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류(貝類)가 만드는 캘사이트 – 진주층(珍珠層)의 비밀

Photo of author

By 사이언스웨이브

진주(珍珠)의 영어는 pearl이고, 진주를 형성하는 영롱(玲瓏)한 표면은 진주층(珍珠層 nacre)이라 한다. 세계적 전통예술품으로 알려진 우리나라의 자개장이나 자개상을 아름답게 꾸미는 전복 껍데기의 자개 역시 진주층이다.

진주층은 아름다운 색상만 아니라 대단히 강인(强靭)한 성질을 가졌다. 진주층은 연체류에 속하는 하등동물이 생성하는 생체적 광물질(생체광물 biomineral)의 일종이다. 진주와 전복껍데기를 형성하는 생체광물 즉 진주층의 주성분은 탄산칼슘(캘사이트)이다.(사진: 위키피디어)

진주를 생산하는데 이용되는 양식(養殖) 진주조개는 이름과 달리 조개가 아니고 굴(oyster) 종류이다. 진주를 형성할 수 있는 동물 종류(조개, 전복, 굴 등)는 다수가 알려져 있으며, 가장 잘 이용되는 것은 인도-태평양에 사는 2종의 굴(Pinctada margaritifera P. maxima)이다. 그들의 조직 속에 인위적으로 씨핵을 넣어두면, 씨핵 주변에 탄산칼슘 층이 축적되어 동그란 진주가 된다. 전복 속에서도 진주가 형성되지만 동그란 모양이 되기 어렵다.​

진주가 형성되는 과정

소라, 달팽이, 조개, 굴, 전복 등(연체동물)의 몸은 탄산칼슘(캘사이트)이 주성분인 껍데기가 부드러운 몸(연체軟體)을 보호하고 있다. 이들의 껍데기를 만드는 생체 조직을 맨틀(mantle 외투막)이라 부른다. 맨틀은 몸 조직과 껍데기 사이에서 내부 전부를 감싸는 외투 같으므로 외투막(mantle 망토)이라 불리며, 맨틀이 차지하는 공간을 외투강(外套腔 mantle cavity)이라 한다.​

외투막을 구성하는 표피세포는 탄산칼슘과 콘키올린(conchiolin)이라 불리는 복잡한 단백질을 분비하여 껍데기를 만든다. 콘키올린은 탄산칼슘이 단단해지도록 한다. 콘키올린은 껍데기의 바깥 표면은 거칠게 만들고, 내부 면은 진주층이 되도록 매끄럽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양식진주를 생산할 때는 맨틀 속에 핵이 되는 작은 모래알 같은 알갱이를 심는다. 그러면 맨틀은 껍데기 안팎은 물론 이물질인 알갱이 표면에도 진주층을 계속 덮어 동그란 진주가 되도록 한다. 이렇게 형성된 진주는 거의 완전한 구형이기도 하지만, 비뚫어진 모습이 되기도 한다. 모양이 부정한 것은 바로크 진주(baroque pearl)라 부른다.​

진주굴을 양식할 때 맨틀 속에 거친 모양의 알갱이를 심었는데, 거기에 거의 완전한 구형 진주가 형성되는 이유는 신비한 자연현상이었다. 오스트레일리아 캔버러 대학의 생화학자 오터(Laura Otter)의 연구팀은 진주의 형성에 자연의 수학법칙이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연구 내용을 2021년 10월에 발행된 학술지 <Proceeding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에 발표했다.

<참고문헌>

J. Gim et al. The mesoscale order of nacreous pearl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Vol. 118, October 19, 2021.​

오터 연구팀의 발표에 의하면, 씨핵의 모양은 둥글지 않더라도 지극히 얇은 진주층이 끊임없이 층층이 덮이는 동안 얕은 부분은 두껍게, 높은 곳은 얇게 진주층이 덮이면서 자연적으로 둥글게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오터 팀이 연구에 이용한 굴 종류는 ‘아코야 진주굴’(Pinctata imbricata)이었다. 그들은 조사할 진주가 부서지지 않도록 가느다란 다이어먼드 톱으로 중간을 절단한 다음, 분광현미경으로 면밀하게 관찰했다. 사진은 548일 동안 양식한 진주가 2,615층이나 되는 진주층으로 덮여 있는 모습이다. 연구자들은 “탄산칼슘과 특수 단백질로 형성된 진주층은 지극히 가볍지만, 원료인 탄산칼슘보다 3,000배나 단단했다.”고 설명했다.

진주는 흰색, 검은색, 회색, 적색, 청색, 녹색 등 다양한 색을 나타낸다. 진주층을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얇은 층이 여러 겹이다. 진주층은 600℃의 고열에도 변형되지 않는다.

다층으로 이루어진 진주층은 빛을 반사하고 흡수하고 투과하면서 영롱한 색을 보이게 된다. 또한 이런 다층 구조는 그들이 단단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림에서 긴 사각형은 탄산칼슘이고, 각 층 사이는 키틴(chitin), 루스트린(lustrin) 그리고 특수한 단백질이 서로를 단단히 접착토록 한다. 일부 과학자들은 캘사이트를 이용하여 진주층을 모방한 강인한 구조를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전복, 진주굴, 홍합 등의 패류 껍데기를 잘라 붙이는 방법으로 아름다운 자개장, 자개상 등을 만드는 것을 나전칠기(螺鈿漆器)라 한다. 나전칠기는 우리나라에서 특히 발달한 전통공예품이다.​

전복 껍데기 내면의 진주층은 특별히 아름답다. 나전칠기 제작에는 전복 외에 다른 패류(貝類)들도 이용된다.

진주층이 가진 특징의 하나는 고등동물의 뼈처럼 단단하다는 것이다. 연체동물이 그들의 껍데기를 만들어가는 화학적 과정은 아직 확실히 알지 못한다. 또 그들이 길이와 크기가 자라면서 맨틀에서 분비되는 탄산칼슘으로 껍데기를 점점 크게 만들어가는 과정 역시 신비롭다.

인간은 회반죽, 시멘트, 유리와 같은 단단한 세라믹(ceramic 도자기)을 만들지만, 이런 세라믹으로 뼈를 만들지는 못한다. 진주굴의 화학 연금술을 알게 되면, 인간의 부서진 뼈를 단단하게 재생하는 방법을 찾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과학자들은 생각한다. 또한 우주탐사선에서 사용할 태양전지판을 진주층과 같은 물질로 제작한다면 더 가볍고 단단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 YS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