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잊혀진 화석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족보를 다시 쓰고 있다. 최근 과학자들은 몽골 국립 고생물학 연구소 수장고에서 재발견된 화석이 신종 공룡임을 확인하고, 이 공룡이 티라노사우르스의 중요한 조상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새로운 공룡의 이름은 한크훌루 몽골리엔시스(Khankhuuluu mongoliensis)로, 아시아와 북미를 오간 티라노사우루스 계열의 복잡한 이동사를 입증하는 열쇠다.
서랍 속 유물에서 진화사의 열쇠로
1970년대 초 몽골 남동부에서 발굴된 이 화석은 오랫동안 알렉트로사우루스(Alectrosaurus)로 분류돼 몽골과학아카데미 고생물학연구소 서랍 속에 보관돼 있었다. 그러나 캐나다 캘거리대학교 박사과정생 자레드 보리스(Jared Voris)가 현지 조사를 하던 중, 뼈 구조가 기존 분류와 맞지 않다는 점을 발견하면서 재조사가 이뤄졌다. 그 결과, 이 화석은 약 4미터 길이에 체중은 약 750kg에 이르는, 기존 티라노사우루스보다 작고 날렵한 체형의 새로운 종으로 확인됐다.
이 종의 명칭은 몽골어에서 ‘칸(Khan)’과 유사한 권위 있는 어근을 따 ‘한크훌루(Khankhuuluu)’로 명명됐으며, 이는 북미의 ‘왕’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에 비해 작은 체구를 가진 “귀족 계통”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학계는 이 공룡이 티라노사우루스과의 초기 분화 시기를 대표하는 예로, 아시아에서 북미로 이어지는 계통 진화의 분기점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복잡했던 티라노사우루스의 가계도, 새롭게 그려져
이번 발견은 티라노사우루스의 조상이 단순히 북미에서 진화한 것이 아니라, 약 9천만 년 전 아시아에서 기원해 시베리아-알래스카 육교를 건너 북미로 이동했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이후 북미에서 다양한 종으로 진화한 티라노사우루스과 중 일부가 다시 아시아로 역이주하면서 두 개의 하위 그룹으로 분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는 가벼운 체구와 긴 주둥이를 지닌 ‘피노키오 렉스(Pinocchio rex)’ 유형, 다른 하나는 타르보사우루스처럼 덩치 큰 거대종 계열이다.

[자료=AFP, University of Calgary]
이처럼 아시아와 북미 간의 반복적인 이동과 분화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는 북미에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가 출현하게 된다. 렉스는 공룡시대의 최후 약 2백만 년 동안 북미를 지배하다가 6천6백만 년 전 운석 충돌로 전멸했다. 한크훌루 몽골리엔시스는 이 진화 계보의 출발점에 해당하는 고리를 제공하며, 그 존재만으로도 티라노사우루스의 계통도가 더 복잡하고 다층적이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이번 연구는 과거 오인된 화석 자료가 학계에 중요한 단서를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캘거리대의 달라 젤레니츠키(Darla Zelenitsky) 교수는 “전 세계 박물관의 서랍 속에도 이처럼 잘못 분류된 공룡 화석들이 더 존재할 수 있다”며, “이들을 재조명하는 작업이 공룡 진화사를 다시 쓸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고 논문: Jared T. Voris et al, A new Mongolian tyrannosauroid and the evolution of Eutyrannosauria, Nature (2025). DOI: 10.1038/s41586-025-08964-6.
자료: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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