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정의 의학노트] 비타민C 이야기⑤ 비타민 C 미세먼지 해독 효과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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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비타민 C나 이를 풍부하게 함유한 감귤, 유자 같은 과일이 감기에 좋다는 이야기는 오랜 속설이자 널리 퍼진 믿음이다. 지난 칼럼에서 다뤘듯, 비타민 C는 면역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결핍 상태가 아니라면 비타민 C 섭취가 감기를 예방하거나 치료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근거는 제한적이다.

다만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일에는 건강에 유익한 식이섬유와 다양한 미네랄이 함께 들어 있어, 감기에 걸렸을 때뿐 아니라 평소에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권장된다. 그리고 이 원칙은 ‘미세먼지’에 대해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세먼지나 대기오염이 심할 때 삼겹살처럼 기름진 음식이 좋다는 속설이 있지만, 실제로는 미세먼지 속 유해 물질 상당수가 지방에 잘 녹는 성질, 즉 지용성을 띠고 있다. 이 때문에 고지방 음식 섭취는 오히려 유해 물질의 체내 흡수율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미세먼지가 심한 날 충분한 수분 섭취와 함께 과일과 채소 섭취를 권장하는 데에는 나름의 과학적 근거가 있다.

미세먼지가 대기에 정체되면서 도시 전경이 흐릿하게 보인다. 초미세먼지는 폐 깊숙이 침투해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미세먼지 가운데 입자 크기가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인 미세먼지(PM10)는 주로 상기도와 기관지에 달라붙어 호흡기를 자극하고 염증을 유발한다. 반면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초미세먼지(PM2.5)는 더 깊숙이 침투해 폐포에 있는 대식세포를 자극하고, 폐를 넘어 혈관을 따라 전신으로 이동할 수 있어 보다 광범위한 전신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미세먼지에는 철, 니켈, 구리 같은 금속 성분이나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등 유기 화합물이 포함된 경우가 많다. 이들은 활성산소(ROS) 생성을 촉진해 체내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킨다. 그 결과 글루타치온이나 비타민 C·E와 같은 항산화 방어 체계의 소모 속도가 빨라진다. 항산화 방어 능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염증을 제대로 억제하지 못해 정상 세포와 조직에 대한 손상이 커질 수 있다. 여기에 초미세먼지에 의해 자극된 대식세포와 다른 면역 세포들이 IL-6, IL-1β, TNF-α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된다.

보충제 형태의 비타민 C는 미세먼지로 증가하는 산화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역할은 있지만, 해독제처럼 작용한다는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이런 맥락에서 일부 과학자들은 항산화·항염증 성질을 지닌 비타민 C를 보충하면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설을 세웠다. 그리고 실제로 일부 실험에서는 긍정적인 결과가 관찰됐다. 호주 시드니 공과대학교(UTS)와 울콕 의학연구소(Woolcock Institute of Medical Research) 연구팀은 쥐를 이용한 동물 모델과 인간 폐세포를 활용해 초미세먼지(PM2.5)에 대한 비타민 C의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 결과, 초미세먼지는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에서 활성산소 생성을 촉진해 미토콘드리아를 조각내거나 손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비타민 C를 투여하자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가 감소했고, 항산화 효소(SOD2, GPX 등)가 회복되면서 미토콘드리아가 보호되는 효과가 관찰됐다. 즉, 비타민 C가 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 손상을 방어할 잠재력이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그러나 아쉽게도 비타민 C 보충제가 대기오염으로 인한 실제 인체의 호흡기 질환이나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춘다는 확실한 임상적 증거는 아직 부족하다. 2024년 발표된 메타분석(18개 연구 종합)에서도 비타민 C 보충제가 대기오염으로 인한 심혈관 질환 위험을 유의미하게 낮춘다는 결론에는 이르지 못했다.

현재까지의 연구를 종합하면, 고용량 비타민 C가 미세먼지의 해독제라는 증거는 충분하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비타민 C가 필요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체내 비타민 C가 고갈되거나 부족한 상태에서는 미세먼지로 인한 염증 반응이 훨씬 심해질 수 있다. 추가 섭취로 큰 이득이 없다고 해도, 결핍은 분명한 위험 요인이다. 특히 미세먼지가 심한 환경에서는 그 취약성이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결국 미세먼지가 심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스크 착용, 야외 활동 자제, 외출 후 세정, 충분한 수분 섭취 같은 기본 수칙이다. 여기에 항산화 물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평소에 잘 챙겨 먹는 습관이 더해진다면 도움이 된다. 다소 뻔하게 들릴 수 있지만, 현재 과학이 제시하는 가장 확실한 답은 여전히 여기에 가깝다.

🌫️😷📌 3줄 요약.

  • 비타민 C는 미세먼지로 증가하는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에 대응하는 항산화 물질이다.
  • 하지만 비타민 C 보충제가 미세먼지로 인한 질병 위험을 낮춘다는 확실한 임상 근거는 아직 없다.
  • 미세먼지 대응의 핵심은 결핍을 피하고 기본 수칙과 함께 과일·채소를 통한 항산화 영양 섭취를 유지하는 것이다.

📚🍋🍊 참고 문헌.

  1. Lim EY, Kim G-D. Particulate Matter-Induced Emerging Health Effects Associated with Oxidative Stress and Inflammation. Antioxidants. 2024;13(10):1256.
  2. Bai X, Feng M, Kim RY, et al. Vitamin C attenuates low-level PM2.5 exposure-induced lung inflammation and mitochondrial loss. Environment International. 2025;206:109929.
  3. Ilaghi M, Kafi F, Shafiei M, et al. Dietary supplementations to mitigate the cardiopulmonary effects of air pollution toxicity: A systematic review of clinical trials. PLOS ONE. 2024;19(6):e030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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