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대멸종 이후 바다 생태계가 다시 구축되던 시기, 당시 모습을 복원할 수 있는 화석이 발견됐다.
2억 년 가까이 암석 속에 묻혀 있던 해양 파충류 한 마리가 완전한 형태로 확인된 것이다. 영국 남부 도싯(Dorset) 해안의 퇴적층에서 1억9천만 년 전 어룡(ichthyosaur)의 거의 온전한 화석이 발굴됐다.
이번에 발견된 시포드라콘 골든카펜시스(Xiphodracon goldencapensis)는 길이 약 3미터의 포식자로 두개골부터 꼬리뼈까지 해부학적 연결이 유지된 채 발견됐다. 쥐라기 초기 어룡 중 가장 완전한 표본으로 평가되며, 초기 해양 파충류의 형태 진화와 생태 복원을 위한 핵심 자료로 주목된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Papers in Palaeontology에 게재됐다.

두개골부터 꼬리뼈까지 거의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으며, 주둥이의 길고 뾰족한 형태가 잘 드러난다.
이 화석은 어룡의 먹이 포획 방식과 해양 생태 구조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사진=University of Bristol ]

표본은 영국 남부 도싯의 골든캡 지층에서 발굴되었으며, 현재 영국 브리스톨대학교(University of Bristol)와 로열 온타리오박물관(Royal Ontario Museum)에 보존 중이다. [사진=University of Bristol]
연구진은 이 화석이 플리엔스바키안(Pliensbachian, 약 1억9,300만~1억8,400만 년 전) 지층에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시기는 대멸종 이후 해양 생물군이 빠르게 재편되던 시기로, 어룡 화석은 극히 드물다. 시포드라콘은 바로 그 공백을 메우는 자료로, 초기 어룡의 진화적 다양화를 보여준다. 주둥이가 길고 뾰족하며, 이빨은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돼 빠르게 움직이는 먹이를 포획하기에 적합했다.
복부에서는 소형 어류의 잔해가 확인돼 식습성을 뒷받침했고, 두개골 주변에는 포식 흔적으로 보이는 미세한 균열이 남아 있었다. 이는 시포드라콘이 당시 해양 먹이사슬의 상위층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더 큰 포식자와의 경쟁 속에 놓여 있었음을 시사한다.

어룡 시포드라콘 골든카펜시스가 물고기 떼를 추적하며 사냥하는 장면을 묘사했다.
날렵한 체형과 긴 주둥이는 당시 어룡이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였음을 보여준다.
[그림=Mark Witton]
이 표본은 쥐라기 초기 어룡이 어떻게 생태적 압력에 적응하며 형태를 변화시켰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연구진은 “시포드라콘 골든카펜시스는 어룡이 새로운 해양 환경에서 먹이 전략을 재편하며 진화의 방향을 넓혀가던 시기의 생물학적 흔적”이라며 “당시 해양 생태계가 회복되는 것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구조로 재조직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표본은 캐나다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Royal Ontario Museum)에 보존 중이며, 향후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조 논문: A new long and narrow-snouted ichthyosaur illuminates a complex faunal turnover during an undersampled Early Jurassic (Pliensbachian) interval. Papers in Palaeontology. DOI: 10.1002/spp2.70038 onlinelibrary.wiley.com/doi/10.1002/spp2.70038
자료: Papers in Palaeontology / University of Manche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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