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MOST는 남반구 하늘의 수천만 개 천체를 대상으로 분광 관측을 수행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망원경이다. 첫 관측 성공으로 은하의 기원과 암흑우주의 성분을 밝힐 대규모 탐사가 본격화됐다.
유럽남방천문대(ESO)의 비스타(VISTA) 망원경에 새로 장착된 4미터 다중분광망원경(4MOST, 4-meter Multi-Object Spectroscopic Telescope)은 10월 18일 ‘첫 빛(first light)’을 포착하며 본격적인 과학 관측을 시작했다. 이번 성과는 10년 넘게 이어진 국제 공동 개발의 결실이다.

육각형 윤곽선은 4MOST의 시야(Field of View)를, 내부의 수많은 점들은 관측 대상이 되는 별과 은하를 의미한다. 각 점의 색깔은 서로 다른 파장 구간에서 측정된 스펙트럼을 구분한 것이다.
오른쪽의 밝은 천체는 조각가자리 은하, 아래쪽은 구상성단 NGC 288로, 4MOST의 첫 관측 목표였다. [사진=ESO/AIP/University of Cambridge]
4MOST는 하늘을 ‘촬영’하는 대신, 천체의 빛을 세밀하게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별과 은하의 빛을 파장별로 분해해 온도, 속도, 화학 조성을 측정하는 분광 방식이다. 망원경에는 머리카락보다 가는 2,436개의 광섬유가 장착되어 있으며, 한 번의 관측으로 수천 개의 천체를 동시에 분석한다. 각 광섬유는 천체의 빛을 1만8천 개의 파장으로 나눠 스펙트럼을 얻고, 이 데이터로 천체의 물리적 상태와 운동을 정밀하게 복원한다.
첫 관측, 고품질 스펙트럼 성과
이번 첫 데이터는 기대 이상으로 우수했다. 프로젝트를 이끄는 독일 포츠담 천체물리학연구소(AIP)의 로엘로프 더 용 박사는 “머리카락보다 가는 섬유에 수십억 년 전의 빛이 담긴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첫 관측부터 고품질 스펙트럼을 얻었다”고 말했다.
첫 관측 대상은 조각가자리 은하(Sculptor Galaxy)와 구상성단 NGC 288이었다. 조각가자리 은하는 약 1,150만 광년 떨어진 젊은 나선은하로 별 생성이 활발하며, NGC 288은 은하수 외곽 2만8천 광년 거리의 구상성단으로 약 10만 개의 오래된 별이 밀집해 있다. 4MOST는 한 번의 관측으로 두 천체를 동시에 포착해, 광범위한 시야와 높은 효율의 분광 능력을 입증했다.
4MOST는 완전 가동 후 남반구 하늘 전역을 주기적으로 스캔하며, 수천만 개의 천체 스펙트럼을 누적할 계획이다. 관측 주기는 10~20분이며, 광섬유는 관측 대상에 맞춰 자동으로 재배치된다. 이 데이터는 은하수의 형성과 진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분포, 그리고 우주의 대규모 구조 연구에 활용될 예정이다.
관측 데이터는 칠레 관측소에서 실시간으로 전송돼 케임브리지대학교 천문학연구소에서 1차 분석을 거친 뒤, 독일 AIP와 ESO를 통해 전 세계 연구진에게 제공된다. 케임브리지대 닉 월튼 박사는 “4MOST는 방대한 스펙트럼을 고속 처리할 수 있는 전용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있다”며 “향후 15년간의 대규모 관측을 뒷받침할 핵심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상단의 광섬유 포지셔너(Fibre positioner)와 광학계(Wide-Field Corrector)는 하늘의 수천 개 목표 지점을 정밀하게 맞추며, 각각의 빛은 광섬유(Fibre Feed)를 통해 아래쪽의 중·고해상도 분광기(Spectrographs)로 전달된다. 천체의 빛을 색깔별로 분해해 온도, 속도, 화학 조성을 분석한다. [사진=ESO/AIP]
케임브리지대 리사 켈시 박사가 참여하는 첫 과학 프로젝트는 ‘외은하 시간영역 탐사(Time Domain Extragalactic Survey, TiDES)’다. 이 프로그램은 초신성 폭발, 감마선 폭발, 블랙홀에 의해 별이 찢어지는 사건 등 짧고 격렬한 천체 현상을 실시간으로 관측한다. 켈시는 “4MOST 덕분에 이전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이런 극적인 사건을 포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각적 기록을 넘어, 우주를 ‘데이터로 읽는’ 첫 시스템
4MOST는 기존의 천체 관측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 시스템이다. 이전의 망원경이 하늘의 이미지를 기록했다면, 4MOST는 각 천체의 빛을 수치 데이터로 분해해 물리적 정보를 직접 추출한다. 이를 통해 별과 은하의 속도, 온도, 화학 조성, 거리 등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으며, 우주의 구조와 진화를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하는 새로운 연구 체계를 확립했다.
향후 15년간 4MOST가 구축할 대규모 분광 데이터베이스는 남반구 전역의 천체를 대상으로 한 최초의 정밀 통계 연구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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