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서 600만 년 전 얼음 발견… 지구 온난기 대기 포착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얼음이 남극에서 발견됐다. 미국 연구진은 남극 동부 앨런힐스(Allan Hills) 지역에서 약 600만 년 전의 얼음과 그 안에 갇힌 공기를 직접 연대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지금까지 확인된 얼음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당시 지구가 지금보다 훨씬 따뜻했고 해수면이 높았던 플라이오세(Pliocene) 후기의 대기를 직접 분석할 수 있게 됐다.

이 시기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산업화 이전의 두 배 이상이었고, 남극 빙상이 부분적으로 후퇴하며 해수면이 현재보다 수십 미터 높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 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지구상 가장 오래된 얼음, 플라이오세 남극의 온난기 밝히다

이번 연구는 우즈홀 해양연구소(Woods Hole Oceanographic Institution)의 세라 섀클턴(Sarah Shackleton)과 프린스턴대의 존 히긴스(John Higgins)가 주도했으며, 오리건주립대(OSU)가 이끄는 ‘최고(最古) 얼음 탐사 프로젝트(COLDEX)’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COLDEX는 15개 미국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협력체로, 남극 빙상에서 가능한 한 오래된 얼음 기록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구팀은 얼음 속에 포함된 아르곤(Ar) 동위원소를 정밀 분석해 연대를 직접 측정했다. 특히 방사성 동위원소인 아르곤-40(Ar-40)과 안정 동위원소 아르곤-36(Ar-36)의 비율을 활용해, 얼음이 형성된 시점을 산출했다. 이는 주변 암석이나 퇴적층을 근거로 추정하던 기존 방식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신뢰도 높은 연대 측정법이다.

그 결과, 앨런힐스의 일부 시료는 약 600만 년 전의 대기를 그대로 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얼음 속 산소 동위원소(δ¹⁸O) 분석을 통해 당시의 기온 변화를 추정한 결과, 이 지역은 이후 약 섭씨 12도 정도 장기적으로 냉각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플라이오세 후기의 남극이 오늘날보다 훨씬 온난했으며, 남극 빙상이 부분적으로 후퇴했던 시기였음을 보여주는 정량적 근거다.

고대 얼음을 품은 혹한의 대지

이 얼음은 대륙 중심부의 깊은 빙하가 아니라, 바람과 지형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된 빙상 가장자리, 이른바 ‘푸른 얼음 지역(blue ice area)’에서 발견됐다. 이곳은 강한 카타바틱 바람이 끊임없이 불어 눈을 쓸어내고, 주변 산악 지형이 얼음 흐름을 차단하면서, 오히려 오래된 얼음이 표면 근처로 밀려 올라오는 특이한 환경이다.

이 과정에서 신생 눈이 덮이지 않아, 수백만 년 전 얼음이 거의 변형 없이 남게 된다. 따라서 앨런힐스는 지질학적으로 매우 얕은 깊이에서 고대 얼음을 채취할 수 있는 세계적으로 드문 장소다. 섀클턴은 “이곳은 과거의 대기를 보존한 창고이자, 연구자에게는 극한의 현장 실험실”이라고 설명했다.

COLDEX 팀은 향후 2026년부터 2031년까지 앨런힐스 지역에서 추가 시추를 진행해 더 오래된 얼음 기록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번 발견은 지구의 자연적 기후 변화를 이해하고, 현재의 온난화 흐름을 평가하는 데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조 논문: S. Shackleton et al, Miocene and Pliocene ice and air from the Allan Hills blue ice area, East Antarctica,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25). DOI: 10.1073/pnas.2502681122

자료: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  Oregon State Univers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