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길이 약 12cm, 전체적인 체형은 원통형에 가깝고 사지와 꼬리는 짧고 탄탄하다. 체색은 흑갈색 바탕에 노란 타원형 반점이 등 중앙을 따라 줄지어 나 있다. 이 무늬는 개체마다 다르며, 숲 바닥 낙엽 사이에서 위장 효과를 높인다.
머리는 평평한 삼각형으로 눈이 양옆으로 튀어나와 있어 주변 시야가 넓다. 눈꺼풀은 퇴화되어 있고, 대신 각질화된 투명막이 눈을 보호한다. 피부는 거친 과립형 비늘로 덮여 있으며, 건조한 표면에는 광택이 거의 없다.
주로 야간에 활동하고, 낮에는 돌틈이나 부엽층 아래에 몸을 숨긴다. 움직임은 느리지만, 위협을 받으면 짧은 거리에서는 민첩하게 회피한다. 주로 작은 절지동물을 먹으며, 혀끝의 감각 수용체로 먹이를 감지한다.
이 도마뱀이 바로 노란점 나이트리자드(Lepidophyma flavimaculatum)이다. 겉보기에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이 작은 파충류는, 사실 공룡과 함께 지구를 살았고, 공룡을 사라지게 만든 대멸종을 견뎌낸 생존자다.
예일대학교 연구팀은 유전체와 화석을 분석해 나이트리자드가 대멸종 이전부터 다양한 계통으로 분화돼 있었고, 그 일부가 멸종을 피하며 생존 계보를 유지해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결과는 ‘많이 낳고 넓게 퍼지는 종이 살아남는다’는 기존 생존 공식에 정면으로 반한다.
6,600만 년 전 지구를 덮친 재앙
지름 약 10km의 소행성이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충돌하면서 지구는 단기간에 극심한 환경 변화를 겪었다. 충돌 충격과 화염, 낙진은 전 세계에 퍼졌고, 하늘을 가린 먼지와 에어로졸은 햇빛을 차단했다. 광합성이 멈추고 생태계 기반이 무너지자 먹이사슬이 붕괴했고, 결과적으로 생물 종의 75%가 사라졌다.
공룡은 물론, 바다 속 암모나이트, 공중을 날던 익룡까지도 멸종했지만, 모든 생물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살아남은 생물들은 작고, 조용하며, 환경 변화에 잘 숨을 수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나이트리자드도 그중 하나였다.
나이트리자드란 어떤 생물인가
나이트리자드는 잔투시과(Xantusiidae)에 속하는 도마뱀으로, 오늘날 멕시코, 미국 남서부, 쿠바 등에 서식한다. 주로 숲 바닥 낙엽층, 돌틈, 나무껍질 밑 같은 습하고 은밀한 공간을 선호한다. 야행성이며, 체온 조절 능력이 낮아 외부 온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들은 알을 낳지 않고 새끼를 직접 낳는 생식 특성을 가지며, 보통 한 번에 1~2마리 정도의 소수 자손만을 천천히 기른다. 번식 주기는 길고, 서식지 범위도 매우 제한적이다. 그러나 이런 느리고 안정적인 생활 방식이 오히려 극단적인 환경 변화에서는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유전자와 화석으로 본 생존 기록
예일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국제 연구진은 나이트리자드 34종의 유전체와 북중미·쿠바 지역 화석을 비교해 이들의 진화 경로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이들은 공룡 멸종보다 훨씬 전인 약 9,200만 년 전 두 개의 주요 계통으로 분화됐으며, 그 두 계통 모두 멸종을 피하고 살아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쿠바에 남아 있는 종은 가장 오래된 계통으로, 오랜 기간 동안 고립된 상태에서 독립적인 진화를 이어왔다. 한편, 캘리포니아 채널 제도에 서식하는 섬 도마뱀은 약 1,000만 년 전 대륙에서 유입된 조상이 섬 환경에 적응한 결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생존 사례를 넘어, 멸종 전후의 생물 다양성과 분화 과정을 보여주는 계통학적 증거다.
나이트리자드가 살아남은 이유는 ‘반대 전략’
연구진은 나이트리자드가 살아남은 이유를 단순한 ‘운’이나 ‘넓은 분포’에서 찾지 않는다. 오히려 이 생물의 생태적 특성이 멸종 상황에 맞아떨어졌다고 본다.
몸집이 작고 대사율이 낮아 극심한 먹이 부족 상황에서도 장기간 생존이 가능했다. 은신 위주의 생활은 고온, 충격파, 낙진 등 직접적인 환경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게 했다. 번식 속도는 느리지만 자원 소비는 적었고, 서식지 이동이 적은 점은 오히려 국지적 안정성을 높였다.
즉, 빠르게 퍼지고 많이 낳는 전략 대신,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생존하는 방식이 재난 환경에서는 더 적합했다.

지금까지는 멸종을 피하기 위한 조건으로 ‘적응력이 높고, 이동 범위가 넓고, 번식력이 강한 생물’이 꼽혀왔다. 그러나 나이트리자드는 이와 반대되는 특징을 가지고도 생존에 성공했다.
이는 생존 전략이 단일한 법칙으로 설명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다양한 방식의 진화와 생존이 가능하며, 느리고 좁은 틈새 전략도 극한 환경에선 유효할 수 있다.
기후 변화와 생물다양성 위기가 겹쳐지는 오늘, 누가 미래의 생존자가 될지를 묻는 데 이 조용한 도마뱀은 흥미로운 사례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고 논문: Chase D. Brownstein et al, Night lizards survived the Cretaceous–Palaeogene mass extinction near the asteroid impact, Biology Letters (2025). DOI: 10.1098/rsbl.2025.0157
정보: Biology Let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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