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직접 연결해 신체 기능을 회복시키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Brain-Computer Interface)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널리 보급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중요한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바로 수십 년 동안 이 장치가 뇌 속에서 안전하게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뇌의 면역 반응이 최대 난관
BCI의 가장 큰 기술적 과제는 뇌의 면역 반응이다. 뇌에는 소교 세포(microglia)라는 면역 세포가 있는데, 이 세포는 외부 물질이 들어오면 이를 감싸고 공격한다. 전극이 뇌에 삽입되면 소교 세포와 성상 세포(astrocyte)가 활성화되어 전극을 둘러싸게 되고, 염증 유발 물질과 활성산소를 방출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전극 표면이 산화되고 부식되어 신호 전달을 약화시킨다. 실제로 오래 사용한 BCI 장치를 분석해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신호 품질이 떨어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작게 만들 것인가, 부드럽게 만들 것인가
현재 BCI 전극은 이리듐, 실리콘, 유리 등 단단하고 화학적으로 안정적인 재료로 제작된다. 그러나 이런 재료는 뇌 조직보다 수천 배 이상 단단하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뇌와 비슷할 정도로 부드러운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최근에는 크기를 줄이는 쪽이 더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전극을 머리카락 굵기 수준으로 작게 만들면 면역 반응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텍사스 오스틴의 소교 세포 기업 파라드로믹스는 유타 어레이보다 훨씬 작은 전극을 개발했다. 직경 40마이크로미터(µm) 수준의 미세 전극으로 염증 반응을 줄이고 장기 신호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동물 실험에서는 12개월 동안 안정적인 신호를 유지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이 장치는 말하기 능력을 잃은 환자의 의도를 읽어 음성으로 변환하는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한편 싱크론은 전혀 다른 전략을 택했다. 이 회사의 ‘스텐트로드(Stentrode)’는 니켈 합금으로 만든 장치를 경정맥을 통해 혈관 안에 삽입해 운동 피질 근처에 위치시킨다. 뇌 조직을 직접 뚫지 않기 때문에 면역 반응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일부 마비 환자가 화면 커서를 조작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복잡한 정밀 운동 제어를 위해서는 여전히 뇌 피질에 직접 접근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비용과 유지 관리 문제
BCI가 수십 년간 작동하려면 기술적 문제뿐 아니라 경제성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장치는 장기간 유지되어야 하고, 정기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필요하다. 심장박동기와 달리 디지털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 금방 구형 모델이 되어버릴 수 있다. 또한 기업이 문을 닫을 경우 환자의 몸속 장치가 적절한 관리와 업데이트를 받지 못하고 방치되게 될 위험도 있다.
BCI가 이제는 연구 단계에서 상용화 단계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들어섰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앞으로는 단순히 작동하는 기술을 넘어서, 수십 년 동안 안전하고 지속 가능하게 사용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The Scientist, “What Will It Take to Design a Brain Implant That Lasts a Life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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