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밖에서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찾으려는 시도는 언제나 ‘대기’를 확인하는 데서 출발한다. 대기가 어떤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느냐에 따라 물이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인지, 혹은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극단적 세계인지가 갈리기 때문이다.
TRAPPIST-1e는 이런 맥락에서 가장 주목받아 온 외계행성 가운데 하나다. 지구에서 약 40광년 떨어진 적색왜성 TRAPPIST-1을 도는 일곱 행성 중 네 번째 행성으로, 별과의 거리가 물이 액체로 존재할 수 있는 ‘골디락스 존’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이 행성에 과연 대기가 존재하는지, 있다면 어떤 성분을 지녔는지는 오랫동안 미지로 남아 있었다.

[사진=NASA, ESA, CSA, J. Olmsted (STScI)]
최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이 의문을 한층 좁혀 주는 데이터를 내놓았다. 국제 공동연구팀은 TRAPPIST-1e가 별 앞을 지날 때, 별빛이 대기를 통과하며 남기는 스펙트럼을 정밀 분석했다. 이른바 전이 분광법을 통해 대기 조성을 추적한 것이다.
관측 결과는 명확했다. 수소가 지배하는 원시 대기는 배제됐고, 금성이나 화성처럼 이산화탄소가 두껍게 뒤덮은 환경 역시 가능성이 낮았다. 대신 질소 중심의 얇은 대기나 표면 바다의 존재는 여전히 열려 있는 시나리오로 남았다. 즉, 극단적으로 척박한 조건보다는 생명체가 살 수 있는 범위에 더 가까운 가능성이 남았다는 의미다.
물론 이번 분석이 곧바로 ‘대기 발견’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TRAPPIST-1 자체가 활동적인 별이라 흑점과 플레어 같은 요인이 신호를 왜곡할 수 있다. 연구진은 여러 차례의 관측을 비교해 변동되는 신호는 별에서, 일관된 패턴은 행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별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연구를 이끈 MIT 아나 글리든 박사후연구원은 “목표는 TRAPPIST-1e가 어떤 조건을 가졌을 수 있는지 범위를 좁히는 것이었다”며 “이번 결과는 이 행성이 여전히 가장 유망한 거주 가능 행성 후보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MIT의 사라 시거 교수 역시 “금성과 화성형 대기를 배제하면서 연구의 초점이 훨씬 선명해졌다”고 평가했다.
이번 성과는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에 실렸으며, 후속 관측이 이미 진행 중이다. 앞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면 TRAPPIST-1e의 대기 성분을 한층 명확히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태양계 밖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세계를 찾는 여정에 중요한 발판이 될 전망이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조 논문: Ana Glidden et al, JWST-TST DREAMS: Secondary Atmosphere Constraints for the Habitable Zone Planet TRAPPIST-1 e, 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2025). DOI: 10.3847/2041-8213/adf62e
자료: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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