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트래픽·리뷰 관리까지… AI 시대의 플랫폼 책임 논의 확산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의 인공지능(AI) 학습을 둘러싼 저작권 논란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다시 불거졌다.
AI 서비스 확산 속에서 데이터 활용과 저작권 보호, 공정한 수익 배분을 둘러싼 제도적 공백이 드러나면서 정부와 산업계, 언론계 모두 새로운 기준 마련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법적 공방과 ‘동의 기반 학습’ 논의의 쟁점
13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네이버의 AI 학습 문제는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방송협회가 네이버와 네이버클라우드를 상대로 AI 저작권 침해 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며, 피해액이 수백억 원대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광현 네이버 검색·데이터플랫폼 부문장(부사장)은 “2023년 5월까지는 약관에 근거해 학습 데이터를 활용했지만, 이후 약관이 변경돼 더 이상 활용하지 않고 있다”며 “언론사 동의 하에 하이퍼클로바 학습과 콘텐츠 협력을 논의하고, 브릴리언트 등과 협업해 상생형 AI 서비스 모델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언론계는 ‘동의 기반 체계’의 실질적 투명성과 보상 기준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협상 구조가 비공개로 진행되고, 데이터 활용 범위나 정산 방식이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사는 AI 요약 서비스가 기사 원문을 대체해 트래픽 감소와 광고 수익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AI 브리핑이 잘못된 정보를 노출해도 수정 절차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김 부문장은 “AI 시대에는 기존과 다른 형태의 언론 협력 모델이 가능할 것”이라며, AI 학습을 둘러싼 언론사 협의 구조가 단순 저작권 문제를 넘어 산업적 협력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자영업자 피해와 리뷰 조작 문제
AI 학습 논란 외에도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 문제가 함께 거론됐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법 마케팅 업체들이 자영업자의 절박한 심리를 이용하고 있다”며 “챗봇 신고만으로는 중장년층의 접근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네이버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네이버 플레이스에서 접수된 리뷰 권리 침해 신고는 12만2000건이며, 이 중 9만1800건(75%)이 삭제됐다. 이정규 네이버 서비스운영통합지원 전무는 “전화 안내 기능을 추가하고 신고 접근성을 높이겠다”며 “1~2개월 내 개선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문제는 단순 리뷰 관리 수준을 넘어, AI 기반 서비스의 신뢰성 확보와도 연결된다.
가짜 리뷰와 평가 조작이 방치될 경우, AI가 학습하는 데이터 품질과 소비자 판단 모두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AI 상생 가이드라인’과 디지털 공정성
이번 국정감사는 AI 학습과 플랫폼 운영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점을 부각했다. AI가 언론, 콘텐츠, 광고, 상거래 등으로 확장되며 기존 산업 구조를 빠르게 재편하는 상황에서, 저작권 체계와 데이터 관리 기준은 여전히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AI 학습 데이터의 법적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언론사 콘텐츠의 비동의 활용을 방지하기 위해, 학습 목적·출력 목적의 구분, 데이터 범위와 보유 기간, 파생 데이터 처리 규칙을 구체화해야 한다. 또한 데이터 제공자에게 합리적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계약 구조와 정산 방식(조회·사용량 기반 등)을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로, AI 요약·재구성 서비스의 책임 범위를 제도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AI가 원문을 오독하거나 트래픽을 잠식할 경우, 수정 요청과 정정 절차를 명시하고 원문 링크 표시, 인용 출처 표기 등 기본 요건을 법적 수준으로 확보해야 한다. 트래픽 영향에 대한 투명한 데이터 공개도 요구된다.
셋째,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한 리뷰 신뢰성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 리뷰 삭제 대행이나 조작 행위가 자영업자 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접근성 개선과 신고 절차의 다중화, 이상 탐지 규칙 및 제재 기준의 명문화가 필수적이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공공저작물 1200만 건을 개방했고, 추가 공개를 확대하겠다”며 “창작자 권리 보호와 공정한 수익 분배를 위한 ‘AI 상생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동의 절차와 제도 기준 마련이 과제로 남아
네이버의 AI 학습 저작권 논란은 데이터 활용 범위와 동의 절차의 법적 기준이 불명확한 데서 비롯됐다.
네이버는 “약관 변경 이후 학습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언론사 동의 하에 하이퍼클로바 학습과 콘텐츠 협력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언론계는 동의 절차와 보상 기준이 공개되지 않았고, 데이터 수집·활용 과정의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AI 요약 서비스가 기사 노출을 대체하면서 트래픽과 광고 수익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공공저작물 개방과 데이터 규제 완화를 병행하며 ‘AI 상생 가이드라인’ 제정을 검토 중이다.
현재 관련 법령에는 데이터 활용과 저작권 보호를 명확히 구분하는 조항이 없어, 정부·언론·플랫폼 간 협의 결과가 향후 기준이 될 전망이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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