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기니비사우. 침팬지 한 마리가 돌을 들고 나무 기둥에 내리친다. 쾅― 묵직한 충격음이 숲속으로 퍼진다. 행동이 반복되며 나무 아래 돌무더기가 생긴다. 단순한 장난처럼 보였지만 연구자들은 이 흥미로운 행동을 분석했다. 최근 5년간의 현장 관찰을 통해, 연구자들은 이 행동이 침팬지의 ‘소리 기반 소통’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네덜란드 바헤닝언 대학교(Wageningen University & Research)와 독일 영장류연구소(German Primate Research Center) 공동 연구진은 이를 5년간의 현장 조사 끝에 과학적으로 정리했고, 2025년 5월 과학 저널 Biology Letters에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이 행동을 ‘돌-도구 드러밍(stone-assisted drumming)’이라 명명했다. 침팬지는 기존에도 손이나 발로 나무 뿌리를 두드리는 드러밍 행동을 해왔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돌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더 강한 음향을 만들어냈다. 해당 행동은 특정 수컷 성체에 의해 반복적으로 수행되었고, 그 결과 나무 아래에는 돌무더기가 쌓였다. 이는 비즉흥적이고 의도적이며, 신호로 기능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돌로 저주파를 만들다’, 도구로 음향 신호 확장
연구진이 설치한 카메라 트랩 영상 분석에 따르면, 침팬지가 돌을 나무에 던질 때 발생하는 소리는 저주파 음에 가까운 낮고 둔탁한 소리다. 저주파는 숲처럼 장애물이 많은 환경에서도 손실이 적어, 멀리까지 도달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점에 주목해, 이 행동이 단순한 과시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더 먼 거리의 개체에게 신호를 전달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특히 돌 드러밍은 기존 드러밍과 행동 순서에서 차이를 보였다. 일반적인 드러밍은 조용함 이후 소리를 내지만, 돌 드러밍은 소리를 먼저 낸 뒤 침묵이 이어진다. 이러한 순서의 차이는 단순한 흥분 상태가 아니라, 수신 범위와 신호 구조에 따른 전략적 행동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행동은 세대 간 모방으로 전파된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이 행동이 학습을 통해 전파된다는 점이다. 돌 드러밍은 침팬지 전체 집단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행동이 아니며, 특정 개체군에 국한되었다. 어린 침팬지가 성체의 행동을 모방하고 반복하는 과정이 영상에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를 유전이 아닌 사회적 학습의 결과로 보고, 문화적 전파(cultural transmission)의 한 사례로 분류했다.
이 연구는 침팬지의 행동이 유전이 아니라 학습을 통해 전승된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연구진은 이 행동이 문화적 전파에 해당하며, 특정 집단 내에서 세대를 거쳐 유지된다고 해석했다. 침팬지 보전은 개체 수 관리뿐 아니라, 이처럼 집단 내부의 행동 구조와 전통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고 논문: Sem van Loon et al, Stone-assisted drumming in Western chimpanzees and its implications for communication and cultural transmission, Biology Letters (2025). DOI: 10.1098/rsbl.2025.0053
자료: Biology Letters / Wageningen University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