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정의 의학노트] 비타민C 이야기④ 비타민 C가 호흡기 감염 막아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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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듯, 비타민 C는 우리 몸의 면역 기능에 다각도로 관여하는 필수 물질이다. 따라서 비타민 C 섭취가 극도로 부족할 경우 면역 체계가 무너져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해지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또한 감염병에 걸리면 체내 비타민 C 소모량이 급격히 늘어난다는 사실도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과학자들이 ‘비타민 C를 추가로 투여하면 감염병을 예방하거나 치료 경과를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가설을 세운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실제로 감기에 대한 비타민 C의 예방 및 치료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수많은 임상시험이 진행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루 권장량(75~90mg)을 훨씬 웃도는 200mg, 혹은 1,000mg 이상의 고용량 비타민 C를 복용하더라도 큰 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하루 1g 이상의 고용량 복용이 감기의 지속 기간이나 중증도를 다소 낮춰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는 하지만, 단순 감기로 인해 심각한 합병증을 겪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위해 매일 고용량 비타민 C를 섭취하는 것을 일반적인 지침으로 권장하기는 어렵다.

비타민 C는 감기 회복을 약간 돕는 역할은 할 수 있지만, 고용량 복용이 감기 예방이나 치료의 결정적 해법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축적되고 있다. [사진=midjourney 생성 이미지]

물론 예외도 있다. 소수지만 마라톤 선수나 스키 선수, 혹은 혹한기 훈련을 받는 군인처럼 단기간에 극심한 신체적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비타민 C 복용이 감기 발생률을 절반 가까이(약 50%) 줄여준다는 결과도 있었다. 다만 이 주장을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2023년에 발표된 메타분석에서도 하루 1g의 비타민 C 섭취가 감기의 중증도를 약 15% 감소시킨다고 보고되었으나, 대다수의 사람에게 발생하는 경증 감기에는 임상적으로 큰 이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일과 채소 섭취는 적극 권장하지만, 감기 유행철이라고 해서 영양제로 고용량을 섭취하는 것을 굳이 권장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이러한 경향은 더 심각한 호흡기 감염이나 독감에서도 마찬가지다. 비타민 C 보충제는 급성 호흡기 감염(ARI)의 예방이나 증상 완화에 있어 매우 미미한 효과(약 4%)만을 보였다. 중증 호흡기 감염병이 주로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노인층에서 발생하는 점을 감안하면, 건강한 성인보다는 영양 결핍이 있는 환자군에서 보충제의 효과가 더 클 것으로 기대할 수 있으나, 아연, 비타민 D, 비타민 C와 같은 면역 관련 미량 영양소들은 연구 결과 큰 효과가 없거나 경과를 약간 개선하는 수준에 그쳤다.

비타민 C가 함유된 레몬 허브티는 감기 증상이 있을 때 따뜻한 수분 섭취용으로 좋다.

중환자실 입원이 필요한 중증 감염병 역시 결과는 비슷했다. 일부 무작위 대조군 연구(RCT)에서 고용량 비타민 C 요법이 염증을 완화하고 기계 호흡 기간을 줄이는 등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기도 했으나, 가장 중요한 지표인 사망률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중증 환자의 경우 체내 비타민 C 소모량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미미했던 이유는, 이미 병원에서 수액이나 경구 영양을 통해 필수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받고 있어 결핍에 의한 면역 저하가 크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흥미로운 점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마땅한 치료제가 없을 때 고용량 비타민 C 요법이 다시 주목받았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임상 연구에서 중증 코로나19 환자의 사망률을 낮추지 못한다는 결론이 내려졌고, 결국 표준 치료 요법에 포함되지 못했다.

현재 필자가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 특정 감염 질환의 생존율 향상을 위해 고용량 비타민 C 요법을 지지하는 공식 가이드라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2021년 패혈증 생존 캠페인(Surviving Sepsis Campaign 2021)’ 가이드라인에서는 낮은 근거 수준을 바탕으로 정맥 주사(IV) 비타민 C 사용을 반대하고 있다(For adults with sepsis or septic shock, we suggest against using IV vitamin C).

다만 이 모든 논의는 ‘비타민 C를 이미 충분히 섭취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성립된다. 입원 환자는 물론 수술 후 금식 중인 환자처럼 일반적인 식사가 불가능한 경우에도 주사제를 통해 비타민 C를 포함한 필수 영양소가 적절히 공급되어야 한다. 건강한 사람 역시 하루 75~90mg의 섭취가 권장된다.

비타민 C 섭취가 극도로 부족하면 감염병에 취약해질 뿐 아니라 생명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따라서 충분한 채소와 과일을 포함한 균형 잡힌 식단을 통해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 등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질병 예방의 핵심이다. 이미 질병에 걸린 환자에게도 이러한 균형 잡힌 영양 공급은 회복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

🍋🍊📌3줄 요약.

  • 비타민 C는 면역에 필수적이지만, 감기 예방이나 치료를 위해 고용량으로 추가 섭취해도 효과는 크지 않다.
  • 감기 지속 기간이나 증상을 약간 줄일 수는 있으나, 대부분의 사람에게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이득은 제한적이다.
  • 고용량 영양제보다 채소·과일을 통한 충분한 일상 섭취와 균형 잡힌 식단이 감염 예방의 기본이다.

📚🐰✨ 참고 문헌.

  1. Hemilä H, Chalker E (January 2013). “Vitamin C for preventing and treating the common cold”. The Cochrane Database of Systematic Reviews. 2013 (1) CD000980. doi:10.1002/14651858.CD000980.pub4. PMC 1160577. PMID 23440782.
  2.  Hemilä H, Chalker E (December 2023). “Vitamin C reduces the severity of common colds: a meta-analysis”. BMC Public Health. 23 (1) 2468. doi:10.1186/s12889-023-17229-8. PMC 10712193. PMID 38082300.
  3. Abioye AI, Bromage S, Fawzi W. Effect of micronutrient supplements on influenza and other respiratory tract infections among adult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BMJ Glob Health. 2021 Jan;6(1):e003176. doi: 10.1136/bmjgh-2020-003176. PMID: 33472840; PMCID: PMC7818810.
  4. Mahmoodpoor, A., Shadvar, K., Sanaie, S. et al. Effect of Vitamin C on mortality of critically ill patients with severe pneumonia in intensive care unit: a preliminary study. BMC Infect Dis 21, 616 (2021). https://doi.org/10.1186/s12879-021-06288-0
  5. Evans L, Rhodes A, Alhazzani W, et al. Surviving sepsis campaign: international guidelines for management of sepsis and septic shock 2021. Intensive Care Med. 2021;47(11):1181-1247. doi:10.1007/s00134-021-06506-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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