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태평양 항공로, 기후 따라 비행시간 들쭉날쭉
- 기후 변화가 바꾼 제트기류, 항공 효율과 탄소 배출 직격
기후가 바뀌면 하늘길의 흐름도 달라진다. 북태평양을 가로지르는 국제선 항공기의 비행시간이 지구의 기후 패턴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기온과 강수량의 변화만이 아니라, 대기 상층부의 바람 구조가 바뀌면서 항공기의 속도와 연료 효율까지 영향을 받는다.
이 말은 곧, 우리가 일상적으로 타는 비행기 한 대의 운항 효율과 탄소 배출량이 지구 기후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는 뜻이다.
서울대 김정훈 교수 연구팀은 1979년부터 2022년까지의 대기 자료를 분석해, 북태평양 상공을 지나는 제트기류의 위치와 세기가 엘니뇨-남방진동(ENSO), 북극진동(AO), 태평양-북미 패턴(PNA) 과 같은 대규모 기후변동에 따라 주기적으로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제트기류는 고도 10km 부근을 시속 200~300km로 흐르는 좁고 강한 서풍대다. 순풍으로 작용할 때는 연료가 절약되지만, 역풍이 되면 비행시간이 길어지고 연료 소모가 크게 늘어난다.

[자료=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김정훈 교수 연구팀]
기후의 흐름이 연료·탄소 바꾼다
분석에 따르면 PNA(태평양-북미 패턴) 은 도쿄–로스앤젤레스 노선의 비행시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PNA의 위상이 변하면 제트기류의 경로가 달라지고, 왕복 비행시간은 최대 1시간까지 차이를 보였다. 같은 거리라도 상층 대기의 바람 구조가 바뀌면 이동 효율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양(+)의 위상에서는 편서풍이 강화돼 비행이 빨라지고, 음(–)의 위상에서는 반대로 약화돼 시간이 길어진다.
비행시간의 변화는 단순한 일정 차이가 아니다. 시간이 늘어나면 연료 사용량이 늘고, 그만큼 탄소 배출량도 증가한다. 전 세계 항공 산업은 이미 전체 탄소 배출의 약 2%를 차지하며, 기후 변동이 계속되면 이 비중은 더 높아질 수 있다. 결국 제트기류의 미세한 변동이 전 지구적 에너지 소비와 탄소 순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기후변동에 따라 제트기류의 위치와 강도가 달라지면, 비행시간과 연료 효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미지=Midjourney 생성 이미지]
하늘의 기후, 이동의 미래
기후변화는 상층 대기의 순환 체계를 흔들고 있다. 제트기류가 불안정해지면 항공기의 운항 안정성, 연료 효율, 탄소 배출 관리가 동시에 영향을 받는다. 청천난류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대기 불안정 현상도 더 잦아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항공 안전뿐 아니라 전 세계 항공 산업의 비용 구조에도 점차 부담으로 작용한다.
기후의 변동성은 예보의 범위를 넘어선다. 상층의 바람이 변하면 항로가 달라지고, 이는 교역·관광·물류·에너지 소비 전반에 파급된다. 기후 분석은 이제 단순한 예측이 아니라, 이동 효율과 에너지 관리를 위한 과학적 기반으로 쓰이고 있다.
항공사는 단기 기상뿐 아니라 수주 단위의 기후 변동 정보를 반영해 운항 전략을 세워야 한다. 정부와 산업계도 교통 인프라와 탄소 감축 계획을 기후 모델링과 연계해 설계할 필요가 있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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