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마신 커피 두 잔, ‘뇌 OFF’ 방해한다…각성 신호 유지해 수면 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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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낮에 마신 커피 한두 잔이 밤에도 뇌를 각성 상태로 유지해, 수면 회복 과정을 방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순히 잠을 설치는 수준을 넘어, 수면 중 뇌파의 리듬을 교란해 뇌가 스스로 ‘전원 차단’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된다는 분석이다.

수면은 뇌가 낮 동안 축적된 자극과 정보를 정리하고 회복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카페인을 섭취하면 수면 중에도 뇌가 고도로 활성화된 상태를 유지하게 되며, 특히 비렘(non-REM) 수면에서 회복성 뇌파인 느린파 활동이 억제되고 빠른파가 증가해 깊은 수면으로의 진입이 차단된다. 이로 인해 기억력, 학습 능력, 감정 조절 같은 핵심 인지 기능의 야간 회복이 저해될 수 있다.

에스프레소 2샷 기준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에는 평균 150~200mg의 카페인이 함유된다.
이는 수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하루 권장 섭취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양이다.

각성된 뇌파 패턴…깊은 수면 단계 방해

캐나다 몬트리올대학교 연구팀은 20~58세 건강한 성인 40명을 대상으로 수면 전후 뇌파 변화를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수면 클리닉에서 두 차례 밤을 지냈으며, 한 번은 취침 전 카페인 200mg(커피 약 두 잔)을 섭취하고, 다른 날은 위약을 복용했다.

분석 결과, 카페인을 섭취한 경우 뇌는 깊은 수면 단계로 내려가지 못한 채, 깨어 있을 때와 유사한 활성 패턴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회복 단계로 알려진 비렘 수면에서 뇌파 구조가 복잡해지고 예측 불가능한 양상이 두드러졌으며, 느린파(slow wave)는 감소하고 빠른파(fast wave)는 증가했다. 연구진은 이로 인해 수면의 회복 효율이 저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림 제르비 몬트리올대 심리학 교수는 “카페인은 낮에는 집중력을 높이는 데 유용하지만, 밤에는 뇌가 완전히 이완되지 못하게 만든다”며 “리듬이 깨진 뇌파는 수면 회복과 기억 처리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카페인 섭취 후, 비렘수면에서 뇌가 정상적인 느린파 활동에 진입하지 못하고 각성 상태를 유지하면 회복성 수면 단계가 방해받을 수 있다.

젊을수록 더 강한 반응

이번 연구에서는 특히 20~27세 청년층에서 카페인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 41~58세 중년층과 비교했을 때, 렘(REM) 수면 중 뇌파 변화가 더욱 두드러졌으며, 이 차이는 연령에 따른 생리적 민감도 차이로 해석됐다.

아데노신은 깨어 있는 동안 뇌에 점차 축적되며, 피로와 졸음을 유도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카페인은 이 아데노신 수용체를 차단해 각성 효과를 일으키며, 수용체의 밀도는 연령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줄리 캐리어 몬트리올대 심리학 교수는 “아데노신 수용체는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줄어든다”며 “이로 인해 연령대별로 카페인에 대한 반응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페인은 커피, 차, 초콜릿, 청량음료, 에너지 음료 등 다양한 식품에 포함된 중추신경계 자극제로,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소비되는 물질이다. 미국 수면재단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94%가 카페인 음료를 섭취하고 있으며, 이 중 64%는 매일 마신다고 답했다. 그러나 40%는 카페인이 수면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성인 기준 하루 400mg 이하의 카페인 섭취는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보고 있지만, 이번 연구는 섭취 시점과 수면 간격이 수면의 질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향후 수면 중 뇌파 변화가 일상적인 인지 기능과 정신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 면밀히 분석할 계획이다.

해당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바이올로지(Nature Communications Biology)』에 최근 게재됐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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