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온 외계 행성 WASP-121b가 사실은 훨씬 차가운 지역에서 형성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행성은 지구보다 훨씬 크고, 목성과 비슷한 크기의 가스 행성이다. 지금은 별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별 지름의 약 두 배)에서 30.5시간마다 한 바퀴를 돌고 있으며, 낮면은 3000도 이상, 밤면도 1500도에 달하는 극단적인 온도를 보인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을 이용한 관측 결과, 이 행성의 대기에서는 수증기, 일산화탄소, 메탄, 이산화규소 같은 여러 기체 분자가 발견됐다. 이 중 메탄은 낮은 온도에서만 기체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대기 속 메탄은 WASP-121b가 한때 훨씬 차가운 환경에서 형성됐다는 증거가 된다. 특히 메탄이 낮보다 훨씬 온도가 낮은 밤면에서도 검출됐다는 점은, 대기 내부에 강한 수직 대류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위아래 방향으로 흐르는 강한 바람은 기존의 행성 대기 모델에서 간과됐던 요소다.
연구진은 이 행성이 처음에는 물이 얼어 있고 메탄은 기체로 존재하는, 비교적 차가운 거리에서 성장했으며, 이후 별 가까이로 이동한 것으로 보았다. 이는 태양계로 치면 목성과 천왕성 사이쯤 되는 거리이며, 이런 이동은 주변 가스와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발생한다. WASP-121b는 이동하면서 가스뿐 아니라 암석성 물질도 흡수하며 대기를 형성했다.

[사진= MPIA/HdA – CC BY-SA]
대기가 말해주는 형성과 이동의 흔적
이산화규소는 원래 암석 속에 있는 규소 성분이 고온에서 증발해 기체로 나타난 것이다. 연구진은 이 규소가 암석성 소행성(플래니터시멀)에서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WASP-121b가 형성된 뒤, 단단한 고체 물질도 흡수할 만큼 충분히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이런 고체 유입은 행성 형성의 후반 단계에서 일어난다.
또한 대기 중 탄소 대비 산소 비율이 모항성보다 높게 나타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행성이 성장하면서 산소가 많은 물질(예: 물 얼음)이 포함된 고체는 공급이 끊겼지만, 탄소가 풍부한 가스는 계속 흡수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기 성분은 행성의 성장 순서와 위치, 이동 경로까지 반영하는 화학적 흔적으로 작용한다.
연구진은 WASP-121b가 단순히 뜨거운 외계 행성이 아니라, 행성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움직이며 대기를 구성하는지를 실제로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과 ‘애스트로노미컬 저널’에 각각 발표됐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고 논문: Thomas M. Evans-Soma et al, SiO and a super-stellar C/O ratio in the atmosphere of the giant exoplanet WASP-121 b, Nature Astronomy (2025). DOI: 10.1038/s41550-025-02513-x
Cyril Gapp et al, WASP-121 b’s Transmission Spectrum Observed with JWST/NIRSpec G395H Reveals Thermal Dissociation and SiO in the Atmosphere, The Astronomical Journal (2025). DOI: 10.3847/1538-3881/ad9c6e
자료: Nature Astronomy , Astronomical Journal / Max Planck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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