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정의 의학노트]식이섬유 이야기⑤ 식이섬유, 정신 건강에도 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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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 식이섬유 섭취 많을수록 우울증 위험 ↓

식이섬유는 변비를 예방하고 체중 감량을 돕는 데 그치지 않는다.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줄이는 데도 기여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식이섬유의 또 다른 효능이 있다. 바로 정신 건강, 특히 우울증 예방과의 연관성이다. 최근 여러 연구에서 식이섬유 섭취가 많을수록 우울 증상이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2021년 발표된 한 메타분석은 97,023명이 참여한 9개의 연구를 종합해 분석했다. 그 결과, 식이섬유 섭취량이 가장 많은 집단은 가장 적은 집단에 비해 우울 증상 발생률이 약 24% 낮았다. 이와 유사한 경향은 단순한 관찰 연구뿐 아니라, 임상 실험에서도 나타났다. 2023년에 발표된 또 다른 메타분석에서는 총 18만 명 이상이 포함된 23개 연구를 분석해 동일한 결론에 도달했다.

이러한 결과는 해외 사례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국내 연구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관찰되었다. 이는 식이섬유 섭취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서구뿐 아니라, 채식 위주의 식단을 가진 한국인에게도 해당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다만 대부분의 연구가 소규모였고, 한 시점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단면 연구라는 한계가 존재했다.

과일과 잎채소를 곁들인 샐러드 보울.
채소에 풍부한 불용성 식이섬유는 장내 미생물 다양성 유지와 염증 반응 조절에 관여하며, 정신 건강과의 연관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필자와 동료 연구진은 대규모 건강검진 데이터를 활용해 8만 8천 명 이상의 한국인을 대상으로 식이섬유 섭취와 우울 증상 간의 연관성을 장기적으로 추적 조사했다. 평균 5.8년에 걸친 관찰 결과, 식이섬유 섭취량이 많을수록 우울증 위험이 낮다는 기존 결과가 재확인되었다. 무엇보다 이 연구는 단순 연관성을 넘어서 인과 관계를 보다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

흥미로운 점은 성별과 비만 여부에 따라 양상이 달랐다는 점이다. 남성 집단에서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감소가 관찰되었고, 여성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우울증 위험이 식이섬유 섭취만으로는 상쇄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비만 여부에 따라서도 결과가 다르게 나타났다.

이 연구는 서구와는 식생활 패턴이 다른 한국 사회에서도 식이섬유 섭취 부족이 우울증 위험 증가와 관련된다는 점을 보다 명확히 보여준다. 다만 여전히 관찰 연구라는 특성상 원인까지 단정할 수는 없다는 한계는 남아 있다.

장내 미생물의 균형은 우울 증상과 연관될 수 있으며, 식이섬유 섭취는 이 균형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식이섬유가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몇 가지 유력한 가설이 있다. 첫째, 식이섬유는 산화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만성 염증을 억제함으로써 정신 건강을 보호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둘째, 최근 들어 더욱 주목받는 설명은 장내 미생물과의 상호작용이다. 식이섬유는 장내 공생 미생물의 먹이가 되어 다양한 짧은 사슬 지방산 등 유익한 대사 산물을 생성하게 하고, 이는 전신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론 장내 미생물의 작용은 단선적이지 않다. 일부 미생물은 염증 반응을 오히려 촉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식이섬유가 충분히 공급되면 장내 환경의 균형이 유지되며, 특정 유해균이 과도하게 증식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한편, 주의할 점도 있다. 기존의 연구에서 나타난 우울증 위험 감소 효과가 반드시 식이섬유만의 영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식이섬유 보충제만을 활용한 임상 연구에서는 명확한 예방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아침식사로 좋은 뮤즐리와 바나나 토핑.
귀리는 베타글루칸을 포함한 수용성 식이섬유가 풍부하며, 바나나는 저항성 전분과 함께 불용성 식이섬유를 제공한다

이 때문에 연구자들은 식이섬유 외에도 채소와 과일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비타민, 폴리페놀 등 다양한 생리활성 물질이 함께 작용한 결과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또한 식이섬유 섭취가 많은 사람일수록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 섭취가 적다는 점도 중요한 변수다.

결론적으로 식이섬유는 단순한 소화 건강을 넘어 정신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보충제를 통한 섭취보다는, 채소, 과일, 해조류, 견과류, 통곡물, 잡곡 등 자연 식품을 통해 다양한 영양소와 함께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 몸에 이로운 식단은 결국 내 마음도 건강하게 만든다.

📌3줄 요약
🧠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한 사람일수록 우울증 위험이 눈에 띄게 낮다는 사실이 국내외 연구에서 반복 확인됨.
🦠 장내 미생물의 균형을 돕고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효과가 정신 건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
🥗 보충제보다 채소, 과일, 해조류, 통곡물 등 자연 그대로의 식품으로 섭취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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