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대서양 자기장 약화 구역 2014년 이후 급속히 확대
- 아프리카 인근 약화 현상 가속, 내부 역자속 패치와 연관
- 북반구 시베리아 강화·캐나다 약화, 자기장 불균형 지속
유럽우주국(ESA)의 스웜(Swarm) 위성군이 11년 동안 수집한 지자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남대서양 상공의 자기장이 꾸준히 약화되며 2014년 이후 그 범위가 유럽 대륙의 절반 규모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남대서양 이상지대(South Atlantic Anomaly)’는 지구 자기장이 비정상적으로 약한 구역으로, 위성이 통과할 때 높은 방사선에 노출돼 시스템 오류나 데이터 손상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과학자들은 이 현상이 단순한 지역적 이상이 아니라, 지구 내부 자기 구조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보고 있다.

[사진=ESA/DTU Space]
남대서양 이상지대의 확산과 내부 원인
지구 자기장은 지표 아래 약 3000킬로미터 깊이에 있는 외핵의 액체 철이 순환하면서 만들어진다. 이 거대한 전도성 유체의 흐름은 일종의 ‘지구 발전기(dynamo)’ 역할을 하며, 전류를 생성해 자기장을 유지한다. 그러나 이 흐름은 균일하지 않다. 외핵의 대류 속도나 방향이 미세하게 달라지면, 표면의 자기장도 지역마다 세기와 방향이 다르게 나타난다.
ESA가 스웜(Swarm) 위성군의 11년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남대서양 상공의 자기장 약화 구역인 ‘남대서양 이상지대(South Atlantic Anomaly)’가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확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2020년 이후에는 아프리카 남서쪽 대서양에서 약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사진=ESA]
덴마크공대(Technical University of Denmark)의 크리스 핀레이 교수는 “남대서양 이상지대는 단일한 형태가 아니라, 남아메리카 지역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서로 다른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비대칭적 약화가 외핵과 맨틀의 경계에서 형성되는 역자속 패치(reverse flux patch·자기장이 외핵 밖으로 나오지 않고 다시 내부로 흡수되는 영역)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스웜 위성이 관측한 데이터에서는 이 역자속 패치가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아프리카 인근의 자기장이 더욱 약화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자기 변화의 장기 관측 성과
스웜(Swarm) 위성군은 2013년 발사된 세 대의 위성으로, 지구 핵에서 대기 상층까지의 자기 신호를 분리해 측정하도록 설계됐다. ESA는 11년간의 관측을 통해 지자기 모델의 정밀도를 향상시켰으며, 이를 바탕으로 위성 항법 보정과 우주 방사선 예측에 활용 가능한 데이터를 구축했다.
이번 분석에서는 북반구에서도 지자기 불균형이 확인됐다. 시베리아 지역의 자기장은 강화되는 반면, 캐나다 지역은 약화되고 있으며, 이는 최근 수년간 북자극이 시베리아 쪽으로 이동한 관측 결과와 일치한다. ESA 스웜 미션 매니저 안야 스트롬메는 “세 위성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2030년 이후까지 임무를 연장해 지자기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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