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웨덴 연구팀, 성인 해마에서 신경세포 생성 확인
성인기의 뇌는 고정된 구조로 간주돼 왔다. 기억력 저하나 신경 퇴행은 자연스럽고, 회복은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특히 성인이 된 이후에는 더 이상 뇌에서 신경세포가 생성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오랫동안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연구는 이 통설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요나스 프리센 교수팀은 0세부터 78세까지의 인간 해마(Hippocampus) 조직을 단일세포 수준에서 분석해, 줄기세포에서 미성숙 뉴런으로 이어지는 분화 단계의 세포들이 생애 전반에 걸쳐 존재하며 일부는 실제로 분열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기억 중추인 해마에서 성인 후반기까지 신경세포가 생성된다는 분자 수준의 증거가 확보된 것이다. 해당 연구는 4일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사후 조직에서도 드러난 신경세포 생성 경로
연구팀은 국제 바이오뱅크에서 확보한 0~78세 인간의 사후 해마 조직을 대상으로, 신경세포 생성 여부를 정밀 분석했다. 단일핵 RNA 시퀀싱 기법을 통해 각 세포 핵의 유전자 발현 상태를 추적한 결과, 줄기세포에서 신경전구세포, 미성숙 뉴런으로 이어지는 발달 경로가 전 연령대에서 관찰됐다.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한 분류 분석 결과, 분화 단계별 세포군이 명확히 구분됐고, 일부는 분열 중인 세포로 확인됐다. 유세포 분석(flow cytometry)을 병행해 세포의 크기, 표면 단백질, 세포주기 지표 등을 정량화했고, 이를 통해 해마 내 치아이랑(dentate gyrus) 부위에서 국소적인 신경세포 생성이 일어남을 증명했다.

세포 분열 지표(Ki67)를 기준으로 활발한 세포를 선별하고, 단일핵 RNA 시퀀싱(snRNA-seq)과 기계학습 분석을 통해 신경세포로 분화되는 경로를 추적했다.
최종적으로 RNAscope와 Xenium 같은 고해상도 영상 기법으로 성인기 뇌에서도 새로운 뉴런이 생성됨을 입증했다. [사진=Mattias Karlen]
치아이랑은 기억 형성 및 유사 정보 구분에 관여하는 영역으로, 이전 동물 연구에서 성체 신경발생이 집중되는 부위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는 인간 조직에서 이 현상을 유전자 수준에서 직접 확인한 사례로, 사후 조직 기반 분석만으로도 생리적 분화 경로를 입체적으로 추적 가능하다는 기술적 가능성을 보여준다.
“성인 뇌는 멈춘다”는 기존 통설 뒤집어
성인의 뇌에서 새로운 신경세포가 만들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의견이 엇갈렸다. 특히 2018년 발표된 연구는 성인 해마에서 뉴런이 거의 관찰되지 않는다는 결과를 바탕으로, 신경세포 생성은 유년기에 대부분 완료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로 인해 뇌세포의 생성 능력은 성장을 멈춘 이후 사라진다는 관점이 우세했다.

그러나 프리센 교수팀은 2013년, 탄소-14 동위원소 농도를 활용한 세포 연대 측정을 통해 성인의 해마에서도 신경세포가 새롭게 형성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그 가설을 분자생물학적 분석으로 직접 입증한 첫 사례로, 줄기세포에서 미성숙 뉴런으로 이어지는 분화 경로를 유전자 발현 수준에서 구체적으로 추적했다.
이번 결과는 뇌의 고정성과 비가역성을 전제로 한 기존 신경과학 모델에 수정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아직 생성된 세포가 기능적 회로에 완전히 통합되는지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최소한 해마 영역에서 분열 중인 신경세포가 존재하며, 이 과정이 생애 후반기에도 일정 수준으로 지속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뇌의 구조가 완전히 고정된 것이 아니라, 특정 조건에서 제한적인 변화와 재구성이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고 논문: Identification of proliferating neural progenitors in the adult human hippocampus |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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