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물고기의 숨은 무기, 입 깊숙이 ‘이빨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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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바닷속을 유영하던 고대 물고기 한 마리가 입을 벌린다. 턱으로만 먹이를 무는 게 아니라, 입 안쪽 깊숙한 곳에서 또 다른 이빨이 맞물리며 단단한 먹이를 으깨 삼킨다. 오늘날 일부 송어나 바닷물고기에서만 볼 수 있는 이 특이한 구조가, 사실은 3억 년 전 물고기에게서 이미 등장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영국 스태퍼드셔 석탄기 지층에서 발견된 화석은 어류 진화의 오래된 수수께끼를 풀어주는 단서가 됐다. 약 3억 1천만 년 전 살았던 조기어류 플라티소무스 파르불루스(Platysomus parvulus) 는 턱 대신 입속 이빨판을 활용해 먹이를 처리하는 방식을 썼다. 이는 지금까지 보고된 가장 오래된 사례보다 무려 1억 5천만 년이나 앞선 기록이다.

대부분의 물고기는 턱을 이용해 먹이를 물고 씹는다. 그러나 플라티소무스는 입천장과 혀 바닥에 각각 이빨판을 가지고 있었다. 두 이빨판은 서로 맞물려 움직이며, 껍질이 단단한 갑각류나 곤충 같은 먹이를 잘게 부수는 데 적합했다. 연구팀은 고해상도 CT 스캔으로 화석 내부를 3차원 복원해 좁고 뾰족한 윗이빨판과 다중 구조의 아랫이빨판을 확인했다. 이 배열은 단순한 턱 물고기에서, 혀 이빨만으로 먹이를 처리하는 후기 어류로 이어지는 중간 단계로 보인다.

3억 1천만 년 전 영국에서 발견된 화석을 토대로 복원한 고대 조기어류 플라티소무스 파르불루스의 상상도. 이 종은 입 안쪽의 특수한 이빨 구조를 이용해 단단한 먹이를 처리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 Joschua Knüppe]

플라티소무스가 살던 시기는 데본기 말 대멸종 직후였다. 당시 해양 생물의 상당수가 사라졌고, 살아남은 어류는 새로운 먹이 전략을 실험하며 빠르게 다양화했다. 혀 이빨은 이런 환경 속에서 나타난 진화적 실험이었다. 이후 보바사트라니아 같은 어류는 턱을 거의 쓰지 않고 혀 이빨만으로 먹이를 처리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이번 발견은 혀 이빨 구조가 단순한 변이 수준이 아니라, 여러 어류 계통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났음을 보여준다. 오늘날도 송어나 보네피시 등 일부 어종은 같은 방식을 사용한다. 버밍엄대 샘 자일스 교수는 “플라티소무스는 원시적인 턱 물고기와 고도로 특화된 혀 이빨 물고기 사이의 연결 고리”라고 설명했고, 미시간대 매트 프리드먼 교수는 “혀 이빨은 고대 어류가 먹이를 다루는 방식을 바꾼 중요한 발명품”이라고 평가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Biology Letters에 게재됐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조 논문: Sam Giles et al, Tongue bite apparatus highlights functional innovation in a 310-million-year-old ray-finned fish, Biology Letters (2025). On bioRxivDOI: 10.1101/2025.05.10.653277

자료: bioRxiv  Biology Let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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