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정의 의학노트] 비타민C 이야기① 괴혈병이 알려준 귀중한 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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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비타민 C 혹은 아스코르브산(Ascorbic acid)은 인간이 체내에서 합성할 수 없는 필수 비타민으로, 반드시 음식으로 섭취해야만 한다. 우리 몸에 흡수된 비타민 C는 조직 손상을 복구하고 콜라겐을 합성하며, 신경전달물질 생성과 면역 시스템 기능 유지에도 사용된다. 또한 항산화 작용을 통해 체내 유해 물질을 제거한다.

이처럼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비타민 C가 심하게 부족해지면 괴혈병(Scurvy)에 걸릴 수 있다. 괴혈병은 잇몸에서 피가 나고 신체 곳곳에 멍이나 점상출혈이 생기며, 심한 경우 빈혈·출혈·부종 등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질환이다. 어린이에게서는 뼈 성장 장애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비타민 C는 수용성 비타민으로, 주로 감귤류 과일에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다. 대표적인 공급원은 레몬·오렌지·자몽·라임·키위·딸기·파프리카·브로콜리 등이다. [사진=Gemini 생성 이미지]

괴혈병은 오래전부터 존재한 것으로 추정된다. 히포크라테스 시대 기록에도 유사한 질병이 등장한다. 히포크라테스는 ‘일레오스 에만티스(ileos emantis)’라는 병명을 사용했으며, 잇몸에서 이가 분리되고 피가 난다는 표현을 남겼다. 이는 괴혈병의 전형적인 증상으로 해석된다. 고고학자들은 약 3,500년 전 파피루스에서도 비슷한 기록을 확인했다.

비타민 C가 결핍되면 우리 몸 조직의 주요 구성 성분인 콜라겐이 생성되지 않아 조직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특히 잇몸은 자극과 손상을 자주 받는 부위이기 때문에 괴혈병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으로 여겨져 왔다.

괴혈병 환자의 잇몸 사진
괴혈병은 비타민 C 부족으로 혈관을 지탱하는 콜라겐이 생성되지 않아 잇몸 출혈과 멍, 치아 탈락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비타민 C 보충만으로 빠르게 회복이 가능하다. [사진= 미국 CDC]

괴혈병이 본격적 사회 문제로 등장한 시기는 대항해 시대다. 이전의 항해는 해안선을 따라가며 수시로 보급을 받을 수 있었지만, 장거리 항해술과 대형 범선의 등장으로 선원들은 오랜 기간 신선한 식품 없이 보존식 위주로 생활해야 했다. 항해 시작 시에는 모두 건강했으나, 몇 달이 지나자 많은 선원들이 잇몸 출혈과 치아 탈락 증상을 보이며 사망했다. 마젤란의 세계 일주에서도 폭풍이나 전투보다 더 많은 선원이 괴혈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심한 경우 한 배에서 선원의 절반 이상이 희생되기도 했다.

당시 사람들도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항해 중간에 정박해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먹으면 회복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일부 선박에서는 과일이나 과일즙을 실어 나르기도 했다. 그러나 과학적 검증이 시작된 것은 1747년이었다.

제임스 린드의 초상화(Portrait of James Lind)
18세기 영국 해군 군의관으로, 최초의 임상실험을 통해 감귤류가 괴혈병을 예방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인물이다.

영국 해군 군의관 제임스 린드(James Lind)는 12명의 선원을 2명씩 나누어 서로 다른 식품을 제공한 후 괴혈병 발생 여부를 관찰했다. 그 결과 레몬 등 감귤류 과일즙을 섭취한 선원들에게서는 괴혈병이 나타나지 않았고, 이미 발병한 선원 역시 과일즙 섭취 후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라임과 레몬 주스의 높은 가격 때문에 영국 해군은 즉시 이를 도입하지 않았다. 이후 제임스 쿡의 남태평양 탐험에서 과일즙을 성공적으로 활용하면서 괴혈병 환자 없이 항해를 마쳤고, 이를 계기로 영국 해군의 기본 식단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특히 저렴한 라임주스를 대량 사용하면서 영국 해군은 ‘라이미(Limey)’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쿡은 절임 양배추(자우어크라우트)도 공급하여 과일뿐 아니라 채소도 괴혈병 예방에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일과 채소가 괴혈병을 예방한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졌지만, 비타민 C 자체가 발견된 것은 20세기 초였다. 1912년 폴란드 과학자 카시미르 폰크(Kazimierz Funk)는 미량 영양소 결핍으로 발생하는 질환(각기병, 괴혈병 등)을 설명하며 비타민(vitamine) 개념을 제안했다. 그보다 앞서 1907년 노르웨이의 악셀 홀스트(Axel Holst)와 테오도르 프롤리치(Theodor Frølich)는 기니피그 연구를 통해 블루베리 대신 밀가루만 주었을 때 괴혈병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대부분의 포유류는 비타민 C를 스스로 합성하지만, 기니피그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비타민 C 합성 능력을 잃어버렸다. 이 발견 덕분에 실험동물에서도 괴혈병 유발이 가능해졌고, 과학자들은 치료제 개발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다.

비타민 C의 분자 구조.
아스코르브산(C₆H₈O₆)의 분자 구조로, 항산화 기능과 콜라겐 합성에 핵심적으로 작용하는 형태를 나타낸다.

1928~1932년 헝가리 생화학자 센트죄르지(Albert von Szent-Györgyi)를 포함한 연구진은 항괴혈병인자(아스코르브산), 즉 비타민 C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분자식은 C6H8O6으로 규명되었다. 이어 1933년 영국의 호어스(Walter Norman Haworth)가 비타민 C 합성 방법을 개발했고, 인류는 비타민 C 결핍의 위험에서 사실상 해방되었다. 보관이 어렵고 값비싼 신선 과일 대신 비타민 C 알약만으로도 괴혈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공로로 센트죄르지와 호어스는 193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비타민 C에 대한 연구는 사실 이제 막 시작된 것일 뿐이었다.

📌 3줄 요약

  • 🟡🍋 비타민 C는 콜라겐 합성과 면역 유지에 필수이며, 부족하면 괴혈병으로 이어진다.
  • 🟠🍊 대항해 시대에는 신선한 식품 부족으로 선원들이 대량으로 사망했지만, 감귤류가 예방 효과를 갖는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 🟢🌿 20세기 비타민 C 분리와 합성에 성공하며 인류는 괴혈병의 위협에서 벗어났다.

📔 참고 문헌

  1. Maxfield L, Daley SF, Crane JS. Vitamin C Deficiency. 2023 Nov 12. In: StatPearls [Internet]. Treasure Island (FL): StatPearls Publishing; 2025 Jan–. PMID: 29630239.
  2. https://en.wikipedia.org/wiki/Vitamin_C
  3. https://en.wikipedia.org/wiki/Scurv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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