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료연구원(KIMS)이 고압 용기나 극저온 설비 없이도 수소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운송할 수 있는 고체 수소 저장 소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재료연구원 경량재료연구본부 김영민·서병찬 박사 연구팀은 마그네슘-니켈-주석(Mg-20Ni-Sn) 기반의 합금을 활용해 수소를 금속 내에 안정적으로 저장하는 신소재를 제작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소재는 폭발 위험이 없고 저장 밀도와 반응 속도도 기존보다 크게 향상됐다. 제조 비용 역시 10분의 1 수준으로 절감됐다.
현재 수소 저장 방식은 고압 기체(350~700bar) 또는 극저온 액화(영하 253℃) 형태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높은 폭발 위험과 자연 증발, 높은 에너지 소모 등의 문제점이 있었다.
이번에 개발된 고체 수소 저장 기술은 수소를 금속과 화학적으로 결합한 뒤 필요 시 열을 가해 방출하는 방식으로, 장기간 저장과 안정적인 운송이 가능하다. 특히 연구팀은 마그네슘(Mg)의 높은 저장 밀도, 니켈(Ni)과의 합금이 제공하는 빠른 반응성, 주석(Sn) 첨가에 따른 미세조직 제어를 통해 기존 소재보다 약 3배 높은 저장 성능을 확보했다.
제조 방식도 기존 고가 분말 공정 대신 주조된 소재를 미세한 칩 형태로 절삭하는 방식으로 바꿔 대량 생산에 적합하게 설계됐다. 연구팀은 머리카락 절반 두께인 50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칩 형태로 만들어 수소 흡수 속도를 높였으며, 이를 통해 제조 단가를 크게 낮췄다.

개발된 소재는 수소가 저장된 상태에서 산화 저항성이 높아 공기 중 장시간 노출에도 성능이 유지된다. 이에 따라 고압 탱크 없이도 대기압에서 수소를 일반 화물처럼 안전하게 운송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기존 고압 기체 수소를 40피트 트레일러에 실어야 했던 양을, 고체 수소 소재를 사용하면 5톤 트럭 한 대로도 충분히 운반할 수 있는 수준이다.
또한 연구팀은 기업·출연연과 협력해 유도가열 방식의 수소 저장 용기와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도 함께 개발했다. 유도가열 방식은 금속 저장재를 빠르게 가열해 수소를 방출·회수할 수 있게 해 공간 효율도 개선된다.
김영민 책임연구원은 “이번 기술은 수소를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운송할 수 있는 첫 실증 사례”라며 “재생에너지나 원전 기반 수소 생산과 연계해 발전소,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Journal of Magnesium and Alloys(IF: 14.3)를 포함한 세계적 저널 3곳에 잇따라 게재됐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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