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뒷면에서 찾은 물의 흔적···창어 6호가 가져온 2g의 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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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달의 뒷면에서 채취한 먼지 속에 태양계 초기의 흔적이 발견됐다. 중국의 달 탐사선 창어(嫦娥) 6호가 회수한 시료에서 수분을 함유한 희귀 운석 조각이 검출된 것이다. 이번 분석 결과는 물과 유기물이 지구와 달에 어떻게 도달했는지를 설명할 새로운 단서를 제시하며, 10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달 먼지에서 발견된 외래 물질

창어 6호는 2024년 6월,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에서 시료를 채취해 지구로 귀환했다. 채취 지점은 남극 인근의 아폴로 분지 남서부로, 충돌과 화산 활동이 반복된 복합 지질 구역이다. 중국 국가항천국(CNSA)은 이곳의 표토 일부를 밀봉 상태로 회수했고, 이후 국제 공동연구진이 시료 2g을 분석했다.

달은 지구보다 더 완전한 ‘우주의 충돌 기록 보관소’다. 대기가 없는 달 표면에 남은 미세 입자들은, 물과 유기물이 지구와 달에 어떻게 도달했는지를 재구성할 요소들을 제공한다.

연구팀은 그 안에서 지름 수 마이크로미터(1μm)의 미세 입자 7개를 검출했다. 정밀 분석 결과, 이 입자들은 ‘탄소질 콘드라이트(CI형 운석)’ 계열로 확인됐다. 탄소질 콘드라이트는 휘발성 물질이 풍부한 소행성에서 유래하며, 물·탄소·유기물을 모두 포함한다. 그러나 이 물질은 구조가 취약해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면 대부분 타버린다. 달에는 대기가 거의 없어 이러한 입자들이 충돌 당시의 상태로 남을 수 있다.

연구진은 철(Fe), 망간(Mn), 아연(Zn) 등의 원소 비율을 통해 이 입자들이 달 암석과 다른 기원을 지닌 외래 물질임을 확인했다. 미세 구조 관찰에서는 표면이 녹았다가 급속히 응고된 흔적이 드러나 충돌 시 고온에 노출된 이력이 뚜렷했다.

산소 동위원소가 밝힌 외래 운석의 정체

분석의 핵심은 산소 동위원소 비율 측정이었다. 연구진은 2차 이온 질량분석기(SIMS)를 사용해 세 가지 산소 동위원소(16O, 17O, 18O)의 비율을 정밀 측정했다. 이 조성값이 CI형 탄소질 콘드라이트의 산소 지문과 완벽히 일치하면서, 시료가 달 내부에서 만들어진 암석이 아니라 태양계 초기에 형성된 외부 소행성에서 유입된 물질임이 확인됐다.

창어 6호가 회수한 달 시료에서 관찰된 감람석(올리빈) 조각의 주사전자현미경(BSE) 이미지.
(A) 시료 S3552-236: 감람석(Ol), 트로일라이트(Tro), 메소스테시스(Mesostasis)가 관찰됨.
(B) 시료 S3637-001: 감람석(Ol) 결정과 트로일라이트(Tro), 메소스테시스 조직이 보이며, SIMS 분석 위치 표시.
(C) 시료 S3634-026: 감람석(Ol), 휘석(Py), 스피넬(Sp), 트로일라이트(Tro), 메소스테시스가 공존하는 조직.
눈금선: 50–100㎛.
[사진=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중국과학원 지질학·지구물리학연구소는 “달 시료에서 CI형 운석의 산소 조성이 확인된 것은, 휘발성 물질이 풍부한 소행성들이 과거 지구와 달에 반복적으로 충돌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런 소행성들은 수분과 유기물을 포함하고 있어, 태양계 형성 초기의 물질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핵심 자료로 평가된다.

달 표면은 대기가 거의 없어 운석이 충돌하더라도 입자들이 변형되지 않은 채 남는다. 지구에서는 비·바람·산화 작용으로 이런 흔적이 사라지지만, 달에서는 수십억 년 동안 그대로 보존된다. 충돌 당시의 미세한 파편과 외래 물질이 층을 이루어 쌓이면서, 표토는 일종의 천문학적 기록층이 된다.

연구진은 “달의 표토는 단순한 먼지가 아니라, 태양계 물질 순환의 역사를 압축한 지질 아카이브”라며 “각 층마다 다른 시대의 충돌 흔적이 남아 있어, 이를 분석하면 행성 간 물질 교환의 과정을 시간 순서대로 복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구와 달의 수분 분포를 다시 해석

이번 연구를 통해 지구와 달이 받아온 외래 물질의 구성을 직접 비교할 수 있게 됐다. 지구에서는 대기권 진입 시 운석이 대부분 소멸하지만, 달은 대기가 희박해 충돌 흔적이 손상되지 않는다. 이 차이 덕분에 달 시료는 태양계 내부에서 이동한 물질의 실제 분포를 보여주는 표준 자료로 평가된다.

달의 뒷면 표면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이미지. 창어 6호가 회수한 시료는 이와 유사한 미세한 입자층에서 채취됐다. [사진=Midjourney 생성 이미지]

CI형 콘드라이트는 달 표면에 쌓인 외래 입자 중에서도 휘발성 성분이 많은 물질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 운석류가 과거 지구와 달로 수분을 운반했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러한 미세 입자들이 초기 행성 환경을 형성한 원소적 흐름을 복원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의 뒷면 시료는 단순한 충돌 흔적을 넘어, 태양계 형성기 물질 교환의 실제 경로를 보여준다. 창어 6호가 회수한 2g의 먼지 속에는 수십억 년 전, 물이 소행성을 거쳐 행성으로 이동하던 과정을 입증하는 미세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조 논문: Jintuan Wang et al, Impactor relics of CI-like chondrites in Chang’e-6 lunar sample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25). DOI: 10.1073/pnas.2501614122

자료: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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