모델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사람에게도 적용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암 치료 시 식단 조절, 면역 유지에 중요
이번 연구는 기존의 ‘비만이 암 위험을 높인다’는 프레임을 확장해, 면역세포 기능 저하의 원인을 구체적인 식이 성분 수준에서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2016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체지방 증가가 유방암, 대장암, 간암 등 13개 이상 암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모든 지방이 동일하게 작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제시하며, 지방의 종류에 따라 암 면역 반응이 달라진다는 과학적 근거를 추가했다. 특히 항암 치료 중이거나 비만 상태에 있는 환자의 경우, 식단 내 지방 조성에 따른 면역력 변화가 치료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식이 개입 전략의 임상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제언으로 이어졌다.
린치 교수는 “지방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어떤 지방이 면역세포를 약화시키는지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식단을 조절하는 간단한 전략이 암 치료의 보조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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