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이스린텍, ‘BEE-1000’ 위성…누리호 4차 발사에 실려
- 나로우주센터 입고 완료…우주제조 상용 모델 가능성 확인
우주에서 단백질 항암제를 제조하는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우주의약 전문기업 스페이스린텍은 오는 27일 발사 예정인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에 실릴 우주바이오 전용 큐브위성 ‘BEE-1000’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 입고했다고 밝혔다. 이번 임무는 머리카락보다 작은 위성 안에서 항체 기반 면역항암제의 단백질 결정화를 실증하는 세계 최초의 시도다.
우주 환경에서 단백질 성장시켜
BEE-1000은 가로·세로·높이 10센티미터 단위를 기준으로 한 6U급 큐브위성으로, 누리호 4차 발사의 부탑재 위성 가운데 하나다. 위성 내부에는 자동화된 단백질 결정화 실험 모듈이 탑재돼 있다. 연구의 핵심은 면역항암제 펨브롤리주맙 성분을 미세중력 상태에서 결정화해 항체 기반 의약품의 우주제조 가능성을 검증하는 것이다.
지구에서는 중력으로 인해 단백질 용액 내 대류와 침전이 발생하지만, 우주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억제돼 분자 배열이 균일하게 유지된다. 이 환경은 균질하고 정밀한 단백질 결정을 얻기에 유리하며, 항암제를 정맥주사에서 피하주사 제형으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시료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스페이스린텍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향후 맞춤형 제형 연구와 신약 개발의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큐브 위성이 여는 우주 제조의 시작
이번 큐브위성은 실험의 전 과정을 자동으로 수행하도록 설계돼, 지상 실험 대비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실험 중 수집된 데이터는 지상국으로 전송돼 단백질 성장 과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스페이스린텍 윤학순 대표는 “항체 기반 면역항암제의 단백질 결정화를 큐브위성에서 시도하는 것은 세계 최초”라며, “이번 임무가 한국의 우주제조 기술 수준을 국제적으로 입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큐브위성 본체 개발과 운용은 연세대학교 박상영 교수 연구팀이 맡았다. 박 교수는 “산업계와 학계가 협력해 우주바이오 전용 위성 구조를 함께 완성한 사례로, 국내 우주 생명공학 연구의 새로운 기반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누리호 4차 발사는 11월 27일 오전 12시 54분에서 1시 14분 사이에 진행될 예정이며, 이번 발사는 한국의 우주 생명과학 연구가 실험 단계를 넘어 응용 연구로 확장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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