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탄생하면, 그 주변엔 가스와 먼지로 이루어진 원반이 형성된다. 이 원반은 바로 행성의 재료다. 먼지는 암석이나 핵으로 자라고, 가스는 대기나 가스형 행성을 만드는 데 쓰인다. 최근 ALMA 전파망원경을 활용한 대규모 국제 연구는 이 원반에서 가스가 먼지보다 더 빠르게 사라진다는 사실을 정량적으로 밝혀냈다. ‘AGE-PRO’라는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태양과 비슷한 별 30개를 대상으로, 원반 속 가스량과 먼지량이 시간이 지나며 어떻게 변하는지를 조사했다. 관측 대상은 나이 100만~600만 년 사이의 별들이다. 그 결과, 원반이 아주 젊을 땐 목성 질량의 수배에 달하는 가스를 포함하고 있지만, 수백만 년 이내에 대부분 빠르게 사라진다. 반면 먼지는 훨씬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이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원반의 가스 대 먼지 비율이 급격히 변하며, 행성 형성 환경도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행성 형성 시기, 가스 소실 속도가 좌우
가스가 먼저 줄어든다는 사실은 단순한 경향이 아니라, 행성 형성 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가스형 행성은 고체 핵이 충분히 자란 상태에서 주변 가스를 흡수해야 하지만, 원반 내 가스가 일찍 사라진다면 이 과정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즉, 목성과 같은 행성이 생기기 위해서는 매우 빠른 속도로 핵이 형성돼야 하고, 시간적 여유는 제한적이다. 연구진은 일부 원반이 300만 년 이상이 지나도 많은 가스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확인했는데, 이는 원반마다 가스 보존 능력에 차이가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원반의 크기와 가스 소실 속도 사이에 기존 이론처럼 단순한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작고 어두운 원반에서도 일정량의 가스가 장기간 유지되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결과는 가스의 진화 속도가 행성의 종류, 형성 시점, 이주 경로까지 포함한 전체 과정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가스 소실 패턴, 정밀 관측으로 첫 입증
이번 분석은 고감도 분광 기술 덕분에 가능했다. 기존 연구는 먼지 중심이었지만, AGE-PRO는 일산화탄소(CO) 외에도 디아제닐리움(N₂H⁺), 포름알데히드, 메틸시아나이드, 중수소 화합물 등 다양한 분자 지표를 활용해 가스 질량을 정밀하게 측정했다. 이를 통해 과거엔 측정이 어려웠던 희미하고 작은 원반까지 포함한 샘플을 확보했고, 나이와 질량 분포가 다양한 원반에 대한 대표적 데이터셋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이 연구는 단순한 경향 분석을 넘어, 실제 행성계 형성의 시간표를 재설계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행성 형성 모델에서 먼지만 고려하던 기존 방식은 이제 불충분하다. 원반 내 가스의 소멸 속도는 관측상의 부차적 요소가 아니라, 행성계 구조와 진화 경로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고 논문: Dingshan Deng et al, The ALMA Survey of Gas Evolution of PROtoplanetary Disks (AGE-PRO): III. Dust and Gas Disk Properties in the Lupus Star-forming Region, arXiv (2025). DOI: 10.48550/arxiv.2506.10734
자료: Astrophysical Journal , arXiv / University of Ariz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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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행성 형성 원반, 가스부터 사라진다… ‘먼지 중심’ 이론에 균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