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마침내 핵을 활용한 행성 방어 전략을 손에 넣었을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공상 과학 소설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았던 이 방법이 현실이 됐다. 과학자들이 핵폭발을 이용해 지구로 돌진하는 소행성을 실제로 밀어낼 수 있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지난 23일 네이처에 게재된 이 연구는 우리가 대재앙을 피할 수 있는 중요한 과학적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다. 마치 영화 속 장면처럼 들리겠지만, 이 모든 것이 철저한 과학에 기반한 성과다.

수년 동안, 핵폭발로 소행성의 궤도를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은 과학계와 대중문화 사이에서 끊임없이 회자됐다. 그런데 이제 그 답이 눈앞에 있다. 산디아 국립연구소의 네이선 무어와 그의 팀이 이를 실현한 것이다. 그들은 실제 핵폭탄을 터뜨리지 않고도, Z 머신이라는 강력한 X선 발생 장치를 사용해 우주에서 일어날 상황을 실험으로 재현했다.
실험은 마치 소설처럼 진행됐다. 연구진은 소행성의 구성 성분을 모방한 석영과 실리카로 만든 커피콩 크기의 모형을 진공 상태에서 매달았다. 그리고 이 모형에 강력한 X선을 쏘았다. X선이 모형을 지탱하던 얇은 지지대를 “X선 가위”처럼 절단했고, 이로 인해 모형이 자유 낙하했다. 그 순간 모형의 표면이 증발하면서 기체가 팽창했고, 그 힘으로 모형은 순식간에 시속 69미터 이상의 속도로 가속했다. 실험은 2천만 분의 1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끝났지만, 그 의미는 어마어마했다.
이번 연구는 핵폭발에서 나오는 X선이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전까지는 핵폭발로 발생하는 가스 팽창이 소행성에 미치는 물리적 충격에 주목했다. 그러나 무어의 팀은 X선 자체가 소행성의 표면을 증발시켜 추진력을 생성하고, 그것이 소행성을 가속해 궤도를 바꿀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이 방법은 특히 크기가 4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소행성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만약 이런 소행성이 지구로 돌진한다면, 경고 시간이 짧을수록 이 방법이 유용할 것이다. 2022년 나사의 DART 미션은 소형 소행성을 우주선으로 충돌시켜 궤도를 살짝 바꾸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무어는 더 큰 소행성을 움직이려면 이보다 강력한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시간이 촉박한 경우에, 이 기술이 가장 유력한 대안이 될 것”이라 말했다.
이 실험은 행성 방어 연구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논문은 지구에서 핵폭발로 소행성을 밀어낼 수 있는 방법을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탐구한 중요한 성과다,”라고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물리학자 메리 버키는 평가했다. 이제 실제 소행성 조각을 사용해 더욱 실감 나는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다. 행성 방어라는 주제가 이제 더 이상 공상이나 먼 이야기로 여겨지지 않는 시대가 된 것이다.
무어와 그의 팀은 앞으로 더 많은 실험을 통해 이 X선 추진 기술을 개선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실제 소행성을 대상으로 우주에서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이 목표다. “그런 실험을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저 추진력이 부족할 뿐이다,”라며 무어는 우주에서의 실험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내비쳤다.
인류의 행성 방어 기술은 이제 중대한 도약을 이뤘다. 내일이라도, 혹은 몇 세기 후라 할지라도, 지구로 돌진하는 소행성의 위협을 마주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바로 이 순간을, X선과 핵이 결합해 지구를 구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알게 된 역사적 순간으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참고 자료
Moore, N. W. et al. Nature Phys. https://doi.org/10.1038/s41567-024-02633-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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