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다이어트’라 불리는 고기·단백질 위주의 식단은 단기적으로 체중을 줄일 수는 있지만, 건강상 이점은 제한적이며 장기 유지가 어렵다. 영양 균형이 무너진 식사는 피로감, 장기 손상, 요요 현상을 유발할 수 있고, 실천자 다수는 일정 시점 이후 다시 체중이 증가하는 문제를 겪는다. 반면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와 과일은 체중 조절뿐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보다 지속 가능하고 권장되는 다이어트 식단으로 주목받는다.
그렇다면 식이섬유는 실제로 체중 감량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다양한 연구를 수행해왔다. 칼로리 섭취를 의도적으로 제한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식이섬유 섭취량을 늘리면 자연스럽게 총 열량 섭취가 줄어든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다. 예컨대, 2001년 발표된 종합 리뷰에 따르면 하루 14g 정도 식이섬유 섭취를 추가하면 전체 열량 섭취가 약 10% 감소했다. 하지만 체중 감량 폭은 그리 크지 않아, 약 3.8개월간 평균 1.9kg 수준에 그쳤다.

식이섬유는 열량 없이 포만감을 주고, 장내 미생물과 상호작용해 식욕 억제 효과를 유도하는 등 체중 감량에 유의미한 도움을 준다. 하지만 단독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이며, 건강한 식단과 운동을 병행해야 지속적인 체중 조절이 가능하다.
식이섬유 보충제를 활용한 임상시험 결과도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수용성 식이섬유 보충제를 투여한 12개 임상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보충제를 섭취한 그룹은 위약군에 비해 평균 2.85kg 더 체중이 감소했고, BMI(체질량지수)는 0.84포인트 낮아졌다. 절대적인 수치만 보면 대단한 효과는 아니지만, 식단 외에 다른 생활습관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나타난 변화로는 의미 있는 수준이다.
장기적 데이터를 확보한 역학 연구도 있다. 약 9만 명의 유럽인을 대상으로 6.5년간 추적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는, 하루 식이섬유 섭취량이 10g 증가할 때마다 연간 체중이 평균 39g씩 감소했으며, 허리둘레는 연간 0.08cm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났다. 체중 변화는 적지만, 체형과 대사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표임을 보여준다.
식이섬유가 체중 감량에 기여하는 주요 기전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식이섬유는 부피가 크고 열량이 거의 없어 섭취 시 위에 공간을 차지하며 포만감을 유도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다음 끼니나 간식의 섭취를 줄이는 효과로 이어진다. 둘째, 일부 식이섬유는 장내에서 소화·흡수가 되지 않고, 대신 장내 미생물에 의해 분해돼 짧은 사슬 지방산(SCFA) 같은 영양소를 생성한다. 이때 발생하는 SCFA는 포만감을 조절하는 호르몬과 상호작용해 식욕 억제 효과를 낼 수 있으며, 에너지 밀도가 낮은 상태에서 일부 에너지를 보충해 준다.
이 외에도 다양한 간접 효과가 제시된다. 식이섬유 섭취량이 높은 사람들은 장내 미생물 군집의 다양성이 높은 경향이 있는데, 이 미생물 환경이 비만을 억제하거나 체중 증가를 예방하는 데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경로는 아직 인과관계가 명확히 정립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식이섬유를 단독으로 체중 감량의 주 수단으로 삼기에는 한계가 있다. 앞서 언급한 대부분의 연구에서 나타난 체중 감소량은 수개월 기준 수 kg 이내에 불과하다. 다른 식습관과 운동 등 생활 전반의 개선 없이 단순히 식이섬유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뚜렷한 체중 변화는 어렵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수많은 연구들이 말해주는 결론은 하나다. 특별한 비법보다 건강한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이 체중 감량의 유일한 해법이다. 식이섬유는 이 과정을 도와주는 중요한 요소지만, 전부는 아니다.
이 점은 일상적인 사례를 떠올려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고열량의 피자나 치킨을 먹고 난 뒤 샐러드를 추가로 먹는다고 해도 전체 섭취 열량이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 효과적인 체중 관리를 위해서는 채소, 과일, 통곡물 등의 섭취를 늘리는 동시에, 고열량 가공식품이나 정제 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의 비율을 줄이는 전략이 함께 필요하다.
더불어 식사량을 줄이면 우리 몸은 자연스럽게 대사율을 낮춰 열량 소모를 줄이려는 방향으로 적응하게 된다. 이때 규칙적인 유산소나 근력 운동을 병행하면 에너지 소비를 유지하거나 늘릴 수 있어, 감량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변화는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닌, 생활 전반에 걸친 장기적인 습관으로 정착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체중은 쉽게 다시 증가하는 요요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라면, 결국은 ‘건강하게 먹고 운동하라’는 상식적인 결론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고 느낄 수도 있다. 실제로도 그렇다. 수많은 연구가 반복적으로 말해주는 사실은 단 하나다. 체중을 줄이고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결국 식생활과 생활습관의 균형 잡힌 개선뿐이라는 점이다. 기적처럼 단기간에 살이 빠지는 특별한 비법은 없다. 그럴듯해 보이는 다이어트 유행은 많지만, 과학이 말해주는 정답은 늘 평범하고 지루한 길 위에 있다. 그 정석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결국은 가장 빠른 길이다.
식이섬유는 다이어트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3줄 요약
- 🥦 식이섬유는 포만감을 높여 열량 섭취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지만, 단독으로 큰 체중 감량은 어렵다.
- 📉 다수의 연구에서 체중은 소폭 줄었지만, 수개월 내 수 kg 수준에 그쳐 제한적이다.
- 🏋️♀️ 체중 감량을 원한다면 식이섬유 섭취만으로는 부족하며, 식습관 개선과 운동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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