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 영화에서는 화성 여행과 그곳에서의 생활이 낭만적으로 그려져 있다. 그러나 2020년 연말 저녁에 동쪽에서 떠올라 유난히 밝게 보이는(지구 대접근) 붉은 행성 화성의 환경은 극단적으로 위험한 곳이다. NASA가 2030년대에 보내도록 계획하고 있는 최초의 화성탐험선에는 4인 혹은 6인의 우주인이 승선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매우 좁은 공간에서 지내야 하고, 가고 오는 데만 각각 6-9개월이 걸리는, 화성에서의 탐험생활까지 합치면 적어도 3년이 걸리는 장기(長期) 대모험을 하게 될 것이다.
화성까지 오가는 장기간의 우주여행 계획은 미국만 아니라 러시아, 중국 및 다른 나라도 준비하고 있다. 화성 여행자들은 그곳까지의 긴 여행과 화성에서의 생활 중에 닥칠 온갖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지혜와 훈련을 최대한 철저히 해야 한다. 그들은 1차적으로 이런 훈련을 지구 궤도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많이 하고 있다. 화성여행자들이 출발 전에 대비해야 할, 무엇보다 중요한 안전문제 몇 가지를 알아본다.

화성에 내리면 그때부터 우주방사선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야 한다.
1. 미소중력(微小重力 microgravity)의 위험
지구를 벗어난 우주공간은 중력이 거의 없는 환경이다. 얼핏 생각하기에 무중력 상태에 있으면 몸도 행동도 매우 평안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중력이 없으면 근육과 뼈가 약해지기 시작한다. 1970년에 소유즈 9호에 승선했던 러시아의 우주비행사는 18일 만에 지구로 돌아왔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땅에 내린 그는 자신이 입었던 우주복의 헬멧조차 들고 있을 힘이 없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그때 이후부터 우주비행사들은 여행 중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근육운동을 하면서 지낸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지내는 우주인들은 하루에 2-3시간씩 꼭 근육운동을 한다. 문제는 또 있다. 지상에서는 중력의 영향으로 머리에 혈액과 체액이 몰리지 않는다. 그러나 미세중력이 되면 평소와 다르게 머리에 많은 액체가 흘러들게 되어 두개골 속의 압력이 높아진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 있거나 물구나무서기를 할 때 알 수 있다. 두개골의 압력이 상승하면 우선 안압(眼壓)이 높아져 원시안(遠視眼)이 되기 때문에 컴퓨터 자판과 모니터의 글씨를 읽기가 힘들어지는 등 시각적으로 큰 불편을 느끼게 된다.

국제우주정거장 속에서 근육운동을 하는 일본의 우주비행사. 근육운동을 해야 근육과 뼈가 약해지는 것을 최대한 예방한다.
미소중력이 되면 속귀의 평형감각 기관이 정상으로 작동하지 않아 바른 자세로 걷고 행동하기가 어렵고, 커브를 도는 행동이 자유롭지 않다. 그래서 우주비행사들은 LBNP(lower body negative pressure)라 불리는 ‘인공중력 훈련기구’를 이용하여 훈련을 받는다.

머리가 아래로 가도록 기울어진 침대에 누워 있는 이 사람의 하반신은 공기를 뽑아낸 저압(低壓) 조건의 LBNP 속에 있다. 이렇게 하반신을 저압 상태로 하면 발바닥 쪽으로 유사(類似) 중력(mimic gravity)이 느껴진다. 따라서 침대 위의 사람은 이 상태에서 자신의 몸이 수평이라고 판단한다.
LBNP(인공중력 훈련기구)는 2019년부터 이용된 새로운 훈련 장비이다. 이 장비는 미약한 ‘인공중력 발생장비’라고 하겠다. 일반적으로 인공중력을 발생시키려면 회전체를 이용하는 것이다. 즉 세탁기의 빨래통이 돌아갈 때 옷감 속의 물이 원심력에 의해 빠져나가듯이 인공적인 중력이 생겨난다. 물이 담긴 버킷을 빙빙 돌리면, 버킷의 물은 원심력(인공중력)에 의해 쏟아지지 않는다. 이는 실험실의 원심분리기 원리이다.
장기간 무중력 상태에서만 지내기보다 일정한 간격으로 인공중력 조건에서 지내도록 하는 것이 장기여행하는 인체에 도움이 된다. 따라서 우주선 내의 방 하나를 전체가 회전하는 인공중력실로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런 인공중력실은 귀의 평형감각기관이 퇴화해버리는 것을 방지해줄 수 있을 것이다.

NASA에서는 인공중력실험에 참여할 지원자 24사람을 뽑아 사진과 같은 회전실에서 실험을 했다. 그들은 매일 30분씩 회전판에 누운 상태에서 근육의 움직임과 균형감각의 변화를 조사했다. 이 사진의 실험자는 발쪽에 인공중력을 느낀다. 인공중력 실험은 차츰 구체적으로 실시될 것이다.
2. 강한 우주방사선의 위험
지구상에서는 두터운 대기층과 자기장(磁氣場)이 우주로부터 오는 방사선(cosmic ray)을 거의 안전하도록 막아준다. 그러나 지구를 벗어나면 바로 우주방사선의 위험에 노출된다. 우주방사선이란 높은 에너지를 가진 전기를 띤 입자들, 즉 핵물질에서 나오는 방사선과 같은 입자들이다. 탐험선의 튼튼한 외벽은 우주방사선을 막아준다. 그러나 어떤 사고로 몸이 노출된다면, 방사성물질에 피폭되는 것과 같은 영향을 받는다. 즉 우주방사선은 암이나 기타 위험한 이상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화성여행을 하는 동안은 우주선이 방사선을 차폐(遮蔽)해주지만, 화성 표면에 내리는 순간부터 사정이 달라진다. 화성 표면에 쏟아지는 우주방사선의 강도(强度)는 ‘6일마다 온몸을 한 차례 CT 촬영하는 정도’일 것이라고 한다. 이 정도의 우주방사선이라면 화성여행자에게 심각한 지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과학자들은 실험동물(쥐)에 우주방사선을 다양한 조건으로 조사(照射)했을 때, 그들의 조직과 혈관, 심장, 뇌 등에 어떤 영향이 나타나는지 정밀하게 조사했다. 그 동안의 연구에서 화성의 방사선량은 완전히 안심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되어, 방사선에 대비하는 방법을 여러 가지로 연구하고 있다. 연구 중에는 방사선에 피해를 입은 세포가 즉시 회복되도록 하는 항산화물질, 비타민, 기타 약물 등에 대한 것도 있다. 다행하게도 지금까지 우주계획을 진행해오는 동안 강력한 우주방사선 노출 사고는 한 번도 없었다.
3. 장기간의 여행이 미치는 신체적 위험
화성여행을 달여행과 비교한다면, 달여행은 하루 이틀 캠핑을 다녀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화성은 달보다 600배 먼 거리에 있다. 좁은 우주선 내부에서 행동에 제한을 받으며 3년도 더 걸리는 기간을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피해 없이 지내야 한다. 일단 화성에 접근하면, NASA 조정실과 화성선 사이에 전파통신이 이루어질 것이다. 화성에서 지구까지 전파가 가는데 약 20분이 걸린다. 즉 빛이 20분간 가야 하는 거리에 서로 있게 되는 것이다.
화성여행 중에 상처를 입거나 병이 발생할 수 있고, 심지어 사망자가 나올 수도 있다. 화성여행 때는 이런 경우를 대비한 준비를 반드시 해야 하므로, 우주에서의 치료법과 의료장비를 개발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이다. 우주의료 문제에 대한 연구는 초기 단계에 있다. 우주의학자들은 여행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온갖 신체적 문제를 예상하고, 사건이 발생할 때 최소한의 장비로 어떻게 적절한 대처를 할 것인지 연구하고 있다.
화성여행선에는 첨단의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시스템이 갖추어질 것이다. AI는 화성탐험가들의 건강상태를 매일 진단하고 치료를 위한 처방도 할 것이다. 화성여행에는 ‘Dr. AI’가 동행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인공지능 의사가 있으며, 화성에서 환자가 발생하더라도 지상의 의사로부터 도움을 받지 않고 즉시 치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인간의 질병을 진단하는 AI가 크게 발전하고 있다. VisualDX라 불리는 이미 상업화된 인공지능 진단기는 의사가 입력하는 환자의 증세를 분석하여 매우 정확하게 진단을 한다. VisualDX에는 100,000건 이상의 영상까지 기록되어 있어, 온갖 피부병을 판단하기도 한다. VisualDX는 현재 미국을 위시하여 세계적으로 보급되고 있으며, 신장과 췌장 등을 진단하는 초음파 진단 시스템도 추가되고 있다.

‘Butterfly iQ’라 불리는 이 휴대용 초음파진단기(오른쪽)는 온 몸을 스캐닝하여 진단한다. 크기는 왼쪽의 전기면도기와 비슷하다. 화성에서는 이런 휴대용 초음파진단기가 AI닥터와 함께 활용될 것이다.

한 방울의 혈액을 떨어뜨리면 여러 가지 검사를 하는 ‘전자 칩’을 이용한 혈액검사기가 개발되고 있다. 화성여행을 갈 때쯤에는 이 자동 혈액검사기가 크게 진화되어 있을 것이며, 일반인들까지 이를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화성탐험에서 중요한 것은 우주선을 화성까지 왕복시키는 기술보다, 인간이 안전하게 화성에 갔다가 건강하게 귀향하도록 하는 것이다. 인류가 화성탐험을 떠나는 2030년대에는 화성여행인들을 지켜줄 ‘AI 닥터’가 더욱 진화해 있을 것이다. 오늘날 우주과학자들이 개발하는 ‘화성 AI 닥터’는 화성탐험선에 실리기 이전에 지상에서 먼저 활용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우주개발 연구가 언제나 그랬듯이, 화성탐험 계획도 인류에게 의료와 기술적인 혜택을 안겨주게 될 것이다. — YS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