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이섬유 섭취량 증가 시 대장암 위험도 감소, 통곡물 효과 뚜렷
- 변비 완화, 비만 억제, 장내 미생물 개선 등 예방
패스트푸드나 가공식품처럼 식이섬유는 부족하고 열량만 높은 음식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대장암이 대표적인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그렇다면 이 주장은 실제로 어느 정도 근거가 있을까?
2011년, 영국 의학 저널 BMJ에 발표된 대규모 메타분석에서는 식이섬유 섭취와 대장암 발생 사이의 연관성을 다룬 25개 연구를 종합해 분석했다. 단일 연구의 한계를 보완하고 보다 신뢰도 높은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여러 데이터를 통합해 분석하는 방식이다.
데이터 분석 결과 하루 식이섬유 섭취량이 10g씩 늘면 대장암 위험도는 10%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롭게도 식이섬유 섭취 음식에 따른 차이도 있었는데, 통곡물과 연관성이 가장 분명하게 나타났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식이섬유가 많은 현미나 잡곡밥이 좋다는 이야기다.

혈당을 천천히 올리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켜 대사 건강과 체중 조절에 도움을 준다.
장내 미생물의 먹이가 되어 단쇄지방산을 생성하고, 항염·항암 환경 조성에 기여한다.
하지만 이런 연구의 대부분이 모든 변수를 통제한 임상 시험이 아니라 관찰 연구에 기반해 있다는 사실에 주의할 필요는 있다. 인간은 수명이 매우 긴 동물이며 보통 암은 노년층에 주로 발생한다. 안 좋은 식이 패턴에 의해 암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50-60년이 걸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임상 실험 목적으로 인간의 일생을 통제할 순 없으니 대부분의 연구는 어떤 음식을 먹는지 조사하는 영양 설문 조사에 의존한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있긴 해도 상당 부분 개인의 기억에 의존해야 하는 단점은 피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이런 영양 역학 조사들은 아주 높은 수준의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한다. 관찰 연구라도 흡연과 폐암처럼 노출 정도를 비교적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고 위험 요소에 노출된 사람과 아닌 사람의 발병률이 큰 차이가 나면 자신 있게 결론을 주장할 수 있지만, 영양 역학 조사들은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관찰연구라고 해도 여러 번의 연구에서 비슷한 결론이 나오고 이것을 설명할 수 있는 기전이 인체 및 동물연구, 기타 실험 연구에서 뒷받침된다면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 주장이 될 수 있다.
2023년 발표된 한 우산 리뷰 (umbrella review, 메타 분석을 다시 종합해 분석하는 것)에서는 식이섬유와 여러 암의 연관성을 다시 분석했다. 11개 메타 분석을 다시 분석한 결과에서 연구팀은 식이섬유 섭취가 높은 사람에서 식도암, 간암, 대장암, 직장암, 대장 선종, 유방암, 자궁내막암, 난소암, 전립선암, 췌장암 위험도가 낮을 수 있다는 (probable) 수준의 증거를 확인했다. 식이 섬유가 모든 암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만암 통치약은 아니지만, 섭취가 많은 사람에서 대장암과 다른 암의 발생 위험도가 낮다는 주장을 지지하는 결과다.

2011년 BMJ 메타분석에 따르면 식이섬유 섭취량이 하루 10g 증가할 때 대장암 위험은 약 10% 감소한다.
대장암 같은 특정 암과 식이섬유의 역 상관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연구 결과는 몇 가지 더 존재한다. 인체 및 동물 실험과 실험실 연구를 통해 식이섬유 섭취가 대장암 발생 위험도를 낮출 가능성이 있는 기전들을 발견한 것이다. 대표적인 기전은 식이섬유가 물을 흡수해 대변의 양을 늘리고 장의 움직임을 촉진해 대변을 빨리 나오게 하는 것이다.
식이섬유 섭취가 변비를 완화하고 배변을 촉진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어렵지 않기 때문에 믿을 만한 과학적 증거가 충분하다. 2-4주 정도만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해도 변비 증상을 많이 줄일 수 있다. 이렇게 변의 부피를 늘리고 배변을 촉진하는 점 때문에 대변 속에 있는 발암 물질과 장 점막의 접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 암 예방 기전으로 생각된다.
두 번째 기전은 암의 중요한 위험 요소 중 하나인 비만을 억제하는 효과다. 기본적으로 부피는 크고 열량은 큰 특징 때문에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나 통곡물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반면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는 대개 식이섬유가 적고 열량은 많아 비만의 원인이 된다. 비만은 대장암은 물론 다른 여러 암의 위험도를 높이는 주요 인자다. 식이섬유 섭취량이 많은 사람에서 다른 암의 발생 비율이 낮다는 연구에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세 번째 기전은 장내 미생물이 식이섬유를 분해해 생성하는 짧은 사슬 지방산(short-chain fatty acids, SCFA)이다. SCFA가 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명확히 정립되진 않았지만, 2022년에 발표된 메타분석에서는 대장암 환자의 대변에서 아세트산, 프로피온산, 부티르산 등 주요 SCFA의 농도가 유의하게 낮다는 사실이 보고되었다. SCFA 수치가 낮은 집단은 대장암 위험이 약 두 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부티르산과 아세트산의 감소가 특히 뚜렷했다. SCFA는 항암 및 항염 작용을 나타내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네 번째 기전은 담즙산(bile acids)의 대장 점막과의 접촉을 줄이는 기전이다. 담즙은 지방 소화에 필수적이지만, 장 점막에 오랫동안 머무를 경우 세포 독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이섬유는 수분을 흡수하여 대변의 부피를 늘리고 장의 연동운동을 촉진함으로써 배변을 원활하게 하고, 담즙산이 점막과 접촉하는 시간을 단축시켜 이와 같은 독성 노출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마지막 기전은 장내 미생물 생태계의 조절이다. 식이섬유는 유익한 미생물의 먹이가 되어 이들의 증식을 돕고, SCFA의 생산을 증가시키며, 담즙산의 독성 전환도 억제하는 효과를 낸다. 장내 미생물 환경이 다양하고 안정될수록 해로운 대사산물의 생성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식이섬유는 유익균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작용해 미생물 다양성을 높이고,
짧은 사슬 지방산(SCFA) 생성과 함께 황화수소 같은 유해 대사산물 생성을 억제한다.
예를 들어, 황화수소(hydrogen sulfide)는 일부 장내균이 단백질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생성하는 유해 물질로, 대장 점막에 손상을 주고 대변 및 가스의 악취 원인 중 하나다. 충분한 식이섬유 섭취는 배변을 촉진해 이 같은 물질이 장에 머무는 시간을 줄이고,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증가시켜 황화수소 생성량을 상대적으로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외에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장내 미생물은 대장암 위험에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여러 기전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을 종합하여, 세계 암 연구 기금(World Cancer Research Fund)과 미국 암 연구소(American Institute for Cancer Research)는 식이섬유를 포함한 식사가 대장암 예방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 있는(probable)’ 수준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은 대장암과 몇 가지 다른 암의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식이섬유가 정말 암 예방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의 답은 ‘그렇다’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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