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칼럼에서 언급한 것처럼 비타민 C는 피부 손상과 노화를 어느 정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항산화 작용을 통해 자외선과 외부 자극에 의한 피부 손상을 줄이고 콜라겐 합성을 도와 피부 탄력을 유지하며 상처 회복에도 도움을 준다. 여기에 면역 기능을 유지하는 데도 많은 역할을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비타민 C가 피부 뿐 아니라 몸 전체의 노화를 늦추고 오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기대가 생기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생명체가 늙고 결국 죽게 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도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산화 스트레스가 노화 과정에 관여한다는 증거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활성산소(ROS)와 산화 스트레스는 DNA·단백질·지질 같은 세포 구성 성분을 손상시켜 세포 기능 저하와 함께 여러 노화 관련 변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비타민 C 같은 항산화 물질이 이를 어느 정도 완화해 노화를 늦출 가능성이 제기되었고, 실제로 많은 연구가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진행되었다.
예를 들어 1984년에 발표된 고전적인 동물 실험 연구에서는 쥐에게 고농도의 비타민 C(1,430mg/kg)를 투여했을 때 수명이 약 8.6% 증가하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이후에도 일부 동물 연구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보고되기는 했다. 그러나 동물 모델과 실험 조건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랐고, 후속 연구에서 일관되게 재현되지 못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이와 관련해 원인과 결과가 뒤바뀌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연구도 존재한다. 실험 동물로 흔히 사용되는 쥐는 인간과 달리 체내에서 비타민 C를 직접 합성할 수 있다. 그런데 쥐의 경우 이 합성 능력이 나이가 들면서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30개월 된 노령 쥐의 소변 내 비타민 C 농도는 6개월 된 젊은 쥐에 비해 약 98% 낮아 거의 검출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이렇게 체내 비타민 C 생성이 감소하면 심혈관 질환이나 대사 질환을 포함한 여러 노화 관련 변화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즉 비타민 C가 부족해 노화가 빨리 진행된 것이 아니라, 노화가 진행되면서 비타민 C 생성 능력이 감소했을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외부에서 비타민 C를 공급하면 일부 노화 관련 변화가 완화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이러한 생리적 차이가 동물 실험에서 나타나는 일부 긍정적 결과의 원인일 수 있다.
다만 노화에는 산화 스트레스만이 아니라 유전자 손상, 염증 반응, 대사 변화 등 다양한 기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항산화 물질 역시 비타민 C 하나만이 아니라 여러 물질이 함께 작용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비타민 C 단독 섭취가 노화를 크게 늦추거나 수명을 연장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실제 동물 연구 결과 역시 확실한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다면 인간에서는 어떨까? 쥐처럼 생존 기간이 짧은 동물에서는 수명과 노화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적 쉽게 분석할 수 있지만, 인간처럼 수명도 길고 식이 패턴을 인위적으로 조절하기 힘든 경우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경구 섭취량이나 비타민 보충제를 섭취한 경우 비타민 C와 사망률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들은 존재한다. 인간 연구는 주로 혈중 비타민 C 농도와 사망률의 관계를 분석하거나 비타민 C 섭취량과 건강 결과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코크란 연합(Cochrane Library)의 대규모 메타분석에서는 비타민 A, C, E, 셀레늄, 베타카로틴 등 항산화 보충제가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총 78개의 무작위 임상시험 결과를 종합한 이 연구에서는 항산화 보충제가 사망률을 낮춘다는 근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E, 고용량의 비타민 A는 사망 위험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편향 위험이 낮은 양질의 연구만을 따로 분석했을 때 이러한 경향이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물론 이는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들이 비타민 보충제를 더 많이 복용하는 경향 때문에 나타난 결과일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최소한 항산화 보충제가 노화를 늦추거나 사망률을 낮춘다는 명확한 근거는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연구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혈중 비타민 C 농도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조금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혈중 비타민 C 농도가 높은 사람에게서 사망률이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16년 동안 진행된 한 코호트 연구에서는 혈중 비타민 C 농도가 높은 사람에게서 전체 사망률이 낮게 나타났다.
하지만 이 역시 역인과성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건강 상태가 좋은 사람은 전반적인 영양 섭취 상태가 좋기 때문에 혈중 비타민 C 농도 역시 높게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거나 영양 섭취가 부족한 노인에게서는 비타민 C 농도가 낮게 측정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런 관찰 연구 결과만으로 비타민 C가 수명을 연장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종합하면 비타민 C는 항산화 기능과 면역 유지, 그리고 콜라겐 합성 등 여러 중요한 생리 과정에 필요한 필수 영양소이다. 따라서 충분한 섭취는 건강 유지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비타민 보충제나 주사제를 통해 추가적으로 비타민 C를 투여하는 것이 노화를 늦추거나 사망률을 낮춘다는 확실한 과학적 근거는 현재까지 충분하지 않다.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현재까지의 근거 수준을 고려하면 비타민 보충제보다 비타민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포함해 음식을 골고루 충분히 섭취하는 것을 적극 권장한다.
📚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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