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L-12를 직접 종양에 전달해 부작용 없이 T세포 활성화
면역항암제는 인체의 면역세포를 자극해 암세포를 공격하게 만드는 치료법으로, 흑색종이나 폐암 등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여왔다. 그러나 난소암의 경우 면역억제 환경이 강해 기존 면역치료의 효과가 충분하지 않았다. 이에 MIT 연구진은 면역자극 단백질인 인터류킨-12(IL-12)를 직접 종양 부위에 전달하는 표적형 나노입자를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새로운 입자는 T세포를 강력하게 활성화하면서도 전신 부작용을 피할 수 있었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Nature Materials)에 게재됐다.
면역 가속페달 유도, IL-12 나노입자 치료 반응 높여
암세포는 자신을 공격해야 할 면역세포의 기능을 억제하는 단백질을 분비한다. 이렇게 조성된 종양 미세환경에서는 T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하더라도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면역관문억제제(checkpoint inhibitor)는 T세포의 억제 신호를 차단해 ‘브레이크’를 해제하지만, 난소암처럼 면역억제가 강한 암에서는 여전히 공격 신호가 약해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다.

MIT 연구진은 이 문제를 ‘면역에 가속이 필요하다’고 표현하며, T세포의 활성을 직접 끌어올리는 방안을 모색했다. 연구팀이 주목한 단백질은 인터류킨-12(IL-12)로, T세포와 자연살해세포(NK세포)의 활성을 높이는 강력한 면역 자극 인자다. 하지만 IL-12를 전신에 투여할 경우 발열, 피로, 간 손상, 사이토카인 폭풍 등 심각한 부작용이 동반된다.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IL-12를 지질 기반 미세 입자인 리포좀(liposome) 표면에 결합시켜, 종양 부위에서만 작용하도록 설계했다. 새로 개발된 나노입자는 IL-12가 한꺼번에 방출되지 않고 약 일주일 동안 서서히 분비되도록 결합 구조를 조정했다. 이를 위해 화학 결합체인 말레이미드(maleimide)를 활용해 약물의 안정성을 높였고, 입자 표면에는 폴리-L-글루탐산(poly-L-glutamate)을 입혀 난소암 세포에 선택적으로 부착되도록 했다.
종양 소멸과 재발 없는 면역 기억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IL-12 나노입자만 투여했을 때 약 30%의 개체에서 종양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러나 면역관문억제제를 함께 사용하자 치료 효과가 크게 향상되어, 80% 이상의 실험쥐에서 전이성 난소암이 완치되었다. 이 모델은 난소뿐 아니라 간, 장, 폐 등 복강 내 여러 부위에 암이 퍼지는 형태로, 실제 진행성 난소암과 유사하다.
더 흥미로운 점은 치료 후에도 면역세포의 기억이 유지되었다는 것이다. 완치된 쥐에게 5개월 뒤 암세포를 다시 주입하자, T세포가 종양 단백질을 인식하고 신속하게 반응해 새로운 종양의 형성을 차단했다. 연구진은 “같은 개체에서 재발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고, 이는 면역 시스템이 종양을 학습해 기억한 결과”라고 밝혔다.
현재 MIT 연구진은 이 기술의 실용화를 목표로 데시판데 기술혁신센터(Deshpande Center for Technological Innovation)와 협력해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 2025년 초에는 IL-12 나노입자를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공정을 구축했으며, 임상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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