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은 양질의 단백질 식품이면서도,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아 혈중 L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는 식품으로 분류돼 왔다. 특히 심혈관 건강과 연관된 식단에서 계란 섭취를 제한하거나 노른자를 빼고 먹어야 한다는 게 상식처럼 퍼졌는데, 실제 연구에서 그 반대의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호주 남호주대학교 연구진은 동일한 열량 조건에서 식이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의 영향을 분리해 비교한 세계 최초의 임상시험을 통해, 하루 두 개의 계란을 포함한 식단이 오히려 LDL 수치를 낮췄다고 밝혔다. 콜레스테롤 섭취량은 높았지만 포화지방이 낮을 경우, LDL 수치는 유의미하게 감소했으며, LDL 수치 변화의 핵심 요인이 식이 콜레스테롤이 아닌 포화지방 섭취라는 점을 강조했다.
식단별 포화지방·콜레스테롤 조합이 LDL에 미치는 영향
연구는 61명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다음 세 가지 식단을 각각 5주간 섭취하고, 식단 간에는 휴지기를 두었다.
| 식단 유형 | 계란 섭취량 | 식이 콜레스테롤 (mg/일) | 포화지방 비율 (%) | LDL 수치 (μg/dL) | 주요 특징 |
|---|---|---|---|---|---|
| 계란 식단 | 하루 2개 | 600 | 6 | 103.6 | 콜레스테롤 높고 포화지방 낮음, LDL 감소 |
| 계란 없는 식단 | 없음 | 300 | 12 | 109.3와 유사 | 콜레스테롤 낮지만 포화지방 높음, 효과 미미 |
| 대조군 식단 | 주 1개 | 600 | 12 | 109.3 | 콜레스테롤·포화지방 모두 높음, 기준 비교군 |
계란을 하루 두 개 섭취한 그룹은 LDL 수치가 103.6 μg/dL로 나타나, 대조군(109.3 μg/dL)보다 유의미하게 낮았다. 반면, 계란을 전혀 포함하지 않았지만 포화지방 함량이 높은 식단에서는 LDL 수치가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식이 콜레스테롤보다 포화지방이 LDL 상승의 결정적 요인임을 확인했다.
계란의 콜레스테롤 LDL 수치에 직접 영향 없어
연구를 이끈 존 버클리(John Buckley) 교수는 “계란은 오랫동안 잘못된 식단 권고로 과소평가돼 왔다”며 “콜레스테롤은 높지만 포화지방이 적고, 영양 밀도가 높은 식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LDL 수치를 높인 것은 식이 콜레스테롤이 아니라 포화지방이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는 LDL 입자의 구성 변화도 관찰됐다. 계란을 섭취한 식단에서는 전체 LDL 수치가 감소했지만, 그 구성에서 ‘작고 밀도 높은’ 입자의 비율이 다소 증가했다. 이 입자들은 동맥벽 침투 가능성이 더 높아 주의를 요하지만, 계란을 전혀 섭취하지 않은 고포화지방 식단에서도 유사한 변화가 나타나 인과관계는 확정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입자 구성의 변화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계란 섭취 시 루테인·제아잔틴 수치 상승 확인
계란을 매일 섭취한 참가자들에게서는 루테인과 제아잔틴의 혈중 농도가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이 두 카로티노이드는 계란 노른자에 풍부히 함유된 지용성 항산화 물질로, 황반(망막 중심부) 보호와 관련된 영양소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루테인과 제아잔틴은 노화 관련 황반변성(AMD) 예방, 시각 피로 완화, 인지기능 유지 및 노화 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다수의 연구가 존재한다.
연구진은 혈중 농도 증가 외에도, 루테인·제아잔틴 수치가 상승한 참가자 그룹에서 자발적 일상 활동량이 소폭 증가하는 경향을 함께 관찰했다. 이는 항산화 성분이 뇌의 에너지 대사나 동기 조절 체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하며, 향후 신경계 기능 및 행동 활성도와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이번 연구는 특정 성분에 대한 단편적 해석으로 식품 전체를 평가하는 기존 방식의 한계를 부각시켰다. 지난 수십 년간 계란은 높은 콜레스테롤 함량을 이유로 건강에 해롭다고 여겨졌으나, 실제 영향은 식품의 조합, 섭취 맥락, 포화지방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달라진다. 계란은 대부분의 영양소가 노른자에 집중되어 있으며, 해당 지방도 주로 불포화지방이다.
버클리 교수는 “건강을 위해 아침 식사에서 계란을 제외하는 것보다, 함께 먹는 베이컨이나 소시지의 영향을 따져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계란 섭취가 LDL 수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며, 실제 위험 요인은 포화지방 섭취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계란은 포화지방이 적고 영양 밀도가 높은 식품으로, 무조건 제한하기보다 섭취 맥락과 식단 구성 전반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심혈관 건강을 위해서는 계란 자체보다, 함께 곁들여지는 고지방 식품이나 조리 방식이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고 논문: 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자료: University of South Austr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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