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색거성의 팽창과 행성 소멸
별은 생의 말기에 이르면 몸집을 폭발적으로 키우며 가까운 행성을 집어삼킨다. 영국 UCL과 워릭대 연구팀은 약 50만 개의 별을 분석한 결과, 적색거성 단계에 들어선 별 주변에서는 가까운 거대 행성의 존재 비율이 주계열성 단계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를 행성이 조석작용에 의해 궤도가 붕괴되고 별 속으로 추락해 소멸한 결과로 해석했다. 별의 팽창은 실제로 행성을 파괴한다는 확증이 제시된 것이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과 워릭대 공동 연구팀은 NASA의 외계행성 탐사 위성 TESS 데이터를 분석해 소멸 빈도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약 50만 개의 별을 대상으로 초기 분석 대상을 추렸고, 이 가운데 1만 5천 개의 별에서 공전 주기가 12일 이하인 뜨거운 목성형 가스 행성을 탐색했다. 그 결과 총 130개의 행성 후보가 확인되었으며, 이 중 48개는 이미 알려진 외계행성, 49개는 기존 후보, 33개는 이번 분석에서 처음 보고된 대상이었다.

[사진=Phys.org / UCL·University of Warwick 제공]
통계로 드러난 소멸된 행성 흔적
가까운 궤도의 거대 가스 행성이 존재할 확률은 평균 0.28%로 나타났다. 그러나 별이 주계열성 단계일 때의 발생률은 0.35%였던 반면, 적색거성에서는 0.11%로 급감했다. 130개 중 단 12개만이 적색거성 주변에서 확인되었으며, 연구팀은 이를 초기 행성의 약 3분의 2가 이미 파괴되었다는 직접적 통계 증거로 해석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별이 부풀어 오르면서 조석작용이 급격히 강화되고, 이로 인해 행성의 공전 속도가 느려지며 궤도가 붕괴돼 결국 별 내부로 추락하거나 대기와 구조가 찢겨 소멸하는 과정이 진행된다.

[사진=midjourney 생성 이미지]
연구를 이끈 에드워드 브라이언트는 별이 주계열성을 벗어난 직후부터 가까운 행성을 매우 빠른 속도로 소멸시킬 수 있으며, 그 효율이 기존 예측보다 훨씬 높다고 말했다. 공동연구자 빈센트 반 아일런은 태양계의 미래에 대해, 지구는 흡수될 가능성 자체는 낮지만 적색거성 단계에서 생명체가 유지될 환경은 완전히 붕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분석은 외계행성 생존 가능성과 항성 진화가 실제 행성의 운명에 미치는 영향을 대규모 관측으로 입증한 사례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에서 행성의 질량을 정밀 측정하면 소멸 시점과 속도, 조건을 보다 명확히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조 논문: Edward M Bryant et al, Determining the impact of post-main sequence stellar evolution on the transiting giant planet population, 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2025). DOI: 10.1093/mnras/staf1771
자료: 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Provided by University College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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