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잎에 물을 뿌리고, 유리컵을 세척하고, 사람 손에서 메뉴판을 받아 건넨다. 피겨 AI(Figure AI)가 공개한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 ‘Figure 03’은 인간의 손끝 감각을 재현한 최신형 로봇이다.
단순히 움직이는 수준을 넘어, 섬세한 힘 조절과 정확한 물체 인식으로 실제 생활공간에서 사람처럼 일하도록 설계됐다. 회사는 이를 ‘로봇계의 모델 T’라 부르며, 대량생산이 가능한 첫 상용형 인간형 로봇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손의 감각, 눈의 시야, 귀의 인식까지
Figure 03의 핵심은 인간 수준의 감각 정밀도를 갖춘 ‘손’이다. 손바닥에는 초소형 카메라와 다축(多軸) 압력 센서가 내장돼 있어, 단순히 물체를 쥐는 동작을 넘어서 표면 질감과 힘의 미세한 차이까지 감지한다. 몇 그램 단위의 압력 차이도 인식해 유리잔이나 접시를 깨뜨리지 않고 다룰 수 있으며, 물체가 미끄러질 때의 미세한 진동을 감지해 즉시 손의 힘을 조절한다.
덕분에 식기를 세척하거나 식물을 다루는 등, 손끝의 섬세함이 요구되는 작업이 가능해졌다. 손바닥 내부의 카메라는 물체를 시각적으로 추적하며, 이 정보가 즉시 인공지능 처리 시스템으로 전달돼 ‘힘-시각-위치’가 통합 제어된다.

시각 인식 능력도 크게 개선됐다. 전작 Figure 02보다 시야각이 60% 넓어진 고해상도 카메라를 탑재해 주변 환경을 더 넓게 파악할 수 있다. 카메라는 3차원 공간 내에서 물체의 거리와 위치를 실시간 계산하고, 조명 밝기나 그림자 변화에도 대응한다. 예를 들어 사람의 손이 갑자기 화면에 들어오거나, 컵이 예상치 못한 각도로 놓이더라도 즉시 궤적을 수정한다. 이 모든 데이터는 피겨의 독자 인공지능 ‘헬릭스(Helix)’에 의해 통합 분석된다. 헬릭스는 언어 명령, 시각 정보, 행동 데이터를 하나의 체계로 묶어 판단하며, 주변에서 들리는 말소리나 기계음도 동시에 구분해 반응한다.
청각 시스템 또한 업그레이드됐다. Figure 03은 사람의 음성과 주변 소음을 분리해 인식하며, 특정 명령어에 반응하거나 대화 맥락을 파악해 행동을 이어간다. 예를 들어 사람이 “조심히 잡아”라고 말하면 음성과 상황을 함께 해석해 손의 압력을 자동 조절한다. 외피는 부드럽고 탄성이 있는 합성소재로 제작돼 사람과의 물리적 접촉 시 충격을 최소화하며, 세척이 가능해 위생 유지에도 유리하다.
피겨 AI는 Figure 03을 사람과 같은 환경에서 함께 일하는 로봇으로 정의한다. 가정에서는 집안일과 돌봄 보조, 호텔에서는 고객 응대, 창고에서는 물류 정리까지 모든 동작은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와 공간에 맞춰 설계됐다. Figure 03은 단순한 자동화 장치가 아니라, 인간의 감각과 행동을 실제 환경에서 재현하는 수준으로 발전한 첫 범용형 휴머노이드다.

Figure 03이 토마토, 달걀, 카드 등 서로 다른 재질과 무게의 물체를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다. 손끝의 압력 감지 능력으로 대상에 맞는 세기를 자동으로 조정한다. [사진=Figure AI]
대량생산으로 가는 첫걸음
Figure 03은 성능뿐 아니라 생산 체계에서도 변화를 꾀했다. 주요 부품을 CNC 가공 대신 다이캐스팅과 사출성형으로 전환해 제작비와 시간을 대폭 줄였다. 무선 충전식 배터리는 국제 안전 기준(UN38.3)을 충족하며, 전체 무게는 전작보다 9% 감소했다. 피겨 AI는 연간 1만 2천 대 생산을 시작으로, 4년 안에 10만 대 출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공개된 영상 속 Figure 03은 식물에 물을 주고, 호텔 프런트에서 손님을 응대하며, 세탁기와 같은 인간용 기기를 자연스럽게 조작한다. 느리지만 안정된 동작과 균형 감각은 이전 세대 로봇보다 한층 현실에 가까워졌다. 기술적 과시는 최소화하고, 실제 활용 가능한 수준으로 다가선 것이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자료: Figure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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