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상어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사는 척추동물로서 수백 년간 북극해를 지배할 수 있었던 기묘한 생존 전략이 공개되었다. 최근 **학술지 ‘실험 생물학 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시력의 대부분을 포기하는 대신 ‘극강의 에너지 가성비’를 선택해 수백 년의 수명을 얻었다. 2026년 1월 공개된 이번 연구는 그린란드 상어의 눈 조직을 분석해 노화와 시력을 맞바꾼 진화의 신비를 파헤쳤다.

ⓒ Ghislain Bardout
보이지 않아도 갓생… 안구 기생충과 손잡은 기묘한 선택
연구팀이 북극 심해의 그린란드 상어를 정밀 조사한 결과,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대다수의 개체가 눈에 요각류 기생충을 달고 살며 각막이 손상된 ‘실명’ 상태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보이지 않는 고통’이 이들에게는 생존의 핵심이었다.

빛조차 들지 않는 수심 2,000m의 암흑 속에서 시각은 에너지만 잡아먹는 사치에 불과하다. 그린란드 상어는 시력을 과감히 포기하는 대신 후각과 진동 감지 능력을 극대화했다. 연구진은 상어의 안구 단백질을 분석해, 이들이 에너지 소모가 큰 시각 시스템을 유지하는 대신 신체 대사를 밑바닥까지 낮춰 노화를 늦추는 ‘초저전력 모드’를 선택했음을 확인했다.
400년 세월 기록한 ‘생체 블랙박스’… 눈 속에 담긴 지구의 역사
그린란드 상어의 눈은 단순한 기관을 넘어 지구의 과거를 담은 살아있는 타임캡슐이다. 연구팀은 상어의 수정체 단백질이 태어날 때 형성된 이후 평생 교체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토대로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을 실시한 결과, 조사 대상 중 일부는 무려 17세기 조선시대부터 북극해를 누벼온 ‘400살 장수왕’임이 밝혀졌다.
수정체 내부에는 상어가 살아온 수백 년 동안의 해수 온도 변화와 오염 물질의 기록이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었다. 연구진은 “그린란드 상어의 눈은 북극 해양 생태계의 변화를 기록한 가장 정교한 블랙박스”라고 설명하며, 시력을 잃어가는 과정조차 영원을 살기 위한 진화적 적응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무리하지 않는 삶… 인류 항노화의 새로운 롤모델
심해의 포식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린란드 상어의 유영 속도는 시속 1km 수준으로 매우 느리다. 연구 데이터는 이들의 ‘느림의 미학’이 안구 조직의 퇴화 억제와 직결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시력을 내주고 세월을 얻은 이들의 전략은 현대의 번아웃 사회에 묘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번 연구는 인류의 수명 연장 프로젝트에도 중요한 영감을 제공한다. 수백 년간 세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그린란드 상어의 유전적 메커니즘은 퇴행성 질환 정복의 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눈으로 400년을 견뎌온 이들의 기묘한 삶은, 생존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느냐’보다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느냐’임을 증명한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Phy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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